[전문]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담론 : 니어 시사포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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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이 13일 니어재단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담론:니어 시사포럼’에서 ‘현 정부 노동정책의 평가와 대안’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제16대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 참여해 2년간 노동행정을 수행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했었다. 우리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사관계 이중구조와 맞물린 문제다. 그 때 이후 나의 모든 사고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혼란이나 문제는 불행하게도 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정권이) 출범한 것도 상당 부분 이유가 된다고 좋게 생각도 하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중 노동정책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 카테고리의 전략과제로 ‘소득주도성장’이 전면에 나오고,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범주에서 ‘노동존중사회 실현’이 있다. 일자리 정부와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은 △최저임금 1만원 △직접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제로 △실근로시간 단축 △노동존중 사회로 정리할 수 있다.
주요 경제지표를 보겠다.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1993년 이후 하향추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1993~1997년 7.8%에서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2002년 5.3%, 노무현 정부 4.5%,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2.9%, 문재인 정부 들어 2.7%(올해 전망치)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도 같은 기간 40만명대에서 올해 10만명 수준이다. 고용률은 외환위기 때 주춤하다가 최근에 증가 추세다. 실업률도 증가 추세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계소득 동향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5분위배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하향 추세를 보이다가 금년에 다시 불평등이 심화됐다. 평가를 해보자면 일자리정부를 자처한 정부로서는 무색할 정도로 지표가 저조하다.
일자리 지표가 저조하다는 것에 대해 정부는 처음에 인구(감소) 추세 이유를 갖다붙였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단기 변화를 인구 추세와 관련시키는 것은 대학생과 초등학생 씨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정책의 문제다. 왜냐하면 이미 노동시장에 들어와있는 내부자 위주의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내부자에는 노조가 상당히 강력한 영향을 행사했고 정부가 이에 상당부분 따라간 것이다. 그 결과 고용 양을 늘리는 데 이런 정책에 제약이 됐다.
흔히 경제학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에 악영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 이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래서 고용에 영향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급격하게 인상하다보니 고용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다른 이유를 대며 호도하려고 하는데, 최저임금 빼고는 충분히 설명이 안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도 공공기관을 닦달하며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지침을 보면 의무는 아니지만 공개채용 형태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개채용을 하려면 복잡할 것 같으니까, 또 노조에서는 “무슨 소리냐”고 하며 현재 있는 그대로 (채용)하길 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괜찮은 일자리라고 보고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 청년들이 허탈해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정규직일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라고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전의 비정규직 일자리랑 정규직화되는 이 일자리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 비정규직들에게 가산점을 주더라도 취준생에게 기회를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과 효율에도 맞는데 정부가 그 가치를 스스로 짓밟은 것이라 생각한다.
근로시간 단축도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내가 노사정위원장(2013년 6월~2016년 6월) 할 때 합의했던 것이다. 주52시간으로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면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단 (근로시간부터) 단축해놓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려니 또다른 논란 이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 나누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이미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나타났다. 기업에선 고용을 안 늘리려고 한다. 일자리 나누기 효과는 머리속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재정투입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양적 증대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다. 복지로서의 의미는 있을 수 있다.
다시 최저임금 인상 얘기다. (정부는) 일단 인상해놓고 (문제점은) 재정으로 보전하고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을 치니 카드수수료 인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드업계는 어쩔 것인가. (정부 정책이)자꾸 문제를 더 일으키는 과정으로 가고 있다. 카드업계는 (사림이 아닌) 기계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분야에도 상당한 규모의 근로자들이 있다. 카드업계에서 고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벌써 일고 잇다. 그럼에도 노동시장 개혁 이야기는 빠져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총평해보겠다. 최저임금 등 ‘득템’(아이템 획득)에는 성공했다고 본다. 정부 출범 때부터‘ 소재주의’를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취임 후 곧바로 비정규직 현장(인천국제공항)을 가고,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이를테면 인기를 끌만한 아이템 찾고 성공한 측면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이 정부에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1년반 정도 지나니 “이렇게 못할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행정을 보면 ‘겉과 끝’만 맞추려고 한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 컨트롤타워가 청와대에 있는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구조적 사고가 완전히 결여돼있는 정부 정책을 하고 있다. 경제는 순환이다. 사람들이 시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역동성 때문인데 정부는 이를 경시하고 있다. 최저임금만 봐도 지불능력, 파급효과, 자영업자 대책을 동시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구조적 사고가 굉장히 결여돼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연구를 할 때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조건이 고정일 수가 없는 것이다. 정책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구조적 사고다.
행정개혁 문제도 있다. 특히 행정을 적폐청산과 맞물려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초보적인 행정이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서비스 파견 문제, 이것은 법적으로 따져보면 되는 거다. 정책적인 판단을 적폐로 사고하는 자체가 문제다.
종합하면 정부의 노동정책 철학의 빈곤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겉과 끝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압박을 하는 행태들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이다. 개발연대(독재)시대에서나 보던 행태다. 이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소위 소득주도성장은 한마디로 ‘어설픈 진보와 개념없는 정치의 합작품’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겠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노동문제를 많이 고민했다. 스스로 친(親)노동이라 했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지금처럼) 노동계가 득세할려고 했다. 인수위원회 시절 제가 경총연찬회에 가서 “참여정부는 노동계에 빚진 것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여 정도 지나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관저에 칩거하던 상황에서 저한테 지시를 내렸다. 어느어느 인사를 데리고와 관저에서 저녁을 한번 하자고 했다. ’큰 조직‘에 있던 분을 007 작전하듯 데리고 청와대로 갔다. 그 때 노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다. “저보고 변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고백컨대 저는 변했습니다. (큰 한숨을 쉬고는) 하루하루 국정을 챙기다 보니 제가 변하지 않고는 안되겠습디다.” (끝)
제16대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 참여해 2년간 노동행정을 수행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했었다. 우리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사관계 이중구조와 맞물린 문제다. 그 때 이후 나의 모든 사고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혼란이나 문제는 불행하게도 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정권이) 출범한 것도 상당 부분 이유가 된다고 좋게 생각도 하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중 노동정책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 카테고리의 전략과제로 ‘소득주도성장’이 전면에 나오고,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범주에서 ‘노동존중사회 실현’이 있다. 일자리 정부와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은 △최저임금 1만원 △직접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제로 △실근로시간 단축 △노동존중 사회로 정리할 수 있다.
