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구조 바꾸려면 전기요금 개편 필수"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너무 많이 쓰는 구조를 이제는 고칠 때가 됐습니다. 특히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김진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전문가모임) 총괄위원장(사진)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전을 줄이더라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 작성을 총괄했다. 권고안의 핵심은 ‘2040년 에너지 소비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억제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작년 7.6%에서 2040년 25~40%까지 늘리자’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탈(脫)원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려고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경제가 성장하면 에너지 소비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은 0.1%, 일본은 0.7% 에너지 소비가 줄었다”며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2%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수입량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를 디커플링(분리)해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건물, 수송 분야는 에너지 낭비를 막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기요금 등 왜곡된 에너지 가격 구조를 바로잡는 일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상품이든 도매가격이 움직이면 당연히 소매가격도 바뀌어야 하는데 전기는 그렇지 않다”며 “정부 규제 영향으로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가 늘어도 전기요금엔 변동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등을 권고안에 담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에너지 가격 구조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면 전력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요 관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전의 전기 판매 독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선진국은 공기업 외에 다양한 민간기업이 소비자에게 전기를 팔고 소비자는 입맛에 맞게 회사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자연히 전기 소비가 효율화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은 2016년 전력시장을 민간에 개방한 이후 전기요금이 10% 절감됐다”며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킹그룹이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5~40% ‘범위’로 제시했지만 40%까지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땅, 일조량 등 공급 여건 측면에선 최대 40%까지 늘릴 잠재력이 있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 설비투자를 확 늘려야 하고 기술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목표를 범위로 제시하되 정부가 경제적, 기술적 측면을 추가 검토해 현실적인 수치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이 약한 상황에서 공급을 크게 늘리면 외국 기업 배만 불린다는 지적에는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이 외국보다 부족한 것은 맞다”며 “풍력은 기술경쟁력, 태양광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의미에서 해외 의존형 에너지 체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선 “세계의 흐름을 봐도 원전을 줄이는 방향은 맞다”며 “하지만 그 속도가 빠르면 세계적인 수준의 원전산업 경쟁력이 무너진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산업 생태계를 유지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