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리베이트 없으면 줄폐업"…폰팔이의 변(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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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자급제 시행 여부에 휴대폰 판매점 생존 걸려
통신사 판매 장려금 못 받으면 수익원 없어
국회·정부·업계 의견 제각각…판매점 불안감 커져
폰팔이 이미지로 단통법 통해서도 풍파 겪어
완자제 시행시 줄폐업 실업 대란 반복 우려
통신사 판매 장려금 못 받으면 수익원 없어
국회·정부·업계 의견 제각각…판매점 불안감 커져
폰팔이 이미지로 단통법 통해서도 풍파 겪어
완자제 시행시 줄폐업 실업 대란 반복 우려
"완전자급제는 곧 도산입니다. 농담같죠?"
서울 동작구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A씨의 말속엔 뼈가 있었다. 그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그냥 가게 문을 닫아야 합니다. 말 그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거죠"라고 힘줘 말했다. 또 A씨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받을 수 없는데 뭘로 먹고 살아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실제 판매장려금은 휴대폰 판매점들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판매점에게 장려금을 지급한다. 판매점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한 대를 팔면 약 20만원의 장려금을 손에 쥔다. 번호이동은 물론 6만대의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에 한해서다. 3만원대의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엔 15만원 수준으로 장려금이 줄어든다. 그러나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판매점들은 이마저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이 관련 법 제정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다. 경쟁을 통해 휴대폰 및 통신서비스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정말 스마트폰 가격과 통신 요금이 떨어질까.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사는 공시보조금, 즉 판매장려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찬성 측은 그 비용만큼 통신 요금을 인하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보조금만큼 더 지불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다. 단말기 출고가도 마찬가지다. 제조사들의 판매처는 글로벌 시장이다. 국내에서만 가격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 제조사와 이통사 모두 이미 형성된 가격대에서 굳이 내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결합판매 금지에 따른 소비자 불편이 증가하는 등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회는 완전자급제 법제화에 적극적이다.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종전에 발의된 완전자급제법안을 포괄하는 더 강력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2.0(가칭) 법률(안)을 내놨다. 반면 정부는 법제화보단 자급제폰 활성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SK텔레콤은 도입에 찬성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확실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결정되면 따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복잡한 셈범 가운데 낀 판매점들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자급제 향방을 주시할 뿐이다. 판매점들은 앞서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통해서도 풍파를 겪었다. 당시 정부는 지원금에 법정 상한선을 두고 차별 지급을 금지했다. '폰팔이'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들의 악행을 보다 못해 칼을 뽑은 것이다. 이후 폰팔이들은 많이 줄었지만 휴대폰 판매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했다.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판매점들까지 폰팔이로 매도되면서 수익이 대폭 줄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완전자급제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자 이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폰팔이라는 프레임도 모자라 휴대폰 유통 시장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찍혀서다.
2011년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통신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극에 달했다. 이때 등장한 게 폰팔이다. 이통사들은 판매점에게 가입자 한명당 50만원 이상의 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면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때부터 가입자 모집에 혈안이 된 일부 판매점들은 고객들을 속이기 시작했다. 공짜폰이라는 거짓 미끼가 대표적인 행태였다. 이때 소비자들 뇌리엔 '폰팔이는 사기꾼'이라는 이미지가 박혔다.
문제는 양심적인 판매점에 폰팔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완전자급제를 무조건 찬성하는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휴대폰 판매업 자체를 악으로 치부하며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용산에서 11년째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중인 B씨는 판매점들의 상황이 어려워진 데는 폰팔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컸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한대 팔기도 어려워요. 단통법 시행 이후 벌써 3~4년째 이렇네요"라고 말했다. B씨는 그 이미지가 자급제 찬반 여론에도 분명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는 "남을 속여 온 폰팔이들이 본인들 이익을 위해 일을 벌이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냥 싫은거죠"라고 한숨을 뱉었다.
