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2대주주 행동주의펀드와 '정면 충돌'

KCGI "차입금 증액 중단하라"

한진칼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9%를 확보, 2대주주로 올라선 행동주의 펀드(KCGI)가 한진칼의 경영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한진칼도 공식 입장을 내놓고 '부당한 경영 간섭'이라고 꼬집었다.

KCGI가 운용 중인 투자목적회사 그레이홀딩스는 14일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 이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지난 5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단기차입금 증액 관련 행위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라고 했다.

한진칼은 이달 초 금융감독원 공정공시를 통해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증액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CGI는 그러나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액은 700억원에 불과하고 기존 단기차입금 1650억원은 만기 연장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단기차입금 총액을 두 배가량 늘리는 것을 정상적인 경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단기차입금 증액 시도가 추후 감사선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는 게 KCGI의 주장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이 2조원을 넘을 경우엔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 수 있는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도입, 설치해야 한다.

KCGI의 주장에 따르면 한진칼이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해 차입금을 늘리기로 했다는 것.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만 3%로 제한되지만,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면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묶이는 점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진칼은 "차입금 조달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KCGI의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진칼은 "이미 공시한 내용과 같이 올해 12월 700억원, 내년 2월과 3월에 각각 400억원과 750억원가량의 만기 도래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며 "특히 과거와 달리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차입금을 증액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 자금 유동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영 활동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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