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69년 된 통나무 골조 살려 지은 전원주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경래의 전원생활 문답15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는데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밤나무 숲은 늦가을 정취가 여전하다. 숲 속에 자리 잡은 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몇 그루씩 있고, 아직도 따지 않은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이용탁 황인희씨 부부가 사는 충남 부여군 구룡면 현암리 밤골의 집 마당은 초겨울 볕이 발 디딜 틈 없이 쨍쨍하다. 예부터 일조량이 좋아 농사가 잘되고 살기 좋은 마을로 꼽히던 곳이다. 밤나무가 많아 밤골로 불린다. 밤농사를 지어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마을에는 최근 귀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벌써 20가구를 넘어섰다. 좋은 햇살과 편안한 쉼터를 찾아 살러 온 사람들이다. 이용탁 황인이씨 부부도 그 중 하나다.
나지막한 한옥 마당가 감나무에는 따지 않은 홍시가 하늘을 나는 풍등처럼 매달려 있다. 공중에서 서리를 맞고 눈을 맞아 얼고 녹다 보면, 저절로 떨어지기도 하고 산새의 먹이도 되고,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으면 겨울 간식으로 하나씩 따먹기도 한다.
처음 대하는 신선한 달콤함이란 것이 공중 홍시에 대한 이들 부부의 맛 평이다. 맛에도 여유가 있고 풍류가 있다면 아마 이런 맛일 게다.
부부가 시골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다. 대전 아파트에 살며 아이들 어릴 적부터 언젠가는 전원주택을 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부는 도시서 나고 자랐지만, 시골을 좋아했고 전원생활을 동경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전원주택 관련 책을 들고 다녔고, 여행을 좋아해 시골마을을 자주 찾았는데 어느 곳을 가든 습관처럼 빈집이 있는가를 물어봐 둘러보고 와야 직성이 풀렸다. 늘 전원생활 꿈을 꾸며 살았지만 직장과 아이들 교육 때문에 쉽게 도시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다 2014년 두 아이가 서울로 가면서 본격적인 도시 떠나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금융맨이었던 남편 이용탁 씨는 목공기술을 배우고 황토집 짓기 교육을 받으며 시골살이 준비를 했다. 아내 황인희 씨의 고향인 부여의 친정집 마당 한쪽에 손수 황토방을 짓고 주말 주택처럼 사용했다. 주변 사람들이 수시로 들고 나는 인기 좋은 집이었는데 그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부부는 제대로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터를 찾아 시간만 되면 주변을 누비고 다녔다. 소개를 받거나 인터넷을 뒤져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으면 빠짐없이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답사해보면 소개한 것과 달라 실망하기 일쑤였고 마음에 와 닿지도 않았다.
그렇게 여행하듯 시골 땅을 찾던 작년 10월, 마음에 드는 집을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렀던 밤골마을 500여 평 터였는데 지은 지 68년 된 옛집과 큰 헛간이 있었다. 마당에는 나이 든 감나무와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마을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 잡은 집이지만 앞이 탁 트인 들판이라 가려지는 것 없어 좋았다. 터도 터였지만 남들이 다 못 쓴다고 하는 낡은 옛집이 이들 부부의 마음을 잡았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은 예전 주인이 살며 슬레이트로 지붕을 씌우고 벽과 실내도 여러 곳을 수리해 놓아 볼품이 없었고, 방문도 작고 천정이 낮아 살기 불편했다. 마당은 정돈이 안 돼 어수선하고 지저분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옛집 골조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잘 살리면 운치 있는 집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계약을 했다. 집을 포함해 대지 가격이 평당 20만원 조금 넘었으니 값도 쌌다.
계약을 하고 나서 과연 고쳐 쓸 수 있을까를 많이 걱정했다. 안 되면 간단히 손 봐 별채로 사용하고 살림집은 새로 지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집을 수리하려 뜯어보니 나무 골조가 잘 보존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구조가 아름다웠다. 고쳐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옛집의 분위기를 살리려 기둥과 천장 서까래는 들어내고 지붕 위에 패널을 덧대 단열을 잡았다.
조망감을 위해 벽에 통창과 유리문을 달았다. 단열 보완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곳곳을 뚫어 창을 내니 이웃 사람들이나 공사하는 인부들이 단열 때문에 못 살 것이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부부는 골조를 살려 집을 고치겠다는 고집을 부려 단열을 보완하지 않고 흙벽을 그대로 뒀다. 그래도 불편 없이 작년 겨울과 올여름을 났다.
