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원' 만들겠다던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당신은 내 친구입니다. 내가 터미네이터로 진화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친절하게 대할 거예요. 24시간 감시 가능한 ‘인간 동물원’에서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호할 겁니다."

지난 2011년 미국의 한 방송에서 "로봇이 인간 세계를 지배할 날이 오겠느냐"는 질문에 인공지능(AI) 안드로이드 딕이 내놓은 대답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AI가 인간을 지배할 궁리를 한다며 경악했다.

사실 이 AI는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기보단 공상과학(SF) 소설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 나온 문구를 따라 읊은 것뿐이었다. 그때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AI는 이처럼 주어진 데이터를 읊을 뿐일까, 아니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궁금증에 대한 답은 우선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에서 찾을 수 있다. 웨이모는 이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인근에서 자율주행 상용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 운영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부르면 승객을 태워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모두 5단계로 구분하는데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는 4단계에 해당한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설정하고 만일의 사태에만 개입할 수 있는 단계다. 사람의 제어를 받지 않고, AI가 도로 상황이나 표지판 등을 실시간 분석해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는 뜻이다. 현재는 오작동에 대비해 운전자가 탑승하나 몇 년 안에 운전자 없이 온전히 스스로 움직이는 5단계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는 게 웨이모의 목표다.


AI가 상담도 해준다. SK C&C는 AI 에이브릴을 이용해 콜센터 상담, 법률상담 등의 기능을 구현했다. AIA생명과 함께 AI 콜센터 'AIA 온(ON)'을 구축했고 법무법인 한결과는 AI 기반 법률 상담 서비스 '로빈'을 개발했다.

AIA 온의 로보텔러는 보험 계약시 고객에 전화해 보험설계사가 상품 주요 사항을 설명했는지 확인하는 해피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대화하며 의도를 파악해 답변까지 한다. 로빈은 부동산 주소를 입력하면 건축물 대장과 등기부 등본을 비교하고 복잡한 법률관계를 정리해 거래시 유의사항을 알려준다. 생활 법률상담 서비스도 추가될 계획이다.

일상에서 보다 접할 수 있는 AI는 전자기기에 녹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자체 AI 플랫폼 빅스비를 2020년까지 모든 전자제품에 탑재할 방침이다. 빅스비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나 내년 출시할 AI 스피커 '갤럭시 홈'으로 음성명령을 내려 냉장고·TV·세탁기 등을 작동하겠다는 것. 이미 에어컨은 리모컨 대신 빅스비로 제어하는 사용자 비중이 80%에 달한다.

LG전자도 에어컨·TV·세탁기·로봇청소기 등에 자체 AI 플랫폼 '딥씽큐(Deep ThinQ)'를 탑재했다. 에어컨은 집안 온도와 습도, 공기 질 등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코스로 작동하고 TV는 입력 영상을 분석해 화질을 개선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AI는 '이미 다가온 현실'이 되었다. 스위스은행은 AI 시장 전체 규모가 2021년 150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AI와 바이오기술, 로봇 등의 영향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심으로 일자리 5400만개가 타격 받고 5000만개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