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수능 후 학생방치' 점검 방침에 "탁상행정" 거센 비판
"프로그램 운영 부담…장기대책 필요", "사고원인은 어른들의 안전미비" 지적도
'수능 끝낸 고3' 대책 논란…"관리해야" vs "자유 줘야"
대학입시를 마친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단체로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을 어떻게 보살필지가 논란거리로 다시 떠올랐다.

수능을 치르고 난 뒤 고3은 특별한 학사일정이 없어 '학생 아닌 학생'이라고도 불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강릉 펜션사고 상황점검회의에서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들이 방치되는지와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등학생끼리 장기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전국 시·도 부교육감 긴급회의도 열고 교외체험학습 현황과 수능 이후 학사관리를 점검해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당국 수장으로서 발 빠른 조처에 나선 것이지만 예상치 못한 거센 비판여론에 부닥쳤다.

수능을 마친 뒤 겨우 조금 여유가 생긴 학생들을 '관리'라는 명목으로 학교에 강제로 붙잡아두는 게 시간 낭비라는 것이 비판의 주된 이유다.

한 누리꾼(wine****)은 "수능 후 학생방치 기준이 무엇이냐"면서 "학생들을 학교에 무작정 잡아두는 탁상행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능 후 학생들에게 필요한 부분은 제각각 다르다"면서 "학교에 잡아두려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이 '사고원인'을 잘못 짚는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펜션의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끼리 여행을 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이 또 인재(人災)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누리꾼(ysj1****)은 "선생님이나 부모가 동행했다고 이번 사고가 안 났겠느냐"면서 "전국 펜션의 가스 설비를 점검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수능 끝낸 고3' 대책 논란…"관리해야" vs "자유 줘야"
'수능 후 고3' 문제는 학교현장의 오래된 난제다.

지금 고3들은 수능일인 지난달 15일부터 겨울방학이 시작하는 내달 초까지 50여일간 말 그대로 일없이 학교에 나와야 한다.

그래서 많은 고교가 이 시기를 활용해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학생·학부모 신청으로 학교장이 허가한 체험학습은 출석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체험학습이 내실 있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체험학습이 '합법적인 결석'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학교에서 수능 후 고3들에게 도움 될 교내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해도 인프라도 부족하고 교사들 업무부담도 크다"면서 "교육계에서도 고민이 크지만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수업과 대학입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비롯해 장기적인 대책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