방 두 칸을 터 안방을 만들고 사랑이었던 곳은 거실로 꾸몄다. 아궁이가 있던 부엌은 기타 치고 노래하기 좋아하는 남편과 취미로 수를 놓는 아내의 취미공간이 됐다. 친구나 친지들이 오면 수다방이다. 툇마루 앞쪽으로 단열을 위해 옛 주인이 창문을 달았던 것을 그대로 살려 거실과 취미실을 잇는 복도를 만들었다.
전에 살던 주인이 버리겠다는 물건들도 남겨 달라 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집 뒤 헛간에는 정리하지 못한 고가구 등 골동품들이 많다. 집 고치는 일은 목수들에게 맡겼지만 기둥이나 자재, 못, 소품 하나까지 직접 고르고 챙겼다. 옛집을 살 수 있도록 고치는데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물론 소소하게 쓴 것까지 따지면 그보다 더 들었지만, 그 선에서 남들 손을 빌려 고치는 집수리는 마무리 짓고 ,나머지 손길이 필요한 것은 두 부부가 직접 해 비용을 아꼈다.
아내 홍인희 씨는 근처 논산에 있는 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한다. 최근 퇴직한 남편도 부여읍에 있는 회사로 매일 출근하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부는 직장 생활 틈틈이 집을 가꾸지만 마음에 드는 집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느리고 천천히 취미처럼 집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젊었을 적부터 꿈꿔왔던 전원생활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부부. 올해 환갑을 맞은 남편을 위해 계획했던 가족 해외여행도 포기했다. 대신 마당에 꽃을 가꾸고 늦은 밤 거실 창에 비치는 달빛과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지냈다. 어떤 여행보다 더 큰 호사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햇살이 잘 드는 집 추녀 끝에 마당 감나무에서 딴 감을 깎아 말리고 있다. 바람이 불 때면 풍경처럼 흔들린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까지 감물이 든다.
이제 추워지고 눈이 올 때도 됐다. 창밖에 눈이 내리면 추녀 끝에서 꼬들꼬들 말린 감을 접시에 담아 오는 아내가 있다. 난로에서 장작 타는 소리가 난다. 그 옆에는 기타를 치는 남편이 있다. 옛집을 닮아 더욱 따뜻해 보이는 전원주택에 사는 부부의 겨울 정경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 전원생활 문답
[문] 시골에 있는 오래된 집을 구입해 고쳐 살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요?
[답] 시골 빈집을 사 고쳐 사용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비용이 적게 들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또 새로 짓는 것처럼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옛집의 운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 찾아보면 마땅한 집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만났다 해도 수리하려면 골조나 단열, 설비 등에 문제가 많아 아예 손대기 힘들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듭니다. 아무리 잘 고쳐도 새로 짓는 집처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수리해 살 생각으로 옛집을 구입한다면 골조부터 잘 살펴봐야 합니다.
집이 있는 터는 지목이 대지라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시골에 있는 오래 된 집은 터가 대지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기존 집을 수리해 사용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수선이나 신·증축 등은 할 수 없습니다.
시골에 오래된 집을 구입할 때는 토지대장을 통해 대지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하고 또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무허가인지, 불법사항이 없는지도 미리 확인해 봐야 합니다.
다 허물어져 사용할 수 없는 집이 있거나 집이 없으면서 지목이 대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곳을 구입해 새로 집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지목이 대지인 토지는 개발행위허가나 전용허가 등의 절차가 필요 없고 건축 신고나 허가만 받으면 됩니다. 사용할 수 없는 집이 있다면 멸실 후 신축이나 개축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지목이 대지인 토지를 구입해 집을 지을 생각이라면 진입로를 확인해야 합니다. 시골에 있는 대지는 도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진입로가 없으면 건축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문] 옛집을 사 수리할 때도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답] 기둥이나 내력벽 지붕틀 등의 해체나 변동이 없이 고칠 때는 신고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수선’에 해당될 경우에는 면적에 따라 건축신고나 건축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내력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면적을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기둥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보를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지붕틀(지붕틀의 범위에서 한옥 서까래는 제외)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등 9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대지에 집을 신축하거나 증축, 개축, 재축, 이전 등을 할 때는 지역지구와 면적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거나 건축신고를 해야 합니다.
집이 없는 토지에 새로 집을 짓는다면 ‘신축’입니다. 만약에 기존에 있는 집이 작아 옆에 붙여 크게 늘리는 것은 ‘증축’입니다. 기존 집이 너무 낡아 헐고 그만한 크기나 그보다 작게 새로 지으면 ‘개축’이 됩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천재지변으로 집이 무너졌을 때 이전 크기만큼이나 그 이하 면적으로 새로 지으면 ‘재축’입니다. 한 대지 안에서 집의 주요 구조부를 그대로 옮겨 짓는 것은 ‘이전’이라 합니다.
