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송강호 /사진=쇼박스 제공
'마약왕' 송강호 /사진=쇼박스 제공
배우 송강호가 영화 '마약왕'을 통해 연기 호흡을 맞춘 후배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민호 감독의 신작 ‘마약왕’은 1970년대 하급밀수업자이던 이두삼(송강호 분)이 필로폰을 제조, 일본에 수출해 마약업계 거물이 됐다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았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답게 약물과 폭력 묘사 수위는 높은 편이지만, 한 인간의 흥망성쇠와 폭넓은 감정 진폭을 볼 수 있다.

작품의 팔할은 송강호지만, 이두삼 주변의 인물을 연기한 조정석, 배두나, 김소진, 김대명, 조우진 등의 배우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배들은 송강호에 대한 경외심을 표한 바 있다. 18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송강호는 "다 입바른 소리" 라며 멋적게 웃었다.

극중 이두삼의 처 성숙경 역의 김소진과 로비스트이자 이두삼의 불륜녀 김정아 역의 배두나가 날선 연기대결을 펼친다. 관객의 가슴을 뻥 하고 뚫어줄 사이다 신도 있다.

두 사람 중 어떤 이의 연기가 더 인상깊었냐는 짓궂은 질문에 송강호는 "둘 다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부산에서 촬영할 때 옆에 있었다. 배두나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면담하자고 하더라. 본인은 욕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작품이든, 실생활이든 한 번 쯤은 욕을 할 법 한데 배두나는 가장 부담스러운 장면이라고 했다. '그냥 자신있게 하면 될거 같은데?'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후 촬영 현장에 간 송강호는 너무 놀랐다고. "카메라가 돌아가니 배두나는 욕을 1000번은 한 것 같은 느낌으로 너무 잘하더라. 말은 저렇게 해도 카메라 앞에서는 기가 막히게 해 내는 배우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김소진에 대해선 "리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배두나의 일방적인 공격을 받아 낸다. 어쩔줄 몰라 하는 황당한 모습을 잘 표현했다"면서 "정말 공격수와 수비수가 나무랄 곳이 없었다"고 극찬했다.

송강호는 극중 김소진에게 거세게, 여러번 뺨도 맞는다. "다음 분풀이를 제게 한다. 시사회 때 김소진이 울음을 터트렸는데 그게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사실 그 장면은 현장에서 바꾼 장면이다. 제가 고쳤다. 한 대 가지고 될 것이 아니더라고. 김소진 입장에선 처음 본 선배고 뺨을 날려야 하니까 첨엔 살살 했다. NG가 나자 이후부턴 정말 세게 때리더라. 미안하고, 고맙기도 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배두나와 '복수는 나의 것'(2002), '괴물'(2006)을 통해 연기 앙상블을 뽐낸 바 있다. 조정석은 2013년 '관상'에서 만났다. 특히 두 사람에 대해 '동생같다'고 표현했다.

송강호는 "조정석은 친동생같아서 괴롭히게 되고, 장난치고 그런다. 김대명도 둥글하고 친동생같다. 배두나는 현장의 막내이기도 해서 저를 큰오빠 같다고 하더라. 너무 친하고,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마약왕'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조우진, 이희준 배우에 대해서 "입 바른 소리 아니고, 정말 잘하는 두 사람이다. 대구 출신으로 고향도 같다. '이런 인재가 대구에서 나다니'하는 생각도 들었다. 동향에서 좋은 배우들이 동시대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선배로서도 좋더라. 그들의 연기는 커리어로 증명하고 있지 않나"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송강호는 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일명 '리빙 레전드'. 때로는 실생활 연기의 달인, 서민 연기의 최고봉, 천만 배우, 일억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그는 "솔직히 수식어를 들어면 너무 오그라든다. 감사한 마음은 있지만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배우들도 수식어를 갖고 있는데.. '천만 배우' 이런거는 솔직히 물거품 같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늘 깨어있고, 부족하지만 뭔가 새롭게 시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약왕’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신작으로, 총제작비는 165억원. 400만명 이상 관람해야 제작비를 회수한다. 송강호 외에도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김소진, 김대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캐릭터 향연을 펼친다. 1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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