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동원해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 고사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동서냉전 당시 활약한 정보 동맹이 나서 중국과의 사이버 신냉전에 돌입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일본과 독일까지 미국의 화웨이 봉쇄에 앞다퉈 가세하고 있다.
美, '화웨이 고사작전'에 첩보동맹국 총동원…日·佛도 가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포함, 파이브 아이즈에 소속된 5개국 정보기관 수장이 지난 7월 캐나다에서 회의를 열고 “통신 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해 화웨이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의 사이버 스파이 확대 및 군비 확장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 아이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결성돼 동서 냉전 때 활약한 정보 공유 동맹이다. 냉전 이후 시들해졌다가 9·11 테러 이후 부활했다. 캐나다 정보국인 CSI의 데이비드 비뇨 국장은 이달 초 “5세대(5G) 이동통신과 같은 분야에서 국가가 후원하는 간첩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보기관인 MI6의 알렉스 영어 국장도 “화웨이가 얼마나 쉽게 영국 내에 5G 네트워크를 공급할 수 있게 할지 정부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브 아이즈 회의 후 미국과 동맹국의 화웨이 봉쇄는 노골화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미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선언했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도 5G 네트워크 장비를 화웨이에서 사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다른 동맹국 정부 및 기업에도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장비를 쓰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도 협조를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정부의 화웨이 고사 작전은 전방위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4일 미국 이동통신 3, 4위 기업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을 승인받는 대신 화웨이 제품을 사지 않기로 미 당국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의 영향은 독일, 일본까지 미치는 분위기다. T모바일의 대주주는 독일 도이체텔레콤이고, 스프린트 대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여서다. 그동안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중 유일하게 4세대(4G) 통신장비에서 화웨이 제품을 써온 소프트뱅크는 최근 4G와 5G 모두에서 중국산 사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또 화웨이 통신장비를 대거 사용해온 도이치텔레콤도 14일 “현재의 장비 조달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인 오랑주는 14일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화웨이 견제에 나선 건 2012년께부터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1년간 조사를 거쳐 “화웨이 통신 장비가 미국의 보안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후 모든 행정기관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올 들어선 AT&T 등이 정부 요청으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도 중단했다.

WSJ는 중국 해커들이 지난 18개월간 미국 해군과 계약한 기관·업체를 해킹해 미사일 계획, 함정 관리 데이터와 같은 군사기밀을 훔쳤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미 정부와 기업 컴퓨터를 해킹해 각종 기밀을 절취해온 중국 해커들의 기소 등 대응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노란조끼 시위’를 부추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시위 때 쓰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조사하고 있다.

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