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관중 시상식까지 자리 지켜…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 방불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박항서 감독은 16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1-0으로 이겨 1, 2차전 합계 3-2 승리로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우승을 확정하자 격한 어퍼컷 세리머니로 감격을 표현했다.
이어 코칭스태프로 우승을 합작한 이영진 수석코치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선수들도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환호한 뒤 코치진,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최고의 순간을 즐겼다.
선수들은 어깨에 베트남 국기를 둘렀고, 태극기를 든 선수도 눈에 띄기도 했다.
4만여석의 스탠드를 가득 메운 홈 관중들도 환호하며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시상대 위에 올라선 선수들이 옆에 놓여있는 트로피에 입을 맞춘 반면 박항서 감독은 손으로 살짝 어루만지는 것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박 감독은 이날 귀빈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후 시상자로 나선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결승을 앞두고 '우승을 기대한다'며 격려 편지를 보냈던 푹 총리는 박 감독에게 메달을 걸어준 뒤 다정하게 포옹했다.
푹 총리는 이어 왼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정상 탈환을 이끈 박 감독을 치하했다.
박 감독과 우승을 함께 한 이영진 수석코치, 배명호 피지컬트레이너, 공식 직함 없이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재활을 도운 최주영 재활트레이너와도 포옹했다.
관중석을 빨간 물결로 채운 홈 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1-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들어가 우승이 가시화되자 4만여 관중이 전원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선수들을 응원했다.
자비를 들여 베트남까지 날아가 응원전을 펼친 '태극 얼굴' 박용식 레드앤젤 응원단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 물결로 채웠던 광화문 광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면서 "저를 보고 '한국을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현지 한인회의 도움을 받아 70만 원짜리 입장권을 사서 가까스로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팬들로부터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면서 "베트남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박항서 감독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