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족 '슬로 라이프' 속으로…골목마다 먹거리·목조예술품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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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낭만에 젖고 예술에 물드는 대만
타이베이 남쪽 방향 3번 국도 따라
산 많고 골 깊은 곳 '하카족" 터전
'탁씨네 작은 집' 염색 체험 인기
라오제 옛거리마다 전통문화 가득
편백나무 목조예술촌 들러볼 만
낭만에 젖고 예술에 물드는 대만
타이베이 남쪽 방향 3번 국도 따라
산 많고 골 깊은 곳 '하카족" 터전
'탁씨네 작은 집' 염색 체험 인기
라오제 옛거리마다 전통문화 가득
편백나무 목조예술촌 들러볼 만
천천히 다녀야만 하는 곳들이 분명히 있다. 하카족(객가족이라고도 한다)의 느린 숨결과 닿아있는 대만의 3번 국도에서의 여정이 그렇다. 서정과 우수가 짙게 밴 옛 골목에서, 아름다운 예술품을 빚어내는 장인들의 손끝에서, 수수하지만 가볍지 않은 풍경과 음식 앞에서 순수해지는 영혼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이런 곳도 있다.
하카족의 문화와 삶이 녹아 있는 3번 국도
대만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는 하카족은 중국에서 이주해 온 한족의 한 갈래다. 처음 산 넘고 바다 건너 대만에 들어온 하카인들은 정착에 애를 먹었다. 이 땅에서 살고 있던 기존 사람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하카 사람들은 척박한 산중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보통의 삶을 영위해 내는 데만도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곳들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부지런함과 영민한 두뇌를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고 대만 사회에서 곧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요직에 진출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이 대를 거쳐 꾸준하게 배출됐다. 현 대만 총통인 차이잉원도 하카족이다. 그 때문인지 하카 사람들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울러 그것을 보존하고 지켜가는 데도 열심이다. 타이베이를 기점으로 남쪽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모습들이 가감 없이 전해진다. 특히 산이 많고 골이 깊어 하카 사람들이 많이 몰렸던 먀오리, 신주, 타오위안 등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지역은 최근 ‘슬로 시티’로, 하카 문화 발신의 전초기지로 차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연 속에 터를 잡고 살았던 영향 때문일까?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유독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하카족 사람과 가게를 많이 접하게 된다. 먀오리현의 싼이(三義)향에 있는 ‘쭈오예샤오우(卓也小屋)’도 그중 하나다. 이곳은 친환경적인 염색제품과 오가닉 푸드로 현지인들에게 소문난 곳이다. ‘탁씨네 작은집’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3만㎡를 넘는 넓은 부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문자들은 ‘쪽 염색’ 체험도 할 수 있다. 간단한 과정을 거쳐 30분 정도면 예쁜 무늬의 손수건 하나가 완성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천연 염색 제품을 만들어 내자면 쪽물에 담그고 빼기를 수십 번, 손도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 오묘하고 깊은 색감이 감탄을 자아낸다. “쪽 염색에 쓰이는 재료는 산람과 아쌈의 잎입니다. 이를 통해 예쁜 색깔도 얻을 수 있지만, 기능적인 면도 매우 뛰어납니다. 이 잎들의 성분은 방충에 효과가 있어요. 벌레들이 아주 싫어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살아나가고 일을 해야만 했던 하카 사람들이 이 잎으로 염색한 옷을 즐겨 입었던 것은 그래서예요.” 쭈오예샤오우의 주인인 여사장 탁씨는 이렇게 말한 후 힘주어 덧붙였다.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이런 자연의 것들이 언젠가는 인공적인 도시의 것들을 이길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요.”
