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다음 지도부 마음대로'라는 평가는 숲 안 보고 나무만 본 것"
현역 21명 물갈이에도 비교적 잠잠…홍문종 "할 말은 많지만…" 한발 물러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 대책위원회는 17일, 지난 주말 발표한 인적쇄신 방안에 대해 냉소적으로 거론되는 '물갈이 무용론' 차단에 주력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내년 전당대회 직후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현재 단행한 물갈이를 번복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관측에 선을 그으며 비대위의 혁신 성과가 퇴색하지 않도록 일제히 단속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다음 지도부가 이번에 배제된 (당협위원장) 분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은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본 것"이라며 "이는 우리 정치에 대한 폄하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어떻게 다음 지도부가 함부로 할 수 있다고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있는가"라며 "이것이야말로 우리 당이 잘못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이야기하시는지 모르겠다"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번 쇄신 작업을 주도한 이진곤 조직강화특위 위원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로 구성되는 당협 위원장들이 주축이 돼 내년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것"이라며 "새 지도부가 지지기반을 허물고 다시 당협위원장을 바꾼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 일각에선 이번에 배제된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이 두달여 뒤 들어설 차기 지도부에서 일부 선별적으로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를 망라해 21명의 중진을 포함한 물갈이를 단행했는데도 예상보다 반발이 거세지 않은 이유도 이 같은 배경에서 '일단 두고 보자'는 기류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갈이 대상으로 분류된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이르면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강특위와 비대위의 결정에 공개 반발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밤늦게 입장문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홍 의원은 입장문에서 "이번 작업이 2016년 공천파동, 최순실 국정농단, 당 분열 책임 등 비대위가 내세웠던 인적쇄신 기준대로 평가됐다면 이에 자유로운 현역 의원이 과연 있을까 싶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비대위의 인적청산 작업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다.

할 말은 산적해 있으나 어찌 모든 말을 다 하면서 살 수 있겠나"고 밝혔다.

당초 예상됐던 탈당 등 강력한 수위의 입장 발표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홍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내 많은 분들이 전당대회 하면 (인적청산 결과는) 꽝이 될 텐데 뭘 그렇게 신경 쓰냐고 해서 좀 더 (생각과 감정을) 삭히면서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지난 15일 당협위원장 탈락자 발표 직후 '앞으로 의정활동에서 성과를 내면 21대 총선 공천에서는 충분히 가점을 얻을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꺼번에 현역의원을 많이 갈아치울 경우 당내 분열이 일어날 수 있고, 보수진영이 단일대오로 세를 결집해 문재인 정권에 대항해야 한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비대위가 작심하고 나선 것도 사전에 논란을 차단함과 동시에 일부 대상자가 비대위를 '패싱'한 채 차기 지도부에 줄을 서 구제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민의 따가운 질타를 받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양수겸장의 포석인 셈이다.
비대위가 이미 현실을 고려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강특위가 고심한 현역의원 탈락자는 30명을 훌쩍 넘었지만, 교체 폭이 지나치게 클 경우 대여투쟁 전략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나 원내대표의 의견을 김 위원장이 받아들여 최종 21명으로 물갈이 규모를 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상보다 크지 않지만 인적쇄신의 여진은 이날도 이어졌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6·13 지방선거를 이끈 홍문표 전 사무총장은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에 대패했을 때 주로 당 대표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책임지는 관례가 있다"며 "이번에 사무총장에게만 총 책임을 지우는 모습은 형평의 원칙에 안 맞는다"고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 이학재 의원(인천 서갑), 오신환 의원(서울 관악을) 등의 지역구 당협위원장 자리를 비워놓은 것을 두고도 이들의 복당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이학재 의원의 지역구가 인천인 것은 알지만 인천 어디인지도 몰랐다"며 "원외위원장 등 한 분 한 분의 지역구 사정을 잘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