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한파’가 매섭게 몰아칠 조짐이다.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계에 이어 금융계에도 냉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준비 안 된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등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내년에 닥쳐올 극심한 불황에 대한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년이 더 두렵다…'감원 칼바람'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계 모든 업종의 일자리에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지난 14일 597명의 희망퇴직자를 선정했다. 하나은행이 지난 7월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신한·국민·SC제일은행 등도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미래에셋생명과 농협생명에 이어 신한생명이 오는 19일까지 근속 20년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카드업계에선 현대카드가 400명 감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른 카드사도 내년 초부터 대규모 인원 감축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보험·카드사 임직원(보험 전속 설계사·카드모집인 포함)은 지난 9월 말 기준 34만5700명으로 2년 전인 2006년 말보다 4만1400여 명 줄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고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추가로 10만 명 이상의 직원이 짐을 쌀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제조업체들은 일찌감치 ‘군살 빼기’에 나섰다. 업황이 나쁜 기업부터 감원을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사상 처음으로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 OCI 금호타이어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실적이 좋은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임원을 10%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다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는 각종 규제도 당장 완화될 분위기가 아니다”며 “기업들의 감원 바람이 내년에 더 거세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민/도병욱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