식초를 연구하는 아내, 예술가 남편
먀오리현의 농촌 한구석에 있는 ‘라이탕야 가정미술관(賴唐鴉家庭美術館)’에서 만난 부부 또한 자연을 사랑하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다. 서예와 조소를 공부한 남편과 생물학을 전공한 아내는 이 지역 환경에 반해 귀농을 결심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식초를 연구하고 생산하기 시작했다. 매실, 포도, 감귤, 올리브, 오엽송, 사과 등을 재료로 한 발효식초로 종류만도 12가지나 된다. 식초가 완성되기까지는 1년의 세월이 걸리고, 두 번의 발효과정을 거친다. 첫 발효과정인 6개월 동안 알코올 성분 가득한 술이 되고, 두 번째 6개월을 거치며 비로소 식초가 된다. 남은 재료는 모두 비료로 사용된다고 하니 알고 보면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식초 제조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집의 식초는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예술가인 남편 라이탕야 씨의 다양한 조각 작품도 인상적이다. 특히 나비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궁금했는데 사연은 이렇다. 이 동네에는 벌레가 많다. 식초에 사용되는 과일나무를 재배하면서 농약을 조금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벌레가 많은 곳은 필연적으로 나비들이 좋아하는 환경이 된다. 즉 나비는 유기농과 청정지역의 상징이다. 그리고 부부가 꿈꾸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전령사다. 이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는 천연 염색한 옷을 손수 지어 입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음식을 먹으며, 이웃주민에게 무농약 농사를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결과는 마치 그들이 만드는 식초처럼 잘 발효된 듯하다. 이 동네가 나비들의 천국이 된 것을 보면 말이다.
전통이 숨쉬는, 걷고 싶은 옛 거리들
라오제(老街)는 옛 거리라는 의미다. 3번 국도를 따라 떠나는 여행에서 라오제 산책은 빼놓을 수 없다. 골목마다 많은 시간이 쌓였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오가며, 하카족의 문화가 깃든 장소들이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 먀오리현의 동북쪽은 하카인들이 특히 많이 산다. 그들의 문화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곳의 중심가였던 난좡라오제를 걷다 보면 이런 분위기가 쉽게 전해진다. 옛 거리의 입구는 거대한 현수교와 맞닿아 있다. 이름은 ‘캉지댜오차오(康濟吊橋)’. 154m 길이의 다리는 산에서 벤 나무들을 마을까지 원활하게 운반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타임슬립이다. 백 년이 지난 만물상과 우체국, 1868년에 문을 연 학교, 200년 전의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는 간판들이 줄줄이 나타나 가슴 설렌다. 본래 이 거리는 13채의 가옥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를 기념하듯 당시의 자리는 ‘13간 노가(十三間老街)’라는
커다란 글씨와 함께 디자인됐다. 라오제의 중심에 서 있는 난좡극장은 시간의 흐름에 비켜서 있는 이 거리 산책의 백미다. 처음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외관과 더불어 과거 사용됐던 영화 관련 소품 등을 전시한 내부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하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범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기념사진의 스폿으로 외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신주의 베이푸라오제는 반경 250m 거리에 고적으로 지정된 유산만 5개가 있을 정도로 예스러운 정취가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이에 더해 하카의 전통차(茶)인 ‘레이차’로도 유명하다. 이 음료는 땅콩, 참깨, 콩 등을 갈아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데 미숫가루와 같은 걸쭉함과 고소함이 입안을 감싼다. 곡물이 가득 들어간 덕분에 건강에 좋고 허기를 달래기에도 그만이다. 직접 만들어 볼 기회도 가질 수 있지만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체크포인트. 싼컹라오제는 타오위안에 있는 옛 거리다. 동네 주변은 하카족이 제일 먼저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라오제들과 달리 벽돌로 지은 집들이 많이 보여 이색적이다. 교역을 통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이런 식의 가옥이 들어섰다는 귀띔이다. 100m가 채 되지 않는 거리로 대만에서는 가장 짧은 올드 스트리트다. 그래도 골목마다 숨어있는 사연과 세월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다.
