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내년 1분기 비핵화 궤도진입 여부가 한반도 정세 좌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일부 “北 경제건설 추구…쉽게 뒤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내년 1분기, 특히 2~3월까지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오르느냐가 2019년 전체, 2020년까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방향을 좌우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명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송년회에서 “2020년에 주변 국가들을 포함해 관련 당사국이 중요한 내부 정치적인 일정·목표·수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북한은 2020년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2016년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시기다. 미국은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조 장관은 “올해 남북관계는 복원·정상화되는 것보다 조금 더 진전돼 남북관계 제도화 과정으로 들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핵화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비핵화는 본격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비핵화도 본격 궤도에 올라서도록 미국과 북한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조 장관이 내년 1분기를 강조한 데 대해 “내년 2월 이후 미 의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에 대해 공세를 펼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통일부 고위 당국자 간 1문 1답이다.
▷북한이 어느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비핵화 궤도에 올랐다 보나.
▶비핵화가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딱 이것이라고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다. 서로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완전한 타임테이블이 아니더라도 그걸 논의하는 단계가 시작됐을 때가 궤도에 올랐다고 본다. 올해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 보장이 똑같이 의제로 테이블에 올랐다는 것이다. 두 의제가 같이 논의된 건 6·12 센토사 합의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게 없고, 이와 관련한 내용도 체계적으로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이런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되는 게 본격적인 비핵화 단계의 시작이 아닐까 본다.
▷대한적십자사에서 내년 1월 이산가족의 화상상봉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관련 진행 상황은.
▶이와 관련해선 고위급 회담 합의 내용처럼 문서교환 방식으로 판문점 통해 협의 중이다. 북한의 경우 과거 고려호텔에서 화상상봉 장소를 마련했고, 우린 전국 13곳에 마련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북한도 우리가 필요할 경우 장비 교체를 도와줘야 한다. 그에 필요한 장비 등에 대해 현재 협의 중이고, 관련국들과 대북제재 저촉 여부에 대해 협의 중이다. 가급적 빨리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이산가족 추가 상봉 등을 이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가 핫이슈다. 실제로 북한에서 지금 가장 고민하는 건 무엇이라 보나.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통치해야 하는 지도자 입장이다. 북한을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을 위해 경제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고 있다.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이걸 위해선 개혁과 개방 없인 어렵다. 그런데 분단국인데다 다른 사회주의국가보다 더 개혁 개방에 어려움이 많은 체제인 만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제안전보장 확보다 제일 중요하단 게 김 위원장의 전체적인 전략 구도다. 북한은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목표로 경제건설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걸 이루려면 대북제재 완화가 절박한 문제다. 그런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북한도 나름대로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스스로 폐기하고, 상응조치가 취해지면 영변 핵사찰도 할 수 있겠다 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런 조치 취했을 때 미국의 제재 완화가 제대로 상응조치로서 확보될 수 있을지 여부를 계산하고 판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상황 아닌가 보고 있다.
▷조명균 장관이 내년 1분기가 중요하다 전망한 이유가 무엇인가.
▶조 장관이 지난 11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미국 의회, 현지 전문가들을 만났다. 미국에선 내년 2월 이후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들었다. 내년 2월 이후에 미 의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미 하원을 장악했다. 민주당이 정치적인 입장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할 것이고, 그 주요 타깃이 대북협상일 것으로 본다. 그 때까지 만약 비핵화 협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단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김정은의 내년 신년사엔 어떤 메시지가 담길까.
▶어려운 질문이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경제 건설을, 북한을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들어야 겠단 것을 가장 절박한 과제로 내놓을 것 같다.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이제 뒤로 가긴 어렵지 않을까 본다. 북한으로선 계속 비핵화 협상을 해 나가고 남북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방향으로 신년사가 나오지 않을까. 물론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와 미국, 국제사회가 이끌어야 한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북·미 회담 전일까 후일까.
▶준비 자체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답방 관련해선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연내도 열려 있고. 북·미 정상회담 전에 열린다면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회담의 촉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에 열린다면 회담 결과를 토대로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쪽 다 장점이 있다.
▷우리가 중재자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 미국이 각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과 미국 모두 서로 여전히 입장차가 크고 신뢰가 부족하지만 조금씩 상대방의 입장을 더 이해하는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 완전한 비핵화나 제재 해제 또는 완화로 보느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종전선언 카드는 여전히 유효한가
▶종전선언은 평화 프로세스 비핵화로 가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다. 그런데 이게 어느 날부터 일종의 주고받기 협상처럼 인식됐다. 종전선을 큰 보상으로 하는 구도로 가니 북한 입장에선 이건 좀 아니다 생각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초보 조치로서의 의미는 여전히 있다. 종전선언이 앞으로 상응조치로서의 의미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관련해서 우리 측 저자세 논란이 많았다. 어떻게 보나.
▶설명하기 참 어렵다. 설명한다 해도 그게 사실 그대로 전달될지도 모르겠다. 현장 분위기나 사실과 굉장히 다르게 전달됐다. 하필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져서 사실과 다르게 가 버린 측면이 있다. 설명을 일일이 길게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저자세 논란으로 비춰진 점에선 현장 협상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보도와는 전혀 달랐고, 저자세라 느낀 사람도 현장엔 사실상 없었다. 유감 표명할 사안이라고 보지 않았다.
▷26일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에 남북 정상 깜짝 만남 이뤄질 가능성 있나.
