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공급' 관계로 끝나면 안돼…본사-가맹점은 한배 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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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프랜차이즈 산업
(3·끝) 프랜차이즈 산업 '툭하면 갑질' 논란 왜
140만명 일자리 달린 산업
김가네·본죽·크린토피아 등 창업자의 치열한 혁신 성과
일부 갑질에 매도 당해선 안돼
기형적 '한국형 모델' 극복해야
단순히 물품조달 관계로 전락…치즈 통행세·마진 폭리 불러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시급
(3·끝) 프랜차이즈 산업 '툭하면 갑질' 논란 왜
140만명 일자리 달린 산업
김가네·본죽·크린토피아 등 창업자의 치열한 혁신 성과
일부 갑질에 매도 당해선 안돼
기형적 '한국형 모델' 극복해야
단순히 물품조달 관계로 전락…치즈 통행세·마진 폭리 불러
지속 성장 가능한 시스템 시급
미국은 프랜차이즈 대국이다. 지난해 기준 73만여 개의 본사가 약 900만 명을 고용했다. 연간 6740억달러(약 761조3504억원)의 매출을 낸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도 곧잘 ‘결혼생활’에 비유된다. 본사와 가맹점이 △서로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사업 초반의 허니문 시기 △안정적인 성장발전 단계의 시기 △중년의 권태기 등이 신뢰와 헌신을 바탕으로 한 부부와 닮았기 때문이다.
4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형 프랜차이즈 모델에도 체계적인 분석과 이에 따른 관계 혁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0만 명의 일자리가 달려 있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백년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태생이 다른 ‘한국식 프랜차이즈’ 모델
한국형 프랜차이즈는 외식 문화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 생겨났다. 1세대 창업자들은 대부분 ‘동네 식당’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다. 장사가 잘되고 맛이 좋으니 ‘나도 그 간판 달고 하게 해달라’는 친인척과 지인들의 요청으로 2호점, 3호점을 낸 게 씨앗이 됐다. 프랜차이즈 업종이 음식점업에 80% 이상 쏠려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내 프랜차이즈가 초창기부터 외국 프랜차이즈의 경영 방식과 철학 등을 배우지 못한 채 짧은 시간 덩치가 커지며 잡음이 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는 매출의 일정 비율만큼을 본사와 가맹점이 나누는 로열티 구조가 아니다. 본사가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고 그 가격을 청구하는 식의 물류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치즈 통행세’ ‘마진 폭리’ 등이 논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돈을 잘 버는 가맹점은 불만이 없지만, 수익이 떨어지는 가맹점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한 경쟁이 점주들에게 ‘땀과 눈물’을 요구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30~40년 만에 국내 외식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자율적 경쟁 결과라는 것이다. ‘김가네’는 김밥 만드는 조리대를 매장 입구에 배치해 재료의 신선함과 깨끗한 조리 과정을 공개했다. 이후 대부분의 김밥집이 ‘오픈키친’ 방식을 따라왔다. ‘크린토피아’는 1997년 창업 당시 와이셔츠 세탁비용을 일반 세탁소의 반값 이하로 낮춰 소비자 권익을 높였다. BBQ·교촌치킨·페리카나·멕시칸 등은 서로 경쟁하며 한국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치킨을 소비하는 ‘치킨 대국’으로 만들었다. ‘파리바게뜨’는 공장에서 만든 빵 위주의 단순했던 빵 소비 문화를 매장에서 바로 굽는 고급 베이커리 문화로 다양화, 대중화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창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식품 문화의 혁신을 이끈 측면이 존재한다”며 “갑질 논란으로 싸잡아 혁신의 결과물까지 퇴색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부와 같은 관계 맺기 필요”
프랜차이즈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본사와 가맹점 간 △심리적·경제적 만족도 △신뢰도 △상호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 호텔관광학과 종신교수 겸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장은 최근 ‘지속가능한 프랜차이즈 관계 모델’이라는 학술지 기고문에서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모두 다루는 복잡한 프랜차이즈업의 특성상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본사가 잘해야 가맹점이 살고, 가맹점이 잘해야 본사도 살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며 “가맹점주가 정서적·경제적 만족감과 신뢰를 얻지 못하는 순간 ‘프리 라이더’로 전락해 위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본사와 가맹점이 계약서상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그 이상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4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형 프랜차이즈 모델에도 체계적인 분석과 이에 따른 관계 혁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0만 명의 일자리가 달려 있는 프랜차이즈 산업을 ‘백년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태생이 다른 ‘한국식 프랜차이즈’ 모델
한국형 프랜차이즈는 외식 문화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 생겨났다. 1세대 창업자들은 대부분 ‘동네 식당’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다. 장사가 잘되고 맛이 좋으니 ‘나도 그 간판 달고 하게 해달라’는 친인척과 지인들의 요청으로 2호점, 3호점을 낸 게 씨앗이 됐다. 프랜차이즈 업종이 음식점업에 80% 이상 쏠려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내 프랜차이즈가 초창기부터 외국 프랜차이즈의 경영 방식과 철학 등을 배우지 못한 채 짧은 시간 덩치가 커지며 잡음이 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는 매출의 일정 비율만큼을 본사와 가맹점이 나누는 로열티 구조가 아니다. 본사가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하고 그 가격을 청구하는 식의 물류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치즈 통행세’ ‘마진 폭리’ 등이 논란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돈을 잘 버는 가맹점은 불만이 없지만, 수익이 떨어지는 가맹점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한 경쟁이 점주들에게 ‘땀과 눈물’을 요구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30~40년 만에 국내 외식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자율적 경쟁 결과라는 것이다. ‘김가네’는 김밥 만드는 조리대를 매장 입구에 배치해 재료의 신선함과 깨끗한 조리 과정을 공개했다. 이후 대부분의 김밥집이 ‘오픈키친’ 방식을 따라왔다. ‘크린토피아’는 1997년 창업 당시 와이셔츠 세탁비용을 일반 세탁소의 반값 이하로 낮춰 소비자 권익을 높였다. BBQ·교촌치킨·페리카나·멕시칸 등은 서로 경쟁하며 한국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치킨을 소비하는 ‘치킨 대국’으로 만들었다. ‘파리바게뜨’는 공장에서 만든 빵 위주의 단순했던 빵 소비 문화를 매장에서 바로 굽는 고급 베이커리 문화로 다양화, 대중화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창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식품 문화의 혁신을 이끈 측면이 존재한다”며 “갑질 논란으로 싸잡아 혁신의 결과물까지 퇴색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부와 같은 관계 맺기 필요”
프랜차이즈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본사와 가맹점 간 △심리적·경제적 만족도 △신뢰도 △상호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 호텔관광학과 종신교수 겸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장은 최근 ‘지속가능한 프랜차이즈 관계 모델’이라는 학술지 기고문에서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모두 다루는 복잡한 프랜차이즈업의 특성상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본사가 잘해야 가맹점이 살고, 가맹점이 잘해야 본사도 살 수 있는 운명공동체”라며 “가맹점주가 정서적·경제적 만족감과 신뢰를 얻지 못하는 순간 ‘프리 라이더’로 전락해 위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본사와 가맹점이 계약서상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그 이상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