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부족은 기우에 불과
풍부한 첨단 안전·편의 사양
정숙성 떨어져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다.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8영업일 만에 2만 대 넘게 계약되는 등 초반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회사 측도 예상하지 못한 인기다.
최근 팰리세이드 2.2 디젤(경유) 모델을 타고 경기 용인시 일대 60㎞를 내달렸다. 직접 타보면서 인기 있는 이유를 찾아봤다.
팰리세이드는 멀리서 볼 때부터 존재감이 느껴졌다. 전장(길이)은 4980㎜, 전폭(폭) 1975㎜, 전고(높이) 1750㎜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차축 사이 간격)는 2900㎜에 달한다. 중형 SUV인 싼타페(4770㎜)보다 21㎝가량 길다.
특히 수직으로 이어지는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과 날렵한 헤드램프는 강인한 인상을 줬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플래그십(최상위) 팰리세이드만 쓸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차 문을 열자 팰리세이드의 강점 중 하나가 느껴졌다. 바로 ‘고급감’이다. 크래시패드(운전석 계기판부터 조수석 글러브박스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가죽을 입혔고, 은은한 메탈 소재를 활용했다.
도어 트림과 중앙 콘솔은 빗살무늬를 새겨넣어 품질이 뛰어났다. A필러(앞 창문과 운전석 사이 기둥)부터 실내 천장(루프), 트렁크 부분 C필러까지 부드러운 천을 덮었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들어서니 여유로운 주행 성능이 돋보였다. 세간의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최고 출력이 202마력, 최대 토크가 45.0㎏·m인 2.2 엔진은 커다란 몸집을 가볍게 밀어붙였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시속 100㎞를 훌쩍 넘어 힘 있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동승자는 “일상생활과 고속 주행 모두 충분한 수준”이라며 “속도를 내기 전혀 버겁지 않다”고 말했다.
풍부한 ‘안전·편의 사양’은 또 다른 장점이었다. 방향 지시등을 켜면 좌우 사각지대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 후진할 때 접근하는 차량을 감지해 먼저 제동하는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기능은 사고 위험을 크게 줄여줬다.
이뿐만 아니라 뒷좌석에 탄 사람과의 대화를 돕는 후석 대화모드, 안전하차보조, 후석 승객 알림, 차로유지 보조, 험로주행 모드 등이 탑재돼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시속 100㎞ 부근에서 풍절음(바람 가르는 소리)이 생각보다 커 귀에 거슬렸다. 이와 함께 차체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은 비교적 큰 편이었다. 센서로 소음을 감지해 상쇄하는 음파를 스피커로 내보내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신차용 미쉐린 타이어(OE)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대차는 최근 신차용 타이어 선정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L당 10.4㎞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 연비는 12.6㎞/L(18인치 휠·7인승 기준)다. 팰리세이드의 판매 가격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3475만~4177만원이다. 용인=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