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동산 공법의 신 고상철 "중학생도 지원하는 공인중개사 정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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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시선집중 이사람
교복입고 공인중개사 공부하는 학생들 늘어
젊은 층 유입, 긍정적인 동시에 경계할 점도
교복입고 공인중개사 공부하는 학생들 늘어
젊은 층 유입, 긍정적인 동시에 경계할 점도
올해 '불수능'만큼이나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은 '불시험'이 있다. 지난 10월 치러진 제29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었다. 절대평가라고는 하지만 합격률이 21%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5년간(2013~2017년) 평균 합격률인 26.4%를 밑도는 것으로 작년에 비해서는 10%포인트 떨어졌다.
수험생들은 당락을 가른 과목으로 '부동산공법'을 매번 꼽는다. 때문에 부동산공법을 강의하는 교수들은 '가장 욕많이 먹는 과목'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덜 욕먹는 게 잘하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일명 '공법의 신'으로 불리는 고상철 인하대 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공인중개사 지원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학교 끝나고 영어학원을 가듯이 공인중개사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교복입은 학생들이 부동산공법 수업을 듣는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는 얘기다.
고 교수는 "이번에 합격한 학생 중에 고등학교 2학년생이 있을 정도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예전에는 은퇴를 대비해 따놨다면, 이제는 운전면허 따듯이 미리 따놓는 자격증이 되고 있다. 최근 내년 시험을 준비한다면서 등록한 학생 중에 중학생도 있었다. 나름 충격을 받았는데 부모님과 선생님이 권유했다는 말을 듣고 '세상이 바뀌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중학생까지 공인중개사 공부…"부모·선생님 권유"
뿐만 아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층이 20~30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하대, 숭실대 등을 비롯해 전국 50여개 부동산 관련 학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장에는 정규직이 마땅히 없거나 회사를 관둔 20~30대들이 많이 몰린다는 것. 오히려 은퇴를 대비하는 50대들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직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젊은층들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걸 두고 '미래가 없다'는 분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취업은 안되고 다른 공무원 시험보다는 쉬운데다 돈도 편하게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지금 유명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 만들었다. 정보를 교류하고 나누고 사용하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집을 중개하는 이른바 '개업 공인중개사'가 목표였지만, 젊은 층들은 다양한 분야를 목적으로 따고 있다는 얘기다. 부모님이 집을 짓거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재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진입할 수 직업이 공인중개사라는 얘기다. 실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985년부터 현재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는 42만2957명에 달한다. 이중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4910명으로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갭투자'나 '떼분양(조직분양)' 등을 이러한 젊은 공인중개사들이 주도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는 개업 보다는 이른바 '한탕'을 위해 점조직처럼 뭉쳤다 흩어졌다 하기 수월해서다. 오랫동안 개업한 공인중개사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 색깔이 강하다보니 '집값 담합'이나 '허위 매물'이 늘 말썽이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조장하는 공인중개사들 정신차려야"
고 교수는 공인중개사들이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둥지 내몰림 현상,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공인중개사들이 어느정도 방어를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문화들이 어우러진 골목이 자리잡고 뜨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대기업이 들어온다. 그렇게 장사를 하다가 상권이 별로다 싶으면 그 자리를 뜨고 휑한 공실만 남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선도하고 펌프질하는 게 공인중개사다. 공인중개사들은 보증금이 높아야 중개수수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대기업들이 건물을 통째로 쓰는 계약을 중개하고 싶어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는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네에서 이렇게 올려놓은 보증금을 자신도 사무실 보증금으로 더 내야 한다. 지역경제 상생이 이런거다. 집값 안 떨어지게 부녀회장이랑 묶어두는 게 상생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지역을 보고 중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건물주는 10년간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임차인과 임대인을 동시에 만족하는 완벽한 계약은 없다. 그렇다고 중개사들이 계약서 쓰는 것에만 급급하다보면 지역상권이 악순환으로 들어설 수 있다. 한 번 들어오면 10년간 임대할 수 있다보니 양측다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중개에만 목적을 뒀다가는 분쟁의 씨앗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상권 주변에서는 절충하고 특약을 꼭 챙겨야 한다. 이런 게 중개사들의 할 일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내년 집값에 대해 '약보합'을 전망했다. 이미 조정을 해서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들이 작년과 올해에는 지방에서 물건을 정리했고, 내년부터는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물건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서울에서는 내년 1분기말 내지 2분기 초에 집을 구매할 만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서울 수도권을 크게 떨어지지않고 약보합 정도지만, 지방 시장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13대책 이후에 거래가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 있다. 서울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나올 길이 없다. 서울에서 집값이 많이 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수험생들은 당락을 가른 과목으로 '부동산공법'을 매번 꼽는다. 때문에 부동산공법을 강의하는 교수들은 '가장 욕많이 먹는 과목'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덜 욕먹는 게 잘하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일명 '공법의 신'으로 불리는 고상철 인하대 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공인중개사 지원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학교 끝나고 영어학원을 가듯이 공인중개사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교복입은 학생들이 부동산공법 수업을 듣는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는 얘기다.