이용탁 황인희씨 부부가 사는 충남 부여군 구룡면 현암리 밤골의 집 마당은 초겨울 볕이 발 디딜 틈 없이 쨍쨍하다. 예부터 일조량이 좋아 농사가 잘되고 살기 좋은 마을로 꼽히던 곳이다. 밤나무가 많아 밤골로 불린다. 밤농사를 지어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마을에는 최근 귀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벌써 20가구를 넘어섰다. 좋은 햇살과 편안한 쉼터를 찾아 살러 온 사람들이다. 이용탁 황인이씨 부부도 그 중 하나다.
나지막한 한옥 마당가 감나무에는 따지 않은 홍시가 하늘을 나는 풍등처럼 매달려 있다. 공중에서 서리를 맞고 눈을 맞아 얼고 녹다 보면, 저절로 떨어지기도 하고 산새의 먹이도 되고,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으면 겨울 간식으로 하나씩 따먹기도 한다.
처음 대하는 신선한 달콤함이란 것이 공중 홍시에 대한 이들 부부의 맛 평이다. 맛에도 여유가 있고 풍류가 있다면 아마 이런 맛일 게다.
부부가 시골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다. 대전 아파트에 살며 아이들 어릴 적부터 언젠가는 전원주택을 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부는 도시서 나고 자랐지만, 시골을 좋아했고 전원생활을 동경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전원주택 관련 책을 들고 다녔고, 여행을 좋아해 시골마을을 자주 찾았는데 어느 곳을 가든 습관처럼 빈집이 있는가를 물어봐 둘러보고 와야 직성이 풀렸다. 늘 전원생활 꿈을 꾸며 살았지만 직장과 아이들 교육 때문에 쉽게 도시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다 2014년 두 아이가 서울로 가면서 본격적인 도시 떠나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금융맨이었던 남편 이용탁 씨는 목공기술을 배우고 황토집 짓기 교육을 받으며 시골살이 준비를 했다. 아내 황인희 씨의 고향인 부여의 친정집 마당 한쪽에 손수 황토방을 짓고 주말 주택처럼 사용했다. 주변 사람들이 수시로 들고 나는 인기 좋은 집이었는데 그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부부는 제대로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터를 찾아 시간만 되면 주변을 누비고 다녔다. 소개를 받거나 인터넷을 뒤져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으면 빠짐없이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답사해보면 소개한 것과 달라 실망하기 일쑤였고 마음에 와 닿지도 않았다.
그렇게 여행하듯 시골 땅을 찾던 작년 10월, 마음에 드는 집을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렀던 밤골마을 500여 평 터였는데 지은 지 68년 된 옛집과 큰 헛간이 있었다. 마당에는 나이 든 감나무와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마을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 잡은 집이지만 앞이 탁 트인 들판이라 가려지는 것 없어 좋았다. 터도 터였지만 남들이 다 못 쓴다고 하는 낡은 옛집이 이들 부부의 마음을 잡았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은 예전 주인이 살며 슬레이트로 지붕을 씌우고 벽과 실내도 여러 곳을 수리해 놓아 볼품이 없었고, 방문도 작고 천정이 낮아 살기 불편했다. 마당은 정돈이 안 돼 어수선하고 지저분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옛집 골조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잘 살리면 운치 있는 집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계약을 했다. 집을 포함해 대지 가격이 평당 20만원 조금 넘었으니 값도 쌌다.
계약을 하고 나서 과연 고쳐 쓸 수 있을까를 많이 걱정했다. 안 되면 간단히 손 봐 별채로 사용하고 살림집은 새로 지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집을 수리하려 뜯어보니 나무 골조가 잘 보존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구조가 아름다웠다. 고쳐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옛집의 분위기를 살리려 기둥과 천장 서까래는 들어내고 지붕 위에 패널을 덧대 단열을 잡았다.
조망감을 위해 벽에 통창과 유리문을 달았다. 단열 보완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곳곳을 뚫어 창을 내니 이웃 사람들이나 공사하는 인부들이 단열 때문에 못 살 것이라며 걱정을 많이 했다. 부부는 골조를 살려 집을 고치겠다는 고집을 부려 단열을 보완하지 않고 흙벽을 그대로 뒀다. 그래도 불편 없이 작년 겨울과 올여름을 났다.
방 두 칸을 터 안방을 만들고 사랑이었던 곳은 거실로 꾸몄다. 아궁이가 있던 부엌은 기타 치고 노래하기 좋아하는 남편과 취미로 수를 놓는 아내의 취미공간이 됐다. 친구나 친지들이 오면 수다방이다. 툇마루 앞쪽으로 단열을 위해 옛 주인이 창문을 달았던 것을 그대로 살려 거실과 취미실을 잇는 복도를 만들었다.
