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은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겁니다. 환자가 편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병원 이익도 늘어날 거라고 적극 주장했죠."

홍병진 레몬헬스케어 대표(사진)는 '까다로운 상급종합병원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회사는 설립된 지 갓 1년이 지난 작은 기업이지만 자체 개발한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엠케어(M-Care)'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30여 개 주요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홍 대표는 유공, 한국오라클, SK C&C 등에서 10년간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2002년 데이터뱅크시스템즈를 창업한 뒤 헬스케어사업부를 만들어 헬스케어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헬스케어사업부를 회사로 분할하는 조건으로 기관투자자로부터 50억원을 투자 받아 지난해 레몬헬스케어를 세웠다.

엠케어는 병원 방문부터 약국 처방까지 병원 내 모든 진료 외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진료 예약, 진료 대기 안내, 실내 내비게이션, 스마트 결제, 주차 관리 등을 통해 환자가 큰 병원에서 헤매지 않도록 한다.

홍 대표는 "우리 서비스를 활용해 환자가 병원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면 환자는 편해서 좋고 병원은 회전율을 높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내년에 엠케어 도입 병원을 40여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레몬헬스케어가 밀고 있는 서비스는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인 '엠케어 뚝딱청구'와 전자처방전 전송 및 약값 결제 서비스다. 엠케어 뚝딱청구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전자데이터(EDI) 형태로 보험사에 앱으로 바로 전송해 빠르면 3시간 안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또 보험금 청구 소멸 시효(3년)가 지나지 않은 미청구 진료 내역을 확인해 일괄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 지난 5월 KB손해보험과 손잡고 세브란스병원에 실손보험 청구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국립암센터, 가톨릭부속병원 6곳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그는 "보험사가 필요한 자료를 병원에서 직접 받기 때문에 내용의 진위를 믿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자데이터 기반이라 팩스나 이미지로 받은 자료를 일일이 입력하는 기존 방식보다 시간이 대폭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NH농협생명도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손해보험사 10곳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전자처방전 전송 및 약값 결제 서비스는 진료를 마친 환자가 앱에서 약국을 골라 전자처방전을 보내 미리 약 조제를 신청하는 서비스다. 약국에 가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약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삼성서울병원, 지난 10월 강원대병원이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홍 대표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병원 근처에 약국이 두 곳밖에 없어 약을 받는 데 최대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며 "엠케어 서비스가 구축된 모든 병원에 이 서비스를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레몬헬스케어는 내년을 사업 확장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공급하던 엠케어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동네 병의원으로 확대해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 국가 시범사업인 '클라우드 선도 활용 시범지구 조성사업'에 참여해 대구와 경북의 30여 개 병원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 중이며 내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다.

내년 말에는 병원, 약국, 보험사를 포함하는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환자가 스마트폰에 저장한 자신의 의료정보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선보인다. 홍 대표는 "매출은 올해 10억원에서 내년 1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세우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 센터가 있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엠케어 서비스를 수출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2021년께 상장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