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환대받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리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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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께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이같은 푸념을 털어놨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빈소를 방문한 뒤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이 씨의 부모는 같은 날 오후 민주노총 등 70개 단체로 구성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 준비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씨는 기자회견에서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습니다. 그런 곳인 줄 알았더라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어요.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라며 오열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어루만지고 싶었던 이들은 태안이 아닌 서울에 올라와 있던 고인의 부모가 아니었을까.
엇갈린 조문은 끝까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애도의 뜻을 전하러 간 이 수석의 태도가 유가족의 화를 키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현장에 도착한 이 수석은 김씨 동료와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노동자들이 대통령을 만나자고 할 때는 안 오더니, 사람이 죽어야 오느냐”며 한동안 진입을 막았다. “김용균의 나이가 몇 살인지나 알고 이곳을 방문한 것이냐”고 수차례 묻기도 했다. 당황한 이 수석은 “나이 같은 것은 묻지 말라”고 답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기본적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방문했다며 항의하는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토론하자는 게 아니지 않냐”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들이 논란이 일자 “표현이 잘못됐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