판매점들은 대부분이 영세상인이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 휴대폰 유통 종사자는 20만명, 점포 수는 3만7000개에 달했다. 그러나 단통법 이후 롯데하이마트, 삼성디지털플라자, LG베스트샵 등 대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종사자는 7만명, 점포수는 2만여개로 쪼그라들었다. 문을 닫는 소규모 판매점들이 속출했으며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이 넘쳐났다. 이제 남은 이들마저 위태롭다. 완전자급제로 또 한번 휴대폰 유통업계에 줄폐업, 실업 대란이 있어날 수 있다. 국회, 정부, 업계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서울 동작구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A씨의 말속엔 뼈가 있었다. 그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그냥 가게 문을 닫아야 합니다. 말 그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거죠"라고 힘줘 말했다. 또 A씨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받을 수 없는데 뭘로 먹고 살아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실제 판매장려금은 휴대폰 판매점들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판매점에게 장려금을 지급한다. 판매점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한 대를 팔면 약 20만원의 장려금을 손에 쥔다. 번호이동은 물론 6만대의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에 한해서다. 3만원대의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엔 15만원 수준으로 장려금이 줄어든다. 그러나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판매점들은 이마저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들이 관련 법 제정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다. 경쟁을 통해 휴대폰 및 통신서비스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정말 스마트폰 가격과 통신 요금이 떨어질까.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사는 공시보조금, 즉 판매장려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찬성 측은 그 비용만큼 통신 요금을 인하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보조금만큼 더 지불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다. 단말기 출고가도 마찬가지다. 제조사들의 판매처는 글로벌 시장이다. 국내에서만 가격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 제조사와 이통사 모두 이미 형성된 가격대에서 굳이 내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결합판매 금지에 따른 소비자 불편이 증가하는 등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회는 완전자급제 법제화에 적극적이다.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종전에 발의된 완전자급제법안을 포괄하는 더 강력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2.0(가칭) 법률(안)을 내놨다. 반면 정부는 법제화보단 자급제폰 활성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SK텔레콤은 도입에 찬성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확실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은 결정되면 따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복잡한 셈범 가운데 낀 판매점들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자급제 향방을 주시할 뿐이다. 판매점들은 앞서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통해서도 풍파를 겪었다. 당시 정부는 지원금에 법정 상한선을 두고 차별 지급을 금지했다. '폰팔이'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들의 악행을 보다 못해 칼을 뽑은 것이다. 이후 폰팔이들은 많이 줄었지만 휴대폰 판매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했다.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판매점들까지 폰팔이로 매도되면서 수익이 대폭 줄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완전자급제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자 이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폰팔이라는 프레임도 모자라 휴대폰 유통 시장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찍혀서다.
2011년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통신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은 극에 달했다. 이때 등장한 게 폰팔이다. 이통사들은 판매점에게 가입자 한명당 50만원 이상의 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면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때부터 가입자 모집에 혈안이 된 일부 판매점들은 고객들을 속이기 시작했다. 공짜폰이라는 거짓 미끼가 대표적인 행태였다. 이때 소비자들 뇌리엔 '폰팔이는 사기꾼'이라는 이미지가 박혔다.
문제는 양심적인 판매점에 폰팔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완전자급제를 무조건 찬성하는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휴대폰 판매업 자체를 악으로 치부하며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용산에서 11년째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중인 B씨는 판매점들의 상황이 어려워진 데는 폰팔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컸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한대 팔기도 어려워요. 단통법 시행 이후 벌써 3~4년째 이렇네요"라고 말했다. B씨는 그 이미지가 자급제 찬반 여론에도 분명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는 "남을 속여 온 폰팔이들이 본인들 이익을 위해 일을 벌이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냥 싫은거죠"라고 한숨을 뱉었다.
판매점들은 대부분이 영세상인이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 휴대폰 유통 종사자는 20만명, 점포 수는 3만7000개에 달했다. 그러나 단통법 이후 롯데하이마트, 삼성디지털플라자, LG베스트샵 등 대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종사자는 7만명, 점포수는 2만여개로 쪼그라들었다. 문을 닫는 소규모 판매점들이 속출했으며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이 넘쳐났다. 이제 남은 이들마저 위태롭다. 완전자급제로 또 한번 휴대폰 유통업계에 줄폐업, 실업 대란이 있어날 수 있다. 국회, 정부, 업계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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