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인 난민인정률 0.4%…난민포용 놓고 논란 거셀 듯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난민법 시행·제주 무사증제로 향후에도 난민 몰릴 가능성
"전향적 자세 필요" vs "취업 때문에 온 가짜 난민" 등 찬반 양론 비등 올해 제주에 입국,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가운데 처음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이 나오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가 무사증(무비자) 지역인 데다 국제 관광지로서 항공·해상 교통 접근성이 좋아 난민신청이 반복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난민법이 시행되는 우리나라에 앞으로도 많은 난민신청자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난민신청을 한 484명에 대해 3차례 심사에서 2명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언론인 출신이어서 향후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고 56명은 단순 불인정 됐다.
신청포기자 등 14명은 직권 종료됐다.
내전을 겪는 예멘인들이 대거 국내로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자 난민수용 여부를 놓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큰 논란을 불렀다.
난민 인정심사와 체류 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이들 예멘인이 제주 외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도록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져 혼란이 더욱 커졌다.
지난 6월 20일에는 청와대까지 나서 예멘 난민수용 문제에 대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 입국부터 심사까지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있는 국가인 예멘이 내전에 휩싸이자 일부 국민이 고향을 등지고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내전이 격화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총 40명의 예멘인이 난민신청을 했고 이 중 14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그 이전 시기까지 합산하면 예멘인 난민 인정자는 전국적으로 26명에 달한다.
이번 제주출입국청 인정자 2명을 포함하면 예멘 국적 난민은 국내 총 28명으로 늘었다.
제주로 온 예멘인은 대부분 제주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직항 항공편을 이용했다.
같은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에서 장기 체류하다가 체류 기간이 지나자 제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한국이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데다 제주가 무사증(무비자) 지역이어서 제주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난민신청을 하면 심사결과 난민 자격이 불허되더라도 소송할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 말까지 제주에 온 예멘인은 500여명에 달했다.
그러자 제주출입국청은 6월 1일부터 예멘을 무사증 입국 대상 지역에서 제외했다. 제주에 온 예멘인 중 일부는 출도제한이 내려진 지난 4월 26일 이전에 다른 지역으로 나갔고 제주에 남은 예멘인은 출도제한에 묶여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자 제주에 머물며 난민신청을 했다.
난민신청자가 갑자기 불어난 것에 비교해 난민심사를 위한 인력은 부족했다.
예멘인 1명을 대상으로 난민심사관 1명, 보조 인력 1명, 전문 통역인 1명 등 총 4명이 메달려 6시간가량 난민심사를 진행했다.
신속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 6월 법무부가 직원 6명을 추가 배치했다.
법무부 소속 아랍어 전문 통역직원 2명도 추가 배치했다.
인력 추가 배치로 제주출입국청 난민 담당자는 기존 4명에서 총 10명으로 늘었다.
10명 중 5명은 심사 업무, 4명은 아랍어 통역, 나머지 1명은 심사 지원 업무를 맡았다.
난민심사에 속도를 높였으나 그 이후에도 최종적으로 심사를 마무리해 결과를 발표하는 데에는 6개월이 걸렸다.
제주출입국청은 난민심사 결과를 지난 9월과 10월, 12월로 세 차례에 걸쳐 나눠서 발표했다. ◇ 난민수용 두고 찬반 '팽팽'
비슷한 시기에 예멘인이 대거 제주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면서 난민수용 여부를 두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하게 설전을 벌였다.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불법 취업을 노린 '가짜 난민'을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범죄와 테러의 위험도 크다고 맞섰다.
바른나라세우기국민운동 제주지부 등 도내 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의 이향 사무총장은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 부여와 무사증 제도로 편법 난민신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본래 취지에 맞게 난민법을 개정해 불법 난민 사태를 해결하고 제주를 안전한 관광도시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으로 인정이 되면 내국인과 동등하게 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사회보장과 교육의 보장, 학력 인정, 자격인정 혜택도 부여된다.
