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ESS를 설치한 사업장 일부에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신재생에너지 ‘바람’을 타고 ESS 시장이 확대되면서 특수를 누렸던 배터리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모든 책임이 배터리 업계에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충북 제천에 있는 아세아시멘트 공장의 ESS에서 지난 17일 화재가 났다. 이 사고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전국의 ESS 시스템에서 총 16건의 불이 났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화재가 이어지자 9월부터 ESS 운영 업체에 배터리 충전 상한선을 기존 95%에서 75% 수준으로 낮춰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는 직접 배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또 터지자 정부는 지난달 국내 1253개 ESS 설치 사업장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에 들어갔다. 아세아시멘트에서는 안전진단을 받기 전에 사고가 났다. 정부가 안전진단을 마치지 않은 584개 사업장에 가동 중단을 권고한 이유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설이 전소된 탓에 배터리나 전력변환장치(PCS) 등 어느 부분에서 불이 시작됐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시공 불량, 필수 보호 연결 장치 누락, 배터리 시스템 결함 등의 이유로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