▶가능성 없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내년 1분기, 특히 2~3월까지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오르느냐가 2019년 전체, 2020년까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방향을 좌우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명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송년회에서 “2020년에 주변 국가들을 포함해 관련 당사국이 중요한 내부 정치적인 일정·목표·수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북한은 2020년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2016년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시기다. 미국은 2020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조 장관은 “올해 남북관계는 복원·정상화되는 것보다 조금 더 진전돼 남북관계 제도화 과정으로 들어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핵화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비핵화는 본격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비핵화도 본격 궤도에 올라서도록 미국과 북한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조 장관이 내년 1분기를 강조한 데 대해 “내년 2월 이후 미 의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에 대해 공세를 펼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통일부 고위 당국자 간 1문 1답이다.
▷북한이 어느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비핵화 궤도에 올랐다 보나.
▶비핵화가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딱 이것이라고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다. 서로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완전한 타임테이블이 아니더라도 그걸 논의하는 단계가 시작됐을 때가 궤도에 올랐다고 본다. 올해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 보장이 똑같이 의제로 테이블에 올랐다는 것이다. 두 의제가 같이 논의된 건 6·12 센토사 합의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게 없고, 이와 관련한 내용도 체계적으로 정리가 안 되어 있다. 이런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되는 게 본격적인 비핵화 단계의 시작이 아닐까 본다.
▷대한적십자사에서 내년 1월 이산가족의 화상상봉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관련 진행 상황은.
▶이와 관련해선 고위급 회담 합의 내용처럼 문서교환 방식으로 판문점 통해 협의 중이다. 북한의 경우 과거 고려호텔에서 화상상봉 장소를 마련했고, 우린 전국 13곳에 마련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북한도 우리가 필요할 경우 장비 교체를 도와줘야 한다. 그에 필요한 장비 등에 대해 현재 협의 중이고, 관련국들과 대북제재 저촉 여부에 대해 협의 중이다. 가급적 빨리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이산가족 추가 상봉 등을 이뤄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가 핫이슈다. 실제로 북한에서 지금 가장 고민하는 건 무엇이라 보나.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통치해야 하는 지도자 입장이다. 북한을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을 위해 경제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고 있다.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이걸 위해선 개혁과 개방 없인 어렵다. 그런데 분단국인데다 다른 사회주의국가보다 더 개혁 개방에 어려움이 많은 체제인 만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체제안전보장 확보다 제일 중요하단 게 김 위원장의 전체적인 전략 구도다. 북한은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목표로 경제건설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이걸 이루려면 대북제재 완화가 절박한 문제다. 그런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북한도 나름대로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스스로 폐기하고, 상응조치가 취해지면 영변 핵사찰도 할 수 있겠다 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런 조치 취했을 때 미국의 제재 완화가 제대로 상응조치로서 확보될 수 있을지 여부를 계산하고 판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상황 아닌가 보고 있다.
▷조명균 장관이 내년 1분기가 중요하다 전망한 이유가 무엇인가.
▶조 장관이 지난 11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미국 의회, 현지 전문가들을 만났다. 미국에선 내년 2월 이후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들었다. 내년 2월 이후에 미 의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미 하원을 장악했다. 민주당이 정치적인 입장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할 것이고, 그 주요 타깃이 대북협상일 것으로 본다. 그 때까지 만약 비핵화 협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단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김정은의 내년 신년사엔 어떤 메시지가 담길까.
▶어려운 질문이다.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경제 건설을, 북한을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들어야 겠단 것을 가장 절박한 과제로 내놓을 것 같다.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이제 뒤로 가긴 어렵지 않을까 본다. 북한으로선 계속 비핵화 협상을 해 나가고 남북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방향으로 신년사가 나오지 않을까. 물론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와 미국, 국제사회가 이끌어야 한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북·미 회담 전일까 후일까.
▶준비 자체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답방 관련해선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연내도 열려 있고. 북·미 정상회담 전에 열린다면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회담의 촉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후에 열린다면 회담 결과를 토대로 남북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양쪽 다 장점이 있다.
▷우리가 중재자 입장에서 볼 때 북한과 미국이 각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과 미국 모두 서로 여전히 입장차가 크고 신뢰가 부족하지만 조금씩 상대방의 입장을 더 이해하는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 완전한 비핵화나 제재 해제 또는 완화로 보느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종전선언 카드는 여전히 유효한가
▶종전선언은 평화 프로세스 비핵화로 가기 위한 상징적 조치였다. 그런데 이게 어느 날부터 일종의 주고받기 협상처럼 인식됐다. 종전선을 큰 보상으로 하는 구도로 가니 북한 입장에선 이건 좀 아니다 생각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신뢰를 형성하는 초보 조치로서의 의미는 여전히 있다. 종전선언이 앞으로 상응조치로서의 의미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관련해서 우리 측 저자세 논란이 많았다. 어떻게 보나.
▶설명하기 참 어렵다. 설명한다 해도 그게 사실 그대로 전달될지도 모르겠다. 현장 분위기나 사실과 굉장히 다르게 전달됐다. 하필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져서 사실과 다르게 가 버린 측면이 있다. 설명을 일일이 길게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저자세 논란으로 비춰진 점에선 현장 협상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보도와는 전혀 달랐고, 저자세라 느낀 사람도 현장엔 사실상 없었다. 유감 표명할 사안이라고 보지 않았다.
▷26일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에 남북 정상 깜짝 만남 이뤄질 가능성 있나.
▶가능성 없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