주요 경제지표를 보겠다.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1993년 이후 하향추세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1993~1997년 7.8%에서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2002년 5.3%, 노무현 정부 4.5%,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2.9%, 문재인 정부 들어 2.7%(올해 전망치)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도 같은 기간 40만명대에서 올해 10만명 수준이다. 고용률은 외환위기 때 주춤하다가 최근에 증가 추세다. 실업률도 증가 추세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계소득 동향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5분위배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하향 추세를 보이다가 금년에 다시 불평등이 심화됐다. 평가를 해보자면 일자리정부를 자처한 정부로서는 무색할 정도로 지표가 저조하다.
일자리 지표가 저조하다는 것에 대해 정부는 처음에 인구(감소) 추세 이유를 갖다붙였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단기 변화를 인구 추세와 관련시키는 것은 대학생과 초등학생 씨름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정책의 문제다. 왜냐하면 이미 노동시장에 들어와있는 내부자 위주의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내부자에는 노조가 상당히 강력한 영향을 행사했고 정부가 이에 상당부분 따라간 것이다. 그 결과 고용 양을 늘리는 데 이런 정책에 제약이 됐다.
흔히 경제학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에 악영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 이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래서 고용에 영향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급격하게 인상하다보니 고용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다른 이유를 대며 호도하려고 하는데, 최저임금 빼고는 충분히 설명이 안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도 공공기관을 닦달하며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지침을 보면 의무는 아니지만 공개채용 형태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개채용을 하려면 복잡할 것 같으니까, 또 노조에서는 “무슨 소리냐”고 하며 현재 있는 그대로 (채용)하길 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괜찮은 일자리라고 보고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 청년들이 허탈해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정규직일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라고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이전의 비정규직 일자리랑 정규직화되는 이 일자리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 비정규직들에게 가산점을 주더라도 취준생에게 기회를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과 효율에도 맞는데 정부가 그 가치를 스스로 짓밟은 것이라 생각한다.
근로시간 단축도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내가 노사정위원장(2013년 6월~2016년 6월) 할 때 합의했던 것이다. 주52시간으로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면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일단 (근로시간부터) 단축해놓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려니 또다른 논란 이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 나누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이미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이 현실에서는 다르게 나타났다. 기업에선 고용을 안 늘리려고 한다. 일자리 나누기 효과는 머리속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재정투입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양적 증대 있을지 모르지만 지속가능성은 의문이다. 복지로서의 의미는 있을 수 있다.
다시 최저임금 인상 얘기다. (정부는) 일단 인상해놓고 (문제점은) 재정으로 보전하고 자영업자들이 아우성을 치니 카드수수료 인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드업계는 어쩔 것인가. (정부 정책이)자꾸 문제를 더 일으키는 과정으로 가고 있다. 카드업계는 (사림이 아닌) 기계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분야에도 상당한 규모의 근로자들이 있다. 카드업계에서 고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벌써 일고 잇다. 그럼에도 노동시장 개혁 이야기는 빠져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총평해보겠다. 최저임금 등 ‘득템’(아이템 획득)에는 성공했다고 본다. 정부 출범 때부터‘ 소재주의’를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취임 후 곧바로 비정규직 현장(인천국제공항)을 가고,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이를테면 인기를 끌만한 아이템 찾고 성공한 측면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이 정부에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1년반 정도 지나니 “이렇게 못할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행정을 보면 ‘겉과 끝’만 맞추려고 한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 컨트롤타워가 청와대에 있는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구조적 사고가 완전히 결여돼있는 정부 정책을 하고 있다. 경제는 순환이다. 사람들이 시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역동성 때문인데 정부는 이를 경시하고 있다. 최저임금만 봐도 지불능력, 파급효과, 자영업자 대책을 동시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구조적 사고가 굉장히 결여돼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연구를 할 때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조건이 고정일 수가 없는 것이다. 정책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구조적 사고다.
행정개혁 문제도 있다. 특히 행정을 적폐청산과 맞물려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초보적인 행정이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서비스 파견 문제, 이것은 법적으로 따져보면 되는 거다. 정책적인 판단을 적폐로 사고하는 자체가 문제다.
종합하면 정부의 노동정책 철학의 빈곤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겉과 끝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압박을 하는 행태들에 대해서는 대단히 유감이다. 개발연대(독재)시대에서나 보던 행태다. 이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소위 소득주도성장은 한마디로 ‘어설픈 진보와 개념없는 정치의 합작품’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겠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노동문제를 많이 고민했다. 스스로 친(親)노동이라 했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지금처럼) 노동계가 득세할려고 했다. 인수위원회 시절 제가 경총연찬회에 가서 “참여정부는 노동계에 빚진 것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여 정도 지나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관저에 칩거하던 상황에서 저한테 지시를 내렸다. 어느어느 인사를 데리고와 관저에서 저녁을 한번 하자고 했다. ’큰 조직‘에 있던 분을 007 작전하듯 데리고 청와대로 갔다. 그 때 노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다. “저보고 변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고백컨대 저는 변했습니다. (큰 한숨을 쉬고는) 하루하루 국정을 챙기다 보니 제가 변하지 않고는 안되겠습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