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김용균이다"…비정규직 노동자들, 文대통령에 면담 촉구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는 내가 '김용균'입니다.

내일도 위험한 일터 앞으로 발을 옮겨야 하는 내가 '김용균'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김용균'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합니다.

"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컵라면과 손피켓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를 추모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민주노총 소속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대표단과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묵념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참석자들은 "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비정규직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등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에서는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도시가스 비정규직 노동자는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1개 조 4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는 식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며 "참혹한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인원 충원 없이 적정 인원을 줄이는 비상식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KTX 승무원, 조선소와 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며 "외주화를 중단하고 더는 젊은 청년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는 직접고용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이런 시대적 요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11월 30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는 건 석탄이 아니라 노동자의 목숨'이라는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우리 사회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연료로 지탱하고 있다"며 "이제는 자본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먼저 가장 불안정한 권리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며 "고 김용균 님의 유언이 되어버린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는 이제 살아남은 자의 의무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표단은 "1천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한다"며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1일 대규모 촛불 행진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21일 오후 5시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이어 22일 오후 7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김용균 씨를 기리는 추모 촛불문화제를 연다.

1994년생으로 9월 17일 한국발전기술의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입사한 김용균씨는 이달 11일 오전 1시께 설비 점검 도중 기계 장치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공개한 김씨의 유품에는 컵라면과 고장 난 손전등 등이 포함돼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