전에 살던 주인이 버리겠다는 물건들도 남겨 달라 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집 뒤 헛간에는 정리하지 못한 고가구 등 골동품들이 많다. 집 고치는 일은 목수들에게 맡겼지만 기둥이나 자재, 못, 소품 하나까지 직접 고르고 챙겼다. 옛집을 살 수 있도록 고치는데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물론 소소하게 쓴 것까지 따지면 그보다 더 들었지만, 그 선에서 남들 손을 빌려 고치는 집수리는 마무리 짓고 ,나머지 손길이 필요한 것은 두 부부가 직접 해 비용을 아꼈다.
아내 홍인희 씨는 근처 논산에 있는 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일한다. 최근 퇴직한 남편도 부여읍에 있는 회사로 매일 출근하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부부는 직장 생활 틈틈이 집을 가꾸지만 마음에 드는 집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느리고 천천히 취미처럼 집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젊었을 적부터 꿈꿔왔던 전원생활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부부. 올해 환갑을 맞은 남편을 위해 계획했던 가족 해외여행도 포기했다. 대신 마당에 꽃을 가꾸고 늦은 밤 거실 창에 비치는 달빛과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지냈다. 어떤 여행보다 더 큰 호사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햇살이 잘 드는 집 추녀 끝에 마당 감나무에서 딴 감을 깎아 말리고 있다. 바람이 불 때면 풍경처럼 흔들린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까지 감물이 든다.
이제 추워지고 눈이 올 때도 됐다. 창밖에 눈이 내리면 추녀 끝에서 꼬들꼬들 말린 감을 접시에 담아 오는 아내가 있다. 난로에서 장작 타는 소리가 난다. 그 옆에는 기타를 치는 남편이 있다. 옛집을 닮아 더욱 따뜻해 보이는 전원주택에 사는 부부의 겨울 정경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 전원생활 문답
[문] 시골에 있는 오래된 집을 구입해 고쳐 살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요?
[답] 시골 빈집을 사 고쳐 사용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비용이 적게 들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또 새로 짓는 것처럼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옛집의 운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 찾아보면 마땅한 집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만났다 해도 수리하려면 골조나 단열, 설비 등에 문제가 많아 아예 손대기 힘들거나 예상했던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듭니다. 아무리 잘 고쳐도 새로 짓는 집처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수리해 살 생각으로 옛집을 구입한다면 골조부터 잘 살펴봐야 합니다.
집이 있는 터는 지목이 대지라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시골에 있는 오래 된 집은 터가 대지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기존 집을 수리해 사용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수선이나 신·증축 등은 할 수 없습니다.
시골에 오래된 집을 구입할 때는 토지대장을 통해 대지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하고 또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무허가인지, 불법사항이 없는지도 미리 확인해 봐야 합니다.
다 허물어져 사용할 수 없는 집이 있거나 집이 없으면서 지목이 대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곳을 구입해 새로 집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지목이 대지인 토지는 개발행위허가나 전용허가 등의 절차가 필요 없고 건축 신고나 허가만 받으면 됩니다. 사용할 수 없는 집이 있다면 멸실 후 신축이나 개축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지목이 대지인 토지를 구입해 집을 지을 생각이라면 진입로를 확인해야 합니다. 시골에 있는 대지는 도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진입로가 없으면 건축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문] 옛집을 사 수리할 때도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하나요?
[답] 기둥이나 내력벽 지붕틀 등의 해체나 변동이 없이 고칠 때는 신고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수선’에 해당될 경우에는 면적에 따라 건축신고나 건축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내력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면적을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기둥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보를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지붕틀(지붕틀의 범위에서 한옥 서까래는 제외)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등 9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대지에 집을 신축하거나 증축, 개축, 재축, 이전 등을 할 때는 지역지구와 면적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거나 건축신고를 해야 합니다.
집이 없는 토지에 새로 집을 짓는다면 ‘신축’입니다. 만약에 기존에 있는 집이 작아 옆에 붙여 크게 늘리는 것은 ‘증축’입니다. 기존 집이 너무 낡아 헐고 그만한 크기나 그보다 작게 새로 지으면 ‘개축’이 됩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천재지변으로 집이 무너졌을 때 이전 크기만큼이나 그 이하 면적으로 새로 지으면 ‘재축’입니다. 한 대지 안에서 집의 주요 구조부를 그대로 옮겨 짓는 것은 ‘이전’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