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하기 좋은 시즌은 골퍼마다 약간씩 다르다. ‘사일구(4월19일)’부터 ‘십이륙(10월26일)’까지를 최고의 시즌으로 치기도 하고, ‘오일육(5월16일)’부터 ‘십이십이(12월12일)’라고 하는 골퍼도 있다. 골프 마니아라면 이런 시즌 정의는 의미가 없다. 제대로 즐긴다면 겨울 골프는 ‘별미’가 될 수도 있어서다. 다만 요령이 필요하다.
① 욕심을 버리자

겨울은 비거리의 적이다. 근육이 수축하고 플라스틱(고무) 공의 탄력이 줄어들며, 공기 밀도가 높아져서다. 온도가 10도 내려갈 때마다 거리 2야드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기도 하다. 하지만 큰 아크를 그리지 못하는 경직된 몸과 동작을 둔하게 하는 두툼한 옷이 비거리 감소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소 10야드, 많게는 20야드까지 차이가 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거리가 안 나온다고 당황해하거나 불평할 시간에 클럽 선택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여름철처럼 비거리에 집착해 풀스윙을 하거나, 꽁꽁 언 페어웨이에서 강한 힘으로 ‘찍어치기’를 하면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② 보온이 전부다

추위와 싸우느라 골프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방한, 방풍, 보온이 그래서 중요하다. 두꺼운 옷 한두 벌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게 우선이다. 히트텍 등의 ‘기능성 이너웨어’를 꼭 챙겨 입고 바람막이, 패딩조끼 등을 덧입은 뒤 마지막으로 롱다운이나 롱패딩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가장 많은 체온을 뺏기는 머리와 손, 발을 빈틈없이 잘 감싸는 게 중요하다. 목폴라, 양손 장갑, 귀마개가 붙어 있는(펼쳐지는) 모자 등을 챙겨야 한다. 눈 쌓인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경우 발이 쉽게 젖는 만큼 양말과 방수골프화 한 개를 골프백에 챙겨놨다가 9홀이 끝난 뒤 재빨리 갈아신는 것도 요령이다. 스윙 전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고 카트 타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주 걸으면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골퍼뿐만 아니라 골프클럽도 보온이 필요하다. 자동차 트렁크가 아니라 실내에서 보관하다가 라운드 때 꺼내 쓰는 게 좋다. 그립과 샤프트, 클럽헤드의 재질이 다 달라 수축 팽창의 정도차가 극심해지면 변형이 오기 때문이다. 공도 핫팩과 함께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따뜻하게 데워서 티샷할 때 쓰는 것도 요령이다.

③ 굴려치고 쓸어치고

겨울철 스윙은 4분의 3 스윙, 즉 ‘쿼터스윙’이 최선이다. 풀스윙이 잘 되지도 않거니와 스윙 자체의 정확도가 떨어져서다. 다운스윙 때 두꺼운 옷 때문에 궤도가 들리면서 ‘토핑’이 나는 경우도 많다. 찍어쳐야 하는 롱아이언 대신 쓸어치기가 쉬운 하이브리드가 유리한 건 기본이다. 긴 파5홀에서 2온이 오히려 쉬운 게 겨울 골프다.

무엇보다 굴리는 어프로치를 기본으로 한 코스 매니지먼트 전략이 필요하다. 그린 주변에 공을 떨구기로 했을 경우에도 양지바른 곳이냐, 그늘진 곳이냐를 가려 결정해야 한다. 고덕호 프로는 “겨울 골프일수록 티샷부터 세컨드샷까지 공을 떨어뜨릴 위치 선정이 더 중요해진다. 공이 좌우로 튀지 않고 똑바로 튀어오를 곳을 최대한 많이 시야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확성을 우선하려면 아예 온몸을 다 쓰는 스윙보다 팔과 어깨 등 상체 중심으로 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방다솔 프로는 “추위가 심할수록 멋있는 스윙폼보다 팔만 왔다갔다 하는 게 실수를 줄이는 요령”이라고 말했다.

④ 스코어보다 배려의 ‘윈터룰’을

가장 중요한 건 배려다. 어차피 시즌 라운드보다 10~20타가 더 나오는 비정상 라운드기 때문이다. 정확히 핀 옆에 붙을 것 같던 공이 꽁꽁 언 그린을 맞고 튀어올라 30~40m 이상 그린을 넘어가고, 급기야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코어와 룰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겨울철 골프의 맛을 느끼기 어렵고 어렵게 성사된 라운드가 되레 불편해질 수도 있다.

경사지에 공이 있거나, 딱딱하게 얼어붙은 벙커 발자국 등에 공이 들어가 있을 경우 무벌타 드롭 같은 ‘로컬 룰’을 티오프 전에 정하는 게 좋다. 동반자들이 합의한다면 더 넉넉한 ‘임시 윈터룰’도 정할 수 있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해야 하는 만큼 전체적인 라운드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플레이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한다. 동반자에게 어느 정도의 여유를 주는 게 최상. 겨울철은 어차피 발걸음이 빨라지는 등 리듬 템포가 조급해지기 쉽다. 한 박자 느긋하게 샷을 하는 것도 실수를 줄이는 요령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