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정부가 광둥성 정부에 “독자적으로 경제지표를 발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중 통상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입는 타격이 갈수록 확대되는 데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민감한 경제 통계를 통제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광둥성 정부에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공개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광둥성 제조업 PMI를 조사하는 광둥산업정보기술부는 “지난 10월 말 독자적으로 제조업 PMI를 발표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앞으로 모든 PMI는 국가통계국이 내놓기로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이달 10일 홈페이지 한쪽에 올렸다.

이에 따라 광둥성 제조업 PMI는 10월부터 공개되지 않고 있다. 광둥성은 2011년 11월부터 매달 제조업 PMI를 공개해왔다. 광둥성에는 중국의 수출 제조업체가 몰려 있어 이 지역 제조업 PMI는 중국 전체의 수출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SCMP는 “광둥성 제조업 PMI는 투자자와 기업, 정책 당국자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라며 “지수 발표가 중단돼 기업들이 경영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광둥성 제조업 PMI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이자 중앙정부가 이를 감추기 위해 통계 작성을 금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8월 광둥성 제조업 PMI는 49.3에 그쳐 경제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세를, 밑돌면 위축세를 뜻한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그동안 공개해온 일부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관세청은 4월부터 수출선행지수 발표를 중단했다. 매달 조사하는 수출선행지수는 신규 수출 수주와 비용을 지수화한 지표로 3개월 단위로 공개되는 무역통계와 함께 향후 수출 경기를 진단하는 중요한 자료로 쓰였다.

무역통계에서도 원유, 차 등 주요 상품의 국가별·지역별 수출입 물량이 3월 이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어떤 상품을 수출입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아 분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성(省)과 직할시 정부가 산출하던 지역별 국내총생산(GDP)도 내년부터 국가통계국이 직접 관리하기로 하는 등 중요 경제 통계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