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냉전시대 일방적 각서 끄집어내 일본 견제 의도"
러 "옛 소련 '주일미군 철수요구 각서'도 협의대상"…日'곤혹'
러시아가 앞으로 진행할 일본과의 평화조약협상에서 냉전시대 옛 소련이 일본에 제시했던 주일미군 철수요구 각서도 협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일본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NHK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본과의 향후 평화조약협상과 관련, 안전보장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논의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1960년 당시 소비에트연방이 제시한 각서 등 모든 외교문서도 고려대상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각서는 옛 소련이 19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에 반발, 일본에 제시한 문서로 주일미군을 염두에 두고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섬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모든 외국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새로운 조건을 일방적으로 부과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제안을 거부해 평화조약협상이 중단되는 원인의 하나가 됐다고 NHK가 전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도 일본 반환이 논의되는 하보마이, 시코탄 2개섬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는 것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실히 약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몇년 전 진지하게 다뤄졌던 국제적 합의가 지금은 국가 지도자에 의해 쉽게 파기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의 발언은 지구온난화 대책인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국제기구에서 잇따라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미군이 이들 섬에 주둔하지 않는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확실하게 약속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에서 1956년 양국 공동선언을 토대로 평화조약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으나 러시아는 협의과정에서 일본이 반환을 희망하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약속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이런 전후 사정으로 보아 러시아가 냉전시대에 일방적으로 내놓았던 옛 소련의 각서를 들고 나온 것은 일본 측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