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 차례 차명 진료·각종 취미 즐겨…미용시술까지

뇌물을 받고 8년간이나 달아난 최규호(71) 전 전북교육감이 매월 700만원 이상을 써가며 '황제 도피'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뇌물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받던 최 전 교육감은 2010년 9월 소환을 앞두고 돌연 종적을 감췄다.

변호사조차 그의 잠적 소식을 모를 정도였다.

그는 급한 대로 수중에 있던 1억원가량을 들고서 몸을 숨겼다.
잠적 8년간 매달 700만원 쓴 최규호의 '황제 도피'
도주 초기 찜질방 등을 전전했고 서울을 거쳐 2011년 4월께 인천에 자리 잡았다.

지난달 6일 잡힐 때까지 인천에 은신했다.

그는 동생 최규성(68)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도움을 받거나 자신이 교수 행세를 하며 친분을 맺은 동호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는 수법으로 도피 생활을 해왔다.

'마당발 기질'은 도피 중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최 전 교육감은 인천지역 아파트 3곳을 옮겨 다니며 '김 교수'나 '서 교수' 행세를 했다.

평소 부동산중개인에게 선물을 하는 등 친분을 쌓은 뒤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 아파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동호회 회원에게 수천만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러면서 수시로 연락하던 동생과 동생의 부하 직원 등 3명의 인적사항으로 병원 등 의료기관 84곳에서 총 1천26차례에 걸쳐 진료를 받아 2천130만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을 부정으로 수급했다.

그는 도주 기간 연평균 65차례 외래진료를 받았다.

이는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17회에 4배에 가까운 수치다.

또 차명으로 생활비 계좌 3개와 주식계좌 5개를 사용했다.

테니스와 골프, 댄스, 당구 등 취미를 즐겼고 미용시술까지 받았다.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이 도주 기간에 생활비로 매월 700만원가량 사용해왔고 실제 소비액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차명으로 억대가 넘는 돈을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도피 기간 최 전 교육감의 생활비 계좌 입금액은 총 4억9천여만원에 달했다.

그는 도피 자금 출처에 대해 "1억원을 들고 달아났고 돌아가신 형이 목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검거 당시에는 아파트 보증금과 동호회 회원들의 대여금, 주식계좌 잔액 등 1억4천여만원을 보유 중이었다.

체포될 때까지 살던 아파트에서는 현금 395만원이 발견됐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 땅을 매입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달 23일 구속기소 됐다.

그는 지난달 6일 인천시 한 식당에서 도주 8년 2개월 만에 검거됐다.

수뢰 혐의를 시인했지만 구속 직후부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은 19일 최 전 교육감을 사기와 국민건강보험법·주민등록법·사문서 위조·위조사문서행사·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로 불구속기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