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있는 한 문구제조업체 사장은 몇 달 전 아들과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가업승계도 생각해봤지만 상속세 등 부담이 크고 아들도 제조업에 관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K사장은 “가업승계 관련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세금이 많은 데다 성장성도 없어 보여 매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불황에 상속세 65%…"회사 물려줄 엄두 못 내"
과도한 세금 부담과 불투명한 사업 전망으로 대를 이어 가업을 지속하겠다는 중소기업이 줄고 있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창업 10년 이상 된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8.0%만이 가업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9.8%포인트 줄었다. 승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지난해 32.0%에서 올해 40.4%로 늘었다.

중소기업 가업승계의 최대 걸림돌은 상속세다. 응답자 10명 중 7명가량(69.8%)이 가업승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상속세 등 조세 부담’을 꼽았다. 국내 최고 상속세율은 50%지만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포함하면 65%에 이른다. ‘자금, 판로 등 지원정책 부족’(18.6%), ‘거래처 물량 축소, 관계 악화’(2.6%) 등이 뒤를 이었다.

성명기 이노비즈협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과 맞물린 제조업 침체와 상속세 부담 등으로 회사 매각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