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주식시장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6% 이상 떨어지는 조정장에서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모두 어려운 한 해를 보냈지만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훨씬 컸다.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바이오주 등에 과감히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탓이다. 개인투자자는 올해도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셀트리온의 ‘배신’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은 -27.67%로 집계됐다. 외국인(-8.74%)과 기관(-10.18%)보다 손실률이 두 배 이상으로 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11.61%포인트 낮았다. 개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2조53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을 울린 것은 반도체, 바이오, 레버리지 ETF로 요약된다.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7조6359억원 순매수)는 연초 대비 23.18% 떨어졌다. 지난 4월 액면분할로 투자 문턱이 낮아져 ‘국민주’로 거듭났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에 하락을 면치 못했다. 작년에는 41.40% 오르면서 개인투자자를 웃게 했지만 올해는 ‘1년 신저가’를 기록하면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바이오주도 개인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작년 말부터 불기 시작한 바이오주 열풍에 빚까지 내며 투자를 감행한 사람이 많았지만 올해 금융당국의 바이오기업 회계감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개인이 1조6315억원어치를 사들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들어 34.44% 떨어졌다. 셀트리온은 연간 기준으로 2.99% 하락했지만 3월 고점(39만2000원) 대비로는 45.28%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워낙 커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인 주체도 개인이었다.

지수형 레버리지 ETF도 개인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 넣었다. 개인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의 두 배가량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레버리지’를 8329억원어치,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76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하락하면 손실도 두 배로 커지는 고위험 상품이다. 올 들어 KODEX 레버리지는 34.53%,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43.21% 떨어졌다. 지수가 곧 회복될 것으로 믿고 뭉칫돈을 넣었다가 큰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았다.

“단타·조급증이 화 불러”

남북한 경제협력주, 정치테마주 등에 뒤늦게 올라탔다가 손실을 본 개인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조급함과 단기적 시각이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변동성이 큰 바이오주나 테마주로는 극히 일부 개인투자자만 돈을 번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주가 흐름을 보고 단타로 투자하는 것이 손실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내 ETF 전체 거래량에서 레버리지 및 인버스(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상품) ETF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에 달한다. 미국은 이 비중이 17%에 불과하다. 국내 레버리지 ETF 거래량의 절반은 개인이 차지하고 있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레버리지 ETF를 주로 활용하는 투자 주체는 헤지펀드”라며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일반 ETF를 장기적 관점에서 보유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는 평소 거시경제를 눈여겨보면서 투자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다가 지수에 충격을 줄 만한 이벤트가 예상될 때 단기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은 올해 삼성물산(1조618억원)을, 기관은 셀트리온(1조8795억원)을 투자 바구니에 가장 많이 담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