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 부동산원스톱 대표(사진 변성현 기자)
이강재 부동산원스톱 대표(사진 변성현 기자)
"미분양관리지역을 위축지역으로 지정해보십시오. 이건 부관참시(剖棺斬屍)나 다름 없습니다."

이강재 부동산원스톱 대표가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일침을 날렸다. 이 대표는 부산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교육기관인 부동산원스톱의 대표다. 카페를 개설해 지역 공인중개사들과 교류를 한지도 7년이 됐다. 부산, 창원, 거제 등 경상도 지역이 주요 근거지다보니 지역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쓴소리도 거침이 없었다.

이 대표는 부동산 대책이 '당근'없이 '채찍'만 휘두루고 있다는 점과 서울 중심으로만 대책이 나오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지방은 빠져 있다. 지방에 인구를 유입시켜야하는데 유도정책이 제대로 된 게 없다. 이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벌릴 뿐이다. 공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면 뭐하나. 자녀는 서울로 보내는 게 현실이다. 공무원이 몸은 지방에 있으면서도 서울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방을 위한 대책이 나올리가 없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효과, 10년 후에나 가능해"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나오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시장은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집값을 잡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의 정책은 시장의 힘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다. 정책에 대한 부작용이나 세부사항을 손질해야 하는데 또다른 대책으로 무조건 누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 균형을 알아서 맞춰가는 시장을 믿으면서 어느정도의 당근정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에서는 원도심에 공급이 필요하다. 서울만 보더라도 마곡지구가 제대로된 택지로 끝이었다. 필요한 곳에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다. 3기 신도시가 나왔지만, 2021년부터 공급을 시작해서 입주를 하더라도 2024년이다. 신도시가 어느정도 안정화되려면 앞으로 10년 후다. 그 때는 차기 정부 때가 아니냐. 지금의 시장상황이 6년 후, 10년 후에도 같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급한불을 끈다고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현재의 시장상황에 대응한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은 계속 변하고 있으며, 이를 억제하기 보다는 유도하는 대책들이 나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미분양 또한 마찬가지다. 억지로 미분양을 소화하기 보다는 시장의 힘에 맡기면서 유도할 수 있는 혜택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그는 "지난해 도입한 '위축지역 지정' 제도가 아직은 적용된 곳은 없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 초부터 '위축지역' 제도를 언급하면서 지방은 초긴장 상태다. 장사 안되는 집에 '장사 안된다'고 낙인을 하려고 하니 말이다. 숨쉬기도 어려운 데 목을 조르는 격이다"라고 한탄했다.
이강재 부동산원스톱 대표(사진 변성현 기자)
이강재 부동산원스톱 대표(사진 변성현 기자)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통장 가입 1개 월(통상 6개월) 후 1순위 자격이 부여되고, 어느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위축지역은 지정 직전 6개월간 평균 주택가격 하락률이 1%가 넘어서는 곳에서 나온다. △3개월 연속 주택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줄었거나 △3개월 평균 미분양주택의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이거나 △시도별 주택보급률 또는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을 초과하는 지역이 대상지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맞는 곳으로 경남 창원시 일부와 거제시 등이 있다.

◆"위축지역에서 미분양 소진해봤자 투기세력 뻔하다"

이 대표는 "지방의 미분양은 단순히 부동산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와 민심의 문제다. 미분양 해결을 위해 청약조건을 낮춘다면, 결국 단체로 몰려와 투기하라는 얘기와 뭐가 다르냐. 다주택자들 집 팔고 실수요자 사라는 게 부동산 대책의 흐름인데, 미분양 많은 지방에서는 투기꾼들이라도 집 사서 미분양 없애자는 거냐. 설령 그렇게 미분양이 소진된다고 하더라도 지역경제에는 아무런 보탬도 안된다. 제대로 도는 돈이 없으니 건설사들의 부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후주택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는 하지만 일선에서는 추진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올해 2월9일부터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시행되기 시작했지만, 전국적으로 시행된 건수는 10건 미만으로 알려졌다. 단독(10호 미만), 다세대 주택(20세대 미만) 집주인 2명 이상이 모여 전원합의로 주민합의체를 만든 후 건축협정 등의 방법으로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그는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것도 처음하면 어려운데, 협정건축을 통해 정비를 한다고 하면 이해가 되겠는가. 그렇다보니 노후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이해력이 부족하다. 현재는 주택소유자가 주민설명회에 와야하고 한국감정원이 무료컨설팅을 해준다. 구조만 보면 좋지만 실행이 되기는 어렵다. 소유자와 거주자가 다르거나, 소유자는 다른 지역에 있다보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여러명 모아놓고 설명회를 하다보니 개별 집의 사정청취가 어렵다. 용어도 낯설고 풀어가는 과정도 생소하다. 실무를 추진할 대행이나 업무추진조직이 있어야 실행이 된다. 대신 면담을 해주고 설명해주고 하나하나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