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수수료 무료화로 월스트리트를 뒤흔들었던 미국 핀테크(금융기술) 회사 로빈후드(Robinhood)가 연 3%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 예금을 내놔 화제다. 연 3% 이자율은 JP모간체이스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이 평균적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 계좌에 연 0.06%, 적금에 연 0.09% 이자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30~50배나 높은 이자율이다. 설립 6년차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전통 은행과의 경쟁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빈후드는 13일(현지시간)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면서 연 3% 금리를 약속했다. 이 상품은 미국에선 일반적인 최저 예치 한도가 없으며 계좌유지 수수료, 체크카드 해외 사용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바이주 바트 로빈후드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연 3% 이자는 미끼용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장기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후드는 코스트코, 월그린, CVS 등 여러 소매점 체인을 통해 미 전역에 7만5000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확보했다. 미 예금보험공사(FDIC)가 아니라 증권투자자보호조합(SIPC)을 통해 25만달러까지 예금을 보호한다.

로빈후드는 예금을 미 국채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고객의 체크카드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이 회사는 대형 은행처럼 점포가 없고 고임금 인력도 적어 고정비 부담이 크지 않다. 미국에선 최근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대형 은행에서 잠자던 예금이 좀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스탠퍼드대 동기인 블라디미르 테네프와 바이주 바트가 2013년 4월 구글벤처스 등의 투자를 받아 설립했다. 증권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한 앱으로 고객 600만 명을 확보했다. 지난 5월 아이코닉, 세쿼이아캐피털 등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3억63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56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1월엔 수수료 없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시스템도 출시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