고 교수는 "이번에 합격한 학생 중에 고등학교 2학년생이 있을 정도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예전에는 은퇴를 대비해 따놨다면, 이제는 운전면허 따듯이 미리 따놓는 자격증이 되고 있다. 최근 내년 시험을 준비한다면서 등록한 학생 중에 중학생도 있었다. 나름 충격을 받았는데 부모님과 선생님이 권유했다는 말을 듣고 '세상이 바뀌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중학생까지 공인중개사 공부…"부모·선생님 권유"
뿐만 아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층이 20~30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하대, 숭실대 등을 비롯해 전국 50여개 부동산 관련 학원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장에는 정규직이 마땅히 없거나 회사를 관둔 20~30대들이 많이 몰린다는 것. 오히려 은퇴를 대비하는 50대들은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직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젊은층들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는 걸 두고 '미래가 없다'는 분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취업은 안되고 다른 공무원 시험보다는 쉬운데다 돈도 편하게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지금 유명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 만들었다. 정보를 교류하고 나누고 사용하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집을 중개하는 이른바 '개업 공인중개사'가 목표였지만, 젊은 층들은 다양한 분야를 목적으로 따고 있다는 얘기다. 부모님이 집을 짓거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재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진입할 수 직업이 공인중개사라는 얘기다. 실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985년부터 현재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는 42만2957명에 달한다. 이중 개업 공인중개사는 10만4910명으로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갭투자'나 '떼분양(조직분양)' 등을 이러한 젊은 공인중개사들이 주도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는 개업 보다는 이른바 '한탕'을 위해 점조직처럼 뭉쳤다 흩어졌다 하기 수월해서다. 오랫동안 개업한 공인중개사들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 색깔이 강하다보니 '집값 담합'이나 '허위 매물'이 늘 말썽이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조장하는 공인중개사들 정신차려야"
고 교수는 공인중개사들이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둥지 내몰림 현상,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공인중개사들이 어느정도 방어를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문화들이 어우러진 골목이 자리잡고 뜨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대기업이 들어온다. 그렇게 장사를 하다가 상권이 별로다 싶으면 그 자리를 뜨고 휑한 공실만 남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선도하고 펌프질하는 게 공인중개사다. 공인중개사들은 보증금이 높아야 중개수수료가 올라가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대기업들이 건물을 통째로 쓰는 계약을 중개하고 싶어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는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네에서 이렇게 올려놓은 보증금을 자신도 사무실 보증금으로 더 내야 한다. 지역경제 상생이 이런거다. 집값 안 떨어지게 부녀회장이랑 묶어두는 게 상생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지역을 보고 중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건물주는 10년간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임차인과 임대인을 동시에 만족하는 완벽한 계약은 없다. 그렇다고 중개사들이 계약서 쓰는 것에만 급급하다보면 지역상권이 악순환으로 들어설 수 있다. 한 번 들어오면 10년간 임대할 수 있다보니 양측다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이 와중에 중개에만 목적을 뒀다가는 분쟁의 씨앗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상권 주변에서는 절충하고 특약을 꼭 챙겨야 한다. 이런 게 중개사들의 할 일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내년 집값에 대해 '약보합'을 전망했다. 이미 조정을 해서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들이 작년과 올해에는 지방에서 물건을 정리했고, 내년부터는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물건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서울에서는 내년 1분기말 내지 2분기 초에 집을 구매할 만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서울 수도권을 크게 떨어지지않고 약보합 정도지만, 지방 시장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13대책 이후에 거래가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 있다. 서울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나올 길이 없다. 서울에서 집값이 많이 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