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며 회의, 음악 들으며 혼밥…구내식당의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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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경기침체·최저임금 인상…단체급식 업체의 '역발상 경영'
현대그린푸드 '럭셔리 라운지'
여의도 신한금융 13층 식당
다양한 푸드코트식 공간 마련
한쪽 벽엔 북카페…월매출 25%↑
아워홈, 전국서 제철요리 공수
삼성웰스토리, 생산공정 혁신
CJ프레시웨이, 가변형 식당 운영
현대그린푸드 '럭셔리 라운지'
여의도 신한금융 13층 식당
다양한 푸드코트식 공간 마련
한쪽 벽엔 북카페…월매출 25%↑
아워홈, 전국서 제철요리 공수
삼성웰스토리, 생산공정 혁신
CJ프레시웨이, 가변형 식당 운영
푹신한 소파와 그림이 갖춰진 룸, 헤드폰을 쓴 채 여의도 전경을 바라보며 ‘혼밥’을 할 수 있는 1인용 바,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떡볶이와 수제맥주 푸드트럭….
18일 찾은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13층 직원식당의 모습이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회의실 겸 휴게 공간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 직원식당은 지난 6월 현대그린푸드가 국내 최초의 ‘라운지형 구내식당’으로 전면 리모델링했다. 이 건물이 지어진 지 23년 만에 처음이다. 공사 후 구내식당 월 매출은 이전보다 20~25%가량 증가했고 이용객 수도 크게 늘었다. 코스콤 건물 등 추가 수주도 이어졌다.
단체급식업계가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은 내수경기 침체 및 제조업 성장 둔화 등에 따라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몇 년째 시장 규모가 위축됐다. 올 들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식재료 가격 상승 등 3중고에 직면했다. 이에 급식업체들은 혁신적인 공간 구성과 창의적 메뉴 개발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소회의실에 ‘혼밥존’…호텔 뺨치는 직원식당
신한금융은 올초 급식업계에 파격적 제안을 했다.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구내식당 이용객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릴 ‘복합 문화공간’을 주문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라운지형 직원식당을 설계하며 현대백화점 매장 운영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어 입찰을 따냈다.
백화점 영패션관이나 아울렛 등에서 사용하는 천장 노출 마감방식을 적용해 원래보다 40% 높은 층고를 확보했다. 한쪽 벽면은 북카페와 같은 대형 서재를 배치했다. 공간마다 층고를 달리하고 조명과 소품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몄다. 식사 테이블도 2인·4인·6인용 등으로 다양화했다. 푸드트럭을 설치해 분식, 맥주, 디저트, 커피 등은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단체 주문은 사무실로 직접 배달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소회의실과 ‘혼밥존’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여의도공원을 내려다보며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러 곳 마련해 7~10명 정도가 차를 마시며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또 영상과 방송장비를 들여놔 다양한 목적의 소모임도 할 수 있게 했다. 혼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대형 헤드폰을 자리마다 구비하고, 여의도 창밖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는 ‘혼밥존’도 마련했다.
수제버거에 팔도진미…메뉴도 파격
메뉴와 서빙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라운지형 직원식당을 구성하면서 단일 메뉴가 아니라 3~5종의 메뉴를 푸드코트식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식 백반류 중심이던 메뉴도 다이어트식, 중식, 일식, 양식, 수제버거, 도시락 등으로 다양화했다. 식사 가격이 기존(2500~4000원)보다 높은 5000원 이상이지만 고급화된 회사원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평가가 나오며 이용 인원은 크게 늘었다.
이유선 현대그린푸드 영양사는 “하루 300~400개 정도 한정수량으로 직접 만들어 내놓는 수제버거는 점심시간에 30분도 안 돼 동이 난다”며 “샐러드 등 다이어트식도 이용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메뉴 고급화와 차별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한 곳도 늘었다. 삼성웰스토리는 계절별 한정메뉴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전국 팔도 겨울철 국물요리를 50가지 선보이는 ‘겨울온반명가’를 통해 전주 얼갈이삼태탕, 하동 섬진강 재첩국수, 당진 들깨된장찌개, 개성 조랑떡만둣국 등을 내놨다. 아워홈도 전국을 돌며 특산 요리를 단체급식 메뉴로 개발하는 ‘한국인의 밥상’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인건비 상승 등에 대비하기 위한 생산공정 혁신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올해만 1600여 건의 직원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다섯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는 조리도구 등이 개발됐다. 신세계푸드는 식재료를 전처리하는 경기 이천 ‘센트럴키친’ 공장을 활용해 단체급식장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30% 이상 줄였다.