예술 정신, 하카 문화를 빛내다
먀오리현의 싼이 지역은 나무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나무천지다. 길고 곧은 나무들이 사방에 가득하다. 이곳에 목조 예술 마을이 들어선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대만의 목조 예술을 이끌 목적으로 한 건설 회사에서 조성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예술가들만 20여 명. 주로 대만예술대학 동문이다. 작은 마을에 많은 예술가가 터를 잡다 보니 재료 수급도 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흥정도 가능한 집적효과가 생겼다. 정보 공유도 부산물처럼 따라왔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목조 예술품은 대부분 편백을 사용한다. 대만에서 많이 나는 품종이라 구하기 쉽고 유약을 빠르게 흡수해서 작품을 만들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싼이 목조예술촌의 끝은 목조박물관과 갤러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아트누트리 갤러리(Artnutri Gallery)’의 작품들은 재미있고 수준도 높아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만=글·사진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
하카족의 문화와 삶이 녹아 있는 3번 국도
대만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는 하카족은 중국에서 이주해 온 한족의 한 갈래다. 처음 산 넘고 바다 건너 대만에 들어온 하카인들은 정착에 애를 먹었다. 이 땅에서 살고 있던 기존 사람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하카 사람들은 척박한 산중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보통의 삶을 영위해 내는 데만도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곳들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부지런함과 영민한 두뇌를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고 대만 사회에서 곧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요직에 진출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이 대를 거쳐 꾸준하게 배출됐다. 현 대만 총통인 차이잉원도 하카족이다. 그 때문인지 하카 사람들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울러 그것을 보존하고 지켜가는 데도 열심이다. 타이베이를 기점으로 남쪽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모습들이 가감 없이 전해진다. 특히 산이 많고 골이 깊어 하카 사람들이 많이 몰렸던 먀오리, 신주, 타오위안 등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지역은 최근 ‘슬로 시티’로, 하카 문화 발신의 전초기지로 차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자연 속에 터를 잡고 살았던 영향 때문일까?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유독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하카족 사람과 가게를 많이 접하게 된다. 먀오리현의 싼이(三義)향에 있는 ‘쭈오예샤오우(卓也小屋)’도 그중 하나다. 이곳은 친환경적인 염색제품과 오가닉 푸드로 현지인들에게 소문난 곳이다. ‘탁씨네 작은집’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3만㎡를 넘는 넓은 부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문자들은 ‘쪽 염색’ 체험도 할 수 있다. 간단한 과정을 거쳐 30분 정도면 예쁜 무늬의 손수건 하나가 완성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천연 염색 제품을 만들어 내자면 쪽물에 담그고 빼기를 수십 번, 손도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 오묘하고 깊은 색감이 감탄을 자아낸다. “쪽 염색에 쓰이는 재료는 산람과 아쌈의 잎입니다. 이를 통해 예쁜 색깔도 얻을 수 있지만, 기능적인 면도 매우 뛰어납니다. 이 잎들의 성분은 방충에 효과가 있어요. 벌레들이 아주 싫어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살아나가고 일을 해야만 했던 하카 사람들이 이 잎으로 염색한 옷을 즐겨 입었던 것은 그래서예요.” 쭈오예샤오우의 주인인 여사장 탁씨는 이렇게 말한 후 힘주어 덧붙였다.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이런 자연의 것들이 언젠가는 인공적인 도시의 것들을 이길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요.”
식초를 연구하는 아내, 예술가 남편
먀오리현의 농촌 한구석에 있는 ‘라이탕야 가정미술관(賴唐鴉家庭美術館)’에서 만난 부부 또한 자연을 사랑하는 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다. 서예와 조소를 공부한 남편과 생물학을 전공한 아내는 이 지역 환경에 반해 귀농을 결심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식초를 연구하고 생산하기 시작했다. 매실, 포도, 감귤, 올리브, 오엽송, 사과 등을 재료로 한 발효식초로 종류만도 12가지나 된다. 식초가 완성되기까지는 1년의 세월이 걸리고, 두 번의 발효과정을 거친다. 첫 발효과정인 6개월 동안 알코올 성분 가득한 술이 되고, 두 번째 6개월을 거치며 비로소 식초가 된다. 남은 재료는 모두 비료로 사용된다고 하니 알고 보면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식초 제조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집의 식초는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예술가인 남편 라이탕야 씨의 다양한 조각 작품도 인상적이다. 특히 나비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궁금했는데 사연은 이렇다. 이 동네에는 벌레가 많다. 식초에 사용되는 과일나무를 재배하면서 농약을 조금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벌레가 많은 곳은 필연적으로 나비들이 좋아하는 환경이 된다. 즉 나비는 유기농과 청정지역의 상징이다. 그리고 부부가 꿈꾸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전령사다. 이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는 천연 염색한 옷을 손수 지어 입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음식을 먹으며, 이웃주민에게 무농약 농사를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결과는 마치 그들이 만드는 식초처럼 잘 발효된 듯하다. 이 동네가 나비들의 천국이 된 것을 보면 말이다.
