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근본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당정대책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가운데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9일 국회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 근본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당정대책회의’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가운데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국회가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24) 사망 후 뒤늦게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늘리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2년 반 넘게 법 개정에 손을 놓고 있다가 사망 사고가 재발하자 부랴부랴 수습책을 내놓는 전형적 ‘뒷북 입법’이다.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 합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오랫동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야당과) 합의했다”며 “조만간 관련 공청회를 열고 당별로 의견을 취합해서 꼭 통과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이날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27일 본회의 전까지 우선 합의가 된 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노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의원은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거들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안전보건법은 58건에 달한다.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을 원청이 챙기도록 하고, 위험한 업무만 떼어내 사내하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들이다.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김모씨(19)가 사망한 후 여야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 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여야가 뒷북 입법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용균 씨 유족 측은 “구의역 사고 후에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위험 업무를 2인1조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여전히 없다”며 “법 개정만 제때 이뤄졌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달 1일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며 28년 만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아직 논의조차 못했다. 도급사업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원청이 책임지는 범위를 현재 22개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하청업체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하면 원청 사업주가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안 발의 후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단 한 차례 열렸다. 이마저도 다른 법안들만 논의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전부개정안은 보통 정부 측(고용노동부)에서 의원들을 찾아 일일이 설명해왔는데 이번엔 어떤 노력도 없었다”며 책임을 정부에 떠넘겼다.

1주일 만에 ‘뚝딱’ 법안 처리 나서

정부·여당은 이날 당정 협의를 통해 원·하청 통합관리 업종에 전기업종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통합관리란 원청이 하청업체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원하청 산재 발생 건수를 모두 포함해 고용부에 보고하는 제도다. 원청 사망사고율보다 하청 사망사고율이 높으면 근로감독과 함께 정부포상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제조업, 철도·도시철도운송업 중 1000명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국회 환노위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 관련 법 개정안을 오는 2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당정 협의 후 “지난 정부가 발전분야의 민간 경쟁체제를 대폭 확대하면서 ‘위험의 외주화’ ‘값싼 노동’과 같은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보통 논의에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전부개정안 법률을 1주일 만에 처리에 나선 것을 두고 졸속 입법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에서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과한 데다 도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어 여야 간 협상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우섭/배정철/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