CJ프레시웨이는 ‘그린테리아 셀렉션’을 설계해 주중에는 직원식당으로 쓰다가 이외에는 회의실, 접견실 등으로 바꿀 수 있는 가변형 공간을 운영 중이다. 고덕길 현대그린푸드 상무는 “기업들이 직원식당으로 점차 직원 커뮤니티 공간이 결합된 복합공간을 고민하고 있다”며 “가격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 단체급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18일 찾은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13층 직원식당의 모습이다.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회의실 겸 휴게 공간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 직원식당은 지난 6월 현대그린푸드가 국내 최초의 ‘라운지형 구내식당’으로 전면 리모델링했다. 이 건물이 지어진 지 23년 만에 처음이다. 공사 후 구내식당 월 매출은 이전보다 20~25%가량 증가했고 이용객 수도 크게 늘었다. 코스콤 건물 등 추가 수주도 이어졌다.
단체급식업계가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은 내수경기 침체 및 제조업 성장 둔화 등에 따라 이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몇 년째 시장 규모가 위축됐다. 올 들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식재료 가격 상승 등 3중고에 직면했다. 이에 급식업체들은 혁신적인 공간 구성과 창의적 메뉴 개발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소회의실에 ‘혼밥존’…호텔 뺨치는 직원식당
신한금융은 올초 급식업계에 파격적 제안을 했다.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구내식당 이용객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릴 ‘복합 문화공간’을 주문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라운지형 직원식당을 설계하며 현대백화점 매장 운영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어 입찰을 따냈다.
백화점 영패션관이나 아울렛 등에서 사용하는 천장 노출 마감방식을 적용해 원래보다 40% 높은 층고를 확보했다. 한쪽 벽면은 북카페와 같은 대형 서재를 배치했다. 공간마다 층고를 달리하고 조명과 소품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몄다. 식사 테이블도 2인·4인·6인용 등으로 다양화했다. 푸드트럭을 설치해 분식, 맥주, 디저트, 커피 등은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단체 주문은 사무실로 직접 배달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소회의실과 ‘혼밥존’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여의도공원을 내려다보며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러 곳 마련해 7~10명 정도가 차를 마시며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또 영상과 방송장비를 들여놔 다양한 목적의 소모임도 할 수 있게 했다. 혼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대형 헤드폰을 자리마다 구비하고, 여의도 창밖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는 ‘혼밥존’도 마련했다.
수제버거에 팔도진미…메뉴도 파격
메뉴와 서빙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라운지형 직원식당을 구성하면서 단일 메뉴가 아니라 3~5종의 메뉴를 푸드코트식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식 백반류 중심이던 메뉴도 다이어트식, 중식, 일식, 양식, 수제버거, 도시락 등으로 다양화했다. 식사 가격이 기존(2500~4000원)보다 높은 5000원 이상이지만 고급화된 회사원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평가가 나오며 이용 인원은 크게 늘었다.
이유선 현대그린푸드 영양사는 “하루 300~400개 정도 한정수량으로 직접 만들어 내놓는 수제버거는 점심시간에 30분도 안 돼 동이 난다”며 “샐러드 등 다이어트식도 이용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메뉴 고급화와 차별화를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한 곳도 늘었다. 삼성웰스토리는 계절별 한정메뉴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전국 팔도 겨울철 국물요리를 50가지 선보이는 ‘겨울온반명가’를 통해 전주 얼갈이삼태탕, 하동 섬진강 재첩국수, 당진 들깨된장찌개, 개성 조랑떡만둣국 등을 내놨다. 아워홈도 전국을 돌며 특산 요리를 단체급식 메뉴로 개발하는 ‘한국인의 밥상’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인건비 상승 등에 대비하기 위한 생산공정 혁신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올해만 1600여 건의 직원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다섯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는 조리도구 등이 개발됐다. 신세계푸드는 식재료를 전처리하는 경기 이천 ‘센트럴키친’ 공장을 활용해 단체급식장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30% 이상 줄였다.
CJ프레시웨이는 ‘그린테리아 셀렉션’을 설계해 주중에는 직원식당으로 쓰다가 이외에는 회의실, 접견실 등으로 바꿀 수 있는 가변형 공간을 운영 중이다. 고덕길 현대그린푸드 상무는 “기업들이 직원식당으로 점차 직원 커뮤니티 공간이 결합된 복합공간을 고민하고 있다”며 “가격 중심에서 품질 중심으로 단체급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