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개혁·개방 40년,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지 40년 됐다. 중국 공산당은 1978년 12월 제11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열어 개혁·개방을 본격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마오쩌둥 시대의 종식과 덩샤오핑 개혁·개방 시대 개막을 선포했다. 3중전회를 ‘위대한 전환’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개혁·개방의 성과는 눈부시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8억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샤넬, 구찌 등 글로벌 명품의 32%를 소비한다. 포천 선정 500대 글로벌 기업 톱5 중 3개가 중국 기업이다. 세계 50대 항구 중 13개가 중국에 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9차 당 대회에서 ‘신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세계 선두국가로 약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산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정치개혁은 공수표가 됐다. 데이비드 샴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주장처럼 ‘경성 권위주의(hard authoritarianism)’만 심화됐을 따름이다. 규율, 안보와 치안 유지는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이 됐다. 성장의 과실을 줄 테니 정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목격되는 인권 침해 사례는 개혁 정치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은 시장 개혁과 경제·개방을 흔들림 없이 추구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서구식 시장 개혁보다는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 틀 내에서의 보수적 개혁을 지향한다. 시장 경쟁과 정부 간섭을 줄여야 한다는 정통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소위 ‘중국 모델’을 추구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민영경제의 영향력을 줄이고 공공 부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시장, 친기업 정책에서 후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은 “개혁·개방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엄중히 경고한다.

워싱턴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한다. 중국의 친시장 권위주의가 옛 소련의 공산주의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정치권이 지지를 보내는 것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계속하고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절취하는 ‘나쁜 국가’라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를 불허한 것은 무차별적인 ‘기술 사냥’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중국은 성장의 추동력을 제조에서 혁신으로 바꾸려는 담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글로벌 20대 인터넷 기업 중 11개가 중국에 있다. 선전, 광둥, 홍콩을 연결해 실리콘밸리에 대항할 수 있는 경제권을 조성 중이다. 8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인공지능, 드론, 모바일결제 부문에서 지구촌을 선도한다. 하이디라오, 바이트댄스, 메이퇀 뎬핑 같이 기업 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유니콘’이 매주 두 개씩 탄생한다.

반면에 5억 인구가 아직도 매일 5.5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동서 간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다. 부정부패와 소득불평등 문제도 만만치 않다. 국유기업의 ‘좀비화’가 도를 넘어섰다. ‘철밥통’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전문가 랜스 노블은 정부 지원이 중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된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 시읍(市邑) 일자리의 80% 이상을 민간 부문이 창출한다. 관 주도 경제론은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따름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정부와 연애하라. 그러나 결혼하지는 말라”며 민영기업 역할론을 강조한다. 바링허우(1980년대생), 주링허우(1990년대생) 세대는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소황제로 불리며 풍족한 삶을 영위해왔다. 젊은 세대의 바람과 배치되는 권위주의 통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지에 미래가 달렸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본 유출이 급증하고 있다. 2014년 3240억달러에서 2015년 6760억달러, 2016년 7250억달러로 증가했다. 미·중 양국 간 긴장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접점을 찾지 못하면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무역전쟁의 부작용은 커져 가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처변불경(處變不驚). 상황이 어려워도 흔들림이 없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