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5G사업 이끄는 교수 출신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
삼성전자가 4대 미래성장사업 중 하나인 5세대(G) 통신사업을 짊어질 네트워크사업부장에 전경훈 부사장(56·사진)을 기용했다. 지난 12일 발표한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서다. 삼성 안팎에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에서 20년 이상 학생을 가르친 교수 출신 임원에게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부장 직책을 맡긴 첫 사례기 때문이다.

전 부사장은 198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2년 삼성전자 DMC연구소 차세대통신연구팀장(전무)으로 영입되기까지 27년간 학계에 몸담았다. 미국 미시간대 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뒤 미국 델라웨어대 조교수(1989~1991년)를 거쳐 1991년부터 2014년까지 23년간 포스텍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2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DMC연구소(현재 삼성리서치에 통합)에 차세대통신연구팀장(전무)으로 영입됐다. 포스텍 교수직을 겸임하는 조건이었다.

통상 삼성전자로 영입된 대학 교수들은 새로운 혁신 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전수한 뒤 다시 학계로 돌아가거나 다른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 부사장은 달랐다. 영입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더니 이듬해인 2015년 IM(IT·모바일) 부문 차세대사업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 무렵 겸임하던 교수직도 뗐다. 당시 전 부사장은 “5G 기술이 기존 모바일산업을 뛰어넘는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진도 전 부사장을 전폭 지원했다. 차세대사업팀에 네트워크, 모바일 단말기(휴대폰), 칩셋(통신칩)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의 핵심 인재들을 몰아줬다.

지난해부터는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을 맡았고, 그로부터 불과 2년 만에 매출 10조원 안팎의 네트워크사업부를 총괄하는 사업부장 자리에 올랐다. 입사 6년 만에 ‘선행기술 연구-사업화-상용화-사업부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 부사장의 강점은 이론보다 현장과 실무를 중시하는 ‘실사구시’ 정신”이라고 했다. 교수 출신 임원들이 이론을 앞세우며 자기 주장을 고집하다가 물러난 전례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리더십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내부 관계자는 “꼼꼼한 성격에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 상사뿐 아니라 부하들도 두루 좋아한다”며 “의전이나 격식도 꺼려 ‘상명하복’ 문화가 남아 있는 네트워크사업부 조직에서 단연 눈에 띄는 리더십”이라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