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여행' 집어삼킨 일산화탄소…현장 합동 감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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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으로 떠난 수능 후 첫 여행 하루아침에 산산조각
숨진 3명 장례식은 서울서 조용히…부상 7명 중 3명 회복세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참사는 어긋난 보일러 배기관(연통)에서 유출된 배기가스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잠정 결론이 났다.
사고 직후 72명의 수사관 등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한 경찰은 가스보일러 본체와 어긋나게 연결된 배기관(연통)에서 배기가스가 유출돼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원인 규명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장 합동 감식팀은 19일 저녁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를 떼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는 것을 끝으로 합동 감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이번 참사로 꿈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3명의 시신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유족 뜻에 따라 부검 없이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학생 7명은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의식을 되찾아 걷고 물을 마실 정도로 회복했다.
나머지도 더디지만, 상태는 조금씩 호전 중이다. ◇ 경찰 "일산화탄소 치사량 훨씬 넘어"…배기관 어긋난 원인 집중 조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9일 중간수사 브리핑을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혈중 일산화탄소농도가 40% 이상이면 치사량으로 보는데, 사망한 학생들 몸에서 48∼63%가량 검출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가스보일러와 관련해 경찰은 "펜션 보일러실에는 연소 가스를 내보내는 배기관(연통)이 있는데,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연통) 연결 부위가 어긋나 있어서 배기가스 일부가 유출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국과수 감식을 토대로 종합적인 수사가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고, 연통이 어긋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경찰은 "보일러 설치 시기는 2014년으로 추정되나 게스트하우스에서 펜션으로 바뀌면서 내부 구조가 변경됐는지도 확인 중"이라며 "배기관이 어긋난 원인을 밝히고자 최대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합동 감식팀은 이날 저녁 보일러를 떼 국과수에 보내며 합동 감식을 끝냈다.
감식 인원은 모두 철수했으나 현장 통제는 지속하면서 필요 시 추가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 부상 학생 7명 회복 중…"일부는 걷고 물 마실 수 있을 정도"
이번 사고로 일산화탄소 중독 부상 학생은 7명이다.
5명은 강릉 아산병원에서, 2