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모델들이 17일 168개국에서 쓸 수 있는 무료 로밍통화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모델들이 17일 168개국에서 쓸 수 있는 무료 로밍통화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자사 이동통신 가입자로부터 로밍 통화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앞서 KT는 로밍 통화요금을 국내와 동일하게 초당 1.98원씩 받기로 했고, LG유플러스는 수신 전화에 한해 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이 ‘공짜’ 카드로 대응하면서 통신 3사의 로밍 서비스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SKT “168개국서 로밍 통화요금 공짜”

통신 3사 해외로밍 서비스戰…SKT가 무료 통화로 '끝판왕' 되나
SK텔레콤은 17일 서울 을지로 삼화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로밍 통화 서비스를 발표했다.

SK텔레콤 고객은 이날부터 세계 168개 국가에서 수신·발신 통화를 모두 무료로 할 수 있다. 단 SK텔레콤이 내놓은 ‘T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고 데이터로밍 요금을 써야 한다.

SK텔레콤은 미주패스 3기가바이트(GB·30일간 3만3000원)·6GB(5만3000원), 유럽패스 3GB(3만9000원)·6GB(5만9000원), 아시아패스 2GB(5일간 2만5000원) 등의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통화에 사용되는 데이터 이용량은 차감되지 않는다.

로밍 고객이 T전화를 쓰면 통화 상대방의 통신사, T전화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로밍 고객이 외국에서 현지 식당, 숙소에 전화하거나 함께 여행 온 일행과 통화하는 요금도 무료다.

데이터로밍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무선 인터넷(와이파이)에 접속한 상태에서 T전화를 사용하면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선 현지 데이터망 이용에 따른 이용료를 내야 한다. 별도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 없이 최신 버전의 T전화를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에서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쓰면 데이터가 차감되고 앱 회원 간만 통화할 수 있지만 T전화 로밍은 모든 유무선 가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차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비스에는 해외 데이터망과 국내 음성망을 연동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해외 로밍 통화는 현지 국가망,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국제망, 국내망 등 3개 구간으로 이뤄졌다. 기존 음성로밍은 세 구간 모두 음성망을 사용했다.

SK텔레콤은 현지망과 국제망에서 음성망 대신 데이터망을 이용하는 ‘mVoIP(mobile Voice over IP)’ 방식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했다. 동시에 음성통화 품질과 음성 전달 속도도 기존 로밍 대비 평균 20% 개선했다.

“유심·포켓 와이파이 이용자 붙잡자”

해외 로밍요금은 ‘폭탄’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용자들의 부담이 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통신사들이 로밍요금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올해 들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로밍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강화했다. KT는 지난 5월 해외에서 음성통화할 때 국내와 똑같이 초당 1.98원을 적용하는 ‘로밍온’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본, 중국, 미국을 시작으로 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와 유럽 주요 국가 등 21개국까지 적용 국가를 늘렸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월부터 데이터로밍 요금 가입자에게 음성 수신료를 받지 않고 있다. SK텔레콤도 지난 3월부터 매일 3분씩 음성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이번에 무료 서비스를 들고나왔다.

통신사들이 로밍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로밍이 가입자 유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밍 서비스를 쓰는 대신 현지에서 선불 유심칩을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김남호 SK텔레콤 로밍사업팀장은 “이번 서비스로 매출이 다소 줄겠지만 가격 부담 때문에 현지 유심이나 포켓 와이파이를 쓰는 고객을 로밍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