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신 안 차리면 제2의 폐족이 오고,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갈 것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18일 주최한 토론회는 예상과는 다른 ‘시나리오’로 전개됐다. 참석자들은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김민석 민주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 문패는 ‘촛불정신과 문재인 정부 개혁과제 정책 심포지엄’이었다. 막상 토론회가 시작되자 참석한 교수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정책기획위원인 김용기 아주대 교수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발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증가했으나,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경감 등 보완 대책을 뒤늦게 마련했다”며 “준비가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토론에서는 더욱 거센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경제 정책에 대한 토론문을 쓰면서 제목을 ‘무능인가 아마추어인가’로 잡았다”며 “중산층은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있고, 저소득층의 빈민화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가진 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능력 없는 의사”라며 “지금 실패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고 진단이 정확하지 못해 초래된 것인데, 진단에 대한 복기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99%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재탕”이라며 “2기 정책팀의 경제 정책은 갈증 해소를 위해 양잿물을 마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장기 집권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장기 집권이라는 몽상을 꾸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신 안 차리면 민주당도 친박계 의원들처럼 폐족의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사회 부문 토론자인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정부가 펴는 포용국가 정책도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가기 어렵고, 대통령이 가진 개인 이미지로만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평화번영 부문 토론자인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야당과 소통이 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득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야당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