전통이 숨쉬는, 걷고 싶은 옛 거리들
라오제(老街)는 옛 거리라는 의미다. 3번 국도를 따라 떠나는 여행에서 라오제 산책은 빼놓을 수 없다. 골목마다 많은 시간이 쌓였고,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오가며, 하카족의 문화가 깃든 장소들이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 먀오리현의 동북쪽은 하카인들이 특히 많이 산다. 그들의 문화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곳의 중심가였던 난좡라오제를 걷다 보면 이런 분위기가 쉽게 전해진다. 옛 거리의 입구는 거대한 현수교와 맞닿아 있다. 이름은 ‘캉지댜오차오(康濟吊橋)’. 154m 길이의 다리는 산에서 벤 나무들을 마을까지 원활하게 운반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타임슬립이다. 백 년이 지난 만물상과 우체국, 1868년에 문을 연 학교, 200년 전의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는 간판들이 줄줄이 나타나 가슴 설렌다. 본래 이 거리는 13채의 가옥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를 기념하듯 당시의 자리는 ‘13간 노가(十三間老街)’라는
커다란 글씨와 함께 디자인됐다. 라오제의 중심에 서 있는 난좡극장은 시간의 흐름에 비켜서 있는 이 거리 산책의 백미다. 처음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외관과 더불어 과거 사용됐던 영화 관련 소품 등을 전시한 내부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은 하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범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기념사진의 스폿으로 외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신주의 베이푸라오제는 반경 250m 거리에 고적으로 지정된 유산만 5개가 있을 정도로 예스러운 정취가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이에 더해 하카의 전통차(茶)인 ‘레이차’로도 유명하다. 이 음료는 땅콩, 참깨, 콩 등을 갈아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데 미숫가루와 같은 걸쭉함과 고소함이 입안을 감싼다. 곡물이 가득 들어간 덕분에 건강에 좋고 허기를 달래기에도 그만이다. 직접 만들어 볼 기회도 가질 수 있지만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체크포인트. 싼컹라오제는 타오위안에 있는 옛 거리다. 동네 주변은 하카족이 제일 먼저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라오제들과 달리 벽돌로 지은 집들이 많이 보여 이색적이다. 교역을 통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이런 식의 가옥이 들어섰다는 귀띔이다. 100m가 채 되지 않는 거리로 대만에서는 가장 짧은 올드 스트리트다. 그래도 골목마다 숨어있는 사연과 세월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다.
예술 정신, 하카 문화를 빛내다
먀오리현의 싼이 지역은 나무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나무천지다. 길고 곧은 나무들이 사방에 가득하다. 이곳에 목조 예술 마을이 들어선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대만의 목조 예술을 이끌 목적으로 한 건설 회사에서 조성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예술가들만 20여 명. 주로 대만예술대학 동문이다. 작은 마을에 많은 예술가가 터를 잡다 보니 재료 수급도 쉽고 저렴한 가격으로 흥정도 가능한 집적효과가 생겼다. 정보 공유도 부산물처럼 따라왔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목조 예술품은 대부분 편백을 사용한다. 대만에서 많이 나는 품종이라 구하기 쉽고 유약을 빠르게 흡수해서 작품을 만들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싼이 목조예술촌의 끝은 목조박물관과 갤러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아트누트리 갤러리(Artnutri Gallery)’의 작품들은 재미있고 수준도 높아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만=글·사진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