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결혼한 신부 A씨는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될 줄이야"라며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면서 한복 업체의 어이없는 태도에 대해 폭로했다.
A씨는 B한복에서 스튜디오 촬영과 본식 2회 대여용으로 한복을 대여했다. 45만 원을 지불했다.
스튜디오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결혼 한 달 전, 양가 어머님을 모시고 본식 한복을 대여하기 위해 B한복에 방문했다.
그런데 계약 때와는 달리 한복 업체의 태도가 불친절했다. A씨는 "혼주 한복을 계약하러 갔는데 기분이 나빠 추가 계약을 하지 않았다. 기존에 계약됐던 신랑, 신부 한복만 선택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결혼을 이틀 앞두고 혼서지와 본식 한복 수령을 위해 한복점을 방문했다. 대여할 여자 한복 저고리를 입어보니, 지난번에 입어본 한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남편은 "저희가 고른 한복이 맞나요?"라고 물었고, 직원은 "맞다"고 답했다.
그날 저녁, 신부 한복을 입어 본 A씨는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처음 한복을 결정할 당시 촬영을 해뒀는데, 비교해보니 다른 한복이었다. 색상도 달랐고 저고리 전체에 놓여있는 자수 또한 달랐다.
본식 하루 전 A씨는 B한복 매장에 전화해 "한복이 잘못 왔다. 여자 저고리의 레이스가 과하고, 남자 바지도 너무 크다"고 교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은 "같은 한복", "레이스 특성상 재단 방식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제품을 확인하고 가져가시지 않았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직원이 바꿔준 여자 사장은 "같은 한복이다. 레이스라 다른 느낌이 날 수 있다. 속상하면 교환은 해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한복이 잘못 온 것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직원보다 친절히 응대했고, 속상한 기분을 헤아려 주는 것 같았다"면서 그날 오후 저고리를 교환하기 위해 매장으로 향했다.
그 사이 남편은 대여한 한복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타 한복점에 찾아 조언을 구했다. 알고 보니 남자 한복 바지 또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고, 더럽게 오염돼 있었다.
이에 대해 타 업체 측은 "여자 한복 또한 레이스에 보풀이 일고, 세탁을 많이 해서 누렇게 변색된 것"이라며 "관광객 용으로 대여하는 한복보다 못한 상태"라며 혀를 찼다고.
결국 A씨는 타 업체의 한복을 빌려 입고 결혼식을 치렀다. 도저히 B업체의 한복은 입을 수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혼식 후에도 A씨와 B한복점의 실랑이는 계속됐다. A씨는 "결혼식에서도 입지 못했으니 환불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장은 "선택한 한복과 같은 한복이고 느낌만 다른 것"이라고 일관했다.
A씨는 "인터넷에 상호명 밝히지 않고 두 한복이 같아 보이냐는 글을 올렸다"며 "댓글에서는 다 다르다는데 왜 사장님만 같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B한복 사장의 표정이 일순간 바뀌었다. "카페에 올리셨냐? 저희도 계산적으로 해야겠다. 스튜디오 촬영 때 세 벌 빌려 가셨으니 환불 얼마 못 받으시겠다"고 말했다.
여사장의 태도에 화가 난 A씨는 "환불 필요 없다"면서 한복을 그냥 가지고 나왔다. 피해 보상 요청에 필요할 것 같아서다.
이후 여자 사장은 "한복을 보내라"면서 경찰 신고와 법적 소송을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A씨가 "한복 잘못 보내놓고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을 듣고 신혼여행 중 법적 조치라는 말까지 들었다. 보상은 고사하고 인정도 안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도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기가 차는 경험이었다.
전화를 끊고 몇 분 뒤 남자 사장이 전화를 해서는 "지금까지 전혀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방금 전해 들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A씨가 계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전하자 남자 사장은 "한복은 천천히 돌려주셔도 된다. 저희가 드릴 말씀이 없다. 좋은 날 만족시켜드리지 못하고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하며 환불 10만 원을 약속했다.
A씨는 "한복을 늦게 돌려드리게 되어 죄송하다. 끝까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이런 상태의 한복을 신부들에게 또 대여해줘야 된다고 독촉해서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다녀온 부부는 한복을 퀵으로 배송했고, 이 일이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사과한 남자 사장은 한 달이 지난 시간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당초 합의됐던 환불도 못 받았다.
A씨는 "이제 와서 환불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한복을 받고선 연락 한 통 없는 업체의 태도에 어이가 없다"면서 "본인들은 한복을 늦게 반납해서 다른 신부에게 대여를 하지 못했고, 제가 소비자원에 신고해 본인들이 피해를 입어 환불을 해줄 수 없다며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였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이어 "저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가 입은 피해 및 사장님의 응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다니도록 하겠다. 신혼여행까지 가서 법적 소송에 휘말릴까 초조하던 기억 때문에 쉽게 용서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계약할 때는 좋은 한복 입혀서 계약하고 대여 날에 같은 디자인 한복 여러 번 대여해서 상태 안 좋은걸 보낸 것 같다", "피팅용과 대여용을 따로 사용해 장사하는 듯", "한복 상태 보니 속상할 만하다", "똑같은 디자인도 아니고 완전히 다른 제품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여점 쪽 잘못이긴 한데, 계약기간이 지났음에도 한복을 반납하지 않은 부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찌됐던 연체를 한거면 환불비용은 못 받을 것 같다"며 A씨의 대처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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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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