반대 측에서는 이같은 난민 지위를 이용해 경제적인 목적으로 국내 체류하려는 외국인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또 난민의 취업으로 내국인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찬성 측에서는 난민법상 허용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신강협 소장은 "난민 혐오 주장은 오히려 평화의 섬 제주를 모욕하고 지역 분란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예멘 난민을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에게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전쟁을 피해 살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며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민인정에 대해 좀 더 수용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학계 주장도 있다.
지난 9월 15일 제주대에서 열린 한국입법정책학회 등의 '평화와 인권의 섬, 제주' 주제 토론회에서는 "전 세계 평균 난민인정률이 38%인데 반해 한국은 인정 비율이 지난해 기준 2%에 머물고 있다"는 연구결과 발표가 있었다.
학회에서는 "난민 관련 유럽 인권법원 판결과 비교하면 국내 판결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수준"이라며 "외국인도 생명권, 신체의 자유 등 절대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체류 관리체계 미흡·내국인 안전도 우려
정부는 예멘인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법질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지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은 국내 이민자가 한국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적응·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교육 과정이다.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경우 체류 예정지 관할 출입국외국인 관서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등이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멘토로 73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예멘 외 다른 국가 국민도 제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의 체류를 지원하고 관리할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 6월 380명이 넘던 예멘인 취업자가 한 달여 만인 7월부터는 230명 이하로 줄었다.
1차산업 분야 일에 서툴고 한국과 문화가 달라 사업장에서 잦은 마찰이 생겼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이유로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해고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난민 인정 심사를 진행할 인원이 부족한 외에 이의 제기 과정을 조기에 심의할 수 있는 체계마련도 필요하다.
정부는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이의 제기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지만 난민심판원 신설 문제는 사법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12명과 난민이 불허된 34명 등 예멘인 46명이 법무부에 최근 이의신청을 했다.
이들이 이의신청을 모두 마칠 때까지 최장 2년여가 걸린다.
현재까지 예멘인들이 제주에 체류하면서 내국인과 마찰로 인한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질적인 문화상충으로 인해 다툼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전향적 자세 필요" vs "취업 때문에 온 가짜 난민" 등 찬반 양론 비등 올해 제주에 입국,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가운데 처음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이 나오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가 무사증(무비자) 지역인 데다 국제 관광지로서 항공·해상 교통 접근성이 좋아 난민신청이 반복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난민법이 시행되는 우리나라에 앞으로도 많은 난민신청자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난민신청을 한 484명에 대해 3차례 심사에서 2명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언론인 출신이어서 향후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고 56명은 단순 불인정 됐다.
신청포기자 등 14명은 직권 종료됐다.
내전을 겪는 예멘인들이 대거 국내로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자 난민수용 여부를 놓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큰 논란을 불렀다.
난민 인정심사와 체류 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이들 예멘인이 제주 외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도록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져 혼란이 더욱 커졌다.
지난 6월 20일에는 청와대까지 나서 예멘 난민수용 문제에 대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 입국부터 심사까지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있는 국가인 예멘이 내전에 휩싸이자 일부 국민이 고향을 등지고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내전이 격화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총 40명의 예멘인이 난민신청을 했고 이 중 14명이 난민 인정을 받았다.
그 이전 시기까지 합산하면 예멘인 난민 인정자는 전국적으로 26명에 달한다.
이번 제주출입국청 인정자 2명을 포함하면 예멘 국적 난민은 국내 총 28명으로 늘었다.
제주로 온 예멘인은 대부분 제주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직항 항공편을 이용했다.
같은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에서 장기 체류하다가 체류 기간이 지나자 제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한국이 난민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데다 제주가 무사증(무비자) 지역이어서 제주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난민신청을 하면 심사결과 난민 자격이 불허되더라도 소송할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 말까지 제주에 온 예멘인은 500여명에 달했다.
그러자 제주출입국청은 6월 1일부터 예멘을 무사증 입국 대상 지역에서 제외했다. 제주에 온 예멘인 중 일부는 출도제한이 내려진 지난 4월 26일 이전에 다른 지역으로 나갔고 제주에 남은 예멘인은 출도제한에 묶여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자 제주에 머물며 난민신청을 했다.
난민신청자가 갑자기 불어난 것에 비교해 난민심사를 위한 인력은 부족했다.
예멘인 1명을 대상으로 난민심사관 1명, 보조 인력 1명, 전문 통역인 1명 등 총 4명이 메달려 6시간가량 난민심사를 진행했다.
신속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지난 6월 법무부가 직원 6명을 추가 배치했다.
법무부 소속 아랍어 전문 통역직원 2명도 추가 배치했다.
인력 추가 배치로 제주출입국청 난민 담당자는 기존 4명에서 총 10명으로 늘었다.
10명 중 5명은 심사 업무, 4명은 아랍어 통역, 나머지 1명은 심사 지원 업무를 맡았다.
난민심사에 속도를 높였으나 그 이후에도 최종적으로 심사를 마무리해 결과를 발표하는 데에는 6개월이 걸렸다.
제주출입국청은 난민심사 결과를 지난 9월과 10월, 12월로 세 차례에 걸쳐 나눠서 발표했다. ◇ 난민수용 두고 찬반 '팽팽'
비슷한 시기에 예멘인이 대거 제주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하면서 난민수용 여부를 두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팽팽하게 설전을 벌였다.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불법 취업을 노린 '가짜 난민'을 구분할 수 없을뿐더러 범죄와 테러의 위험도 크다고 맞섰다.
바른나라세우기국민운동 제주지부 등 도내 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의 이향 사무총장은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 부여와 무사증 제도로 편법 난민신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본래 취지에 맞게 난민법을 개정해 불법 난민 사태를 해결하고 제주를 안전한 관광도시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으로 인정이 되면 내국인과 동등하게 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사회보장과 교육의 보장, 학력 인정, 자격인정 혜택도 부여된다.
반대 측에서는 이같은 난민 지위를 이용해 경제적인 목적으로 국내 체류하려는 외국인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또 난민의 취업으로 내국인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찬성 측에서는 난민법상 허용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신강협 소장은 "난민 혐오 주장은 오히려 평화의 섬 제주를 모욕하고 지역 분란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예멘 난민을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에게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전쟁을 피해 살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며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민인정에 대해 좀 더 수용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학계 주장도 있다.
지난 9월 15일 제주대에서 열린 한국입법정책학회 등의 '평화와 인권의 섬, 제주' 주제 토론회에서는 "전 세계 평균 난민인정률이 38%인데 반해 한국은 인정 비율이 지난해 기준 2%에 머물고 있다"는 연구결과 발표가 있었다.
학회에서는 "난민 관련 유럽 인권법원 판결과 비교하면 국내 판결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수준"이라며 "외국인도 생명권, 신체의 자유 등 절대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체류 관리체계 미흡·내국인 안전도 우려
정부는 예멘인들이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법질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지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은 국내 이민자가 한국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적응·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교육 과정이다.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경우 체류 예정지 관할 출입국외국인 관서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등이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멘토로 73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예멘 외 다른 국가 국민도 제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의 체류를 지원하고 관리할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 6월 380명이 넘던 예멘인 취업자가 한 달여 만인 7월부터는 230명 이하로 줄었다.
1차산업 분야 일에 서툴고 한국과 문화가 달라 사업장에서 잦은 마찰이 생겼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이유로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해고되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난민 인정 심사를 진행할 인원이 부족한 외에 이의 제기 과정을 조기에 심의할 수 있는 체계마련도 필요하다.
정부는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이의 제기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지만 난민심판원 신설 문제는 사법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12명과 난민이 불허된 34명 등 예멘인 46명이 법무부에 최근 이의신청을 했다.
이들이 이의신청을 모두 마칠 때까지 최장 2년여가 걸린다.
현재까지 예멘인들이 제주에 체류하면서 내국인과 마찰로 인한 사건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질적인 문화상충으로 인해 다툼이 생길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