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실적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자 증권가는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급에서 소외된 중소형주가 빛을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 수)은 각각 5%와 4.6% 하향 조정됐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 둔화와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 증가로 내년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이익전망 하향세가 지속되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208조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말 추정치(235조원)와 비교하면 11% 넘게 줄었다.

반면 반도체주 위기가 다른 종목엔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대형주에 대한 지속된 실망으로 시체꽃은 피어간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대형주의 부진은 다른 중소형주 등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로 매 분기 반도체주 이익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던 2013~2015년 기관투자가 수급분석 데이터다. 당시 기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등 대형주의 순매수 강도(시가총액 대비 순매수 대금 비율)를 낮추는 대신, 소형주 순매수 강도는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기관들이 반도체 등 대형주를 매도한 금액을 모두 현금으로 가지고 있진 않을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 대형주보다 더 나은 수익이 기대되는 중소형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밸류에이션 매력 상승으로 목표주가가 상향되거나 기관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에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최근 목표주가가 크게 오르고 기관 순매수 강도가 높아진 SBI핀테크솔루션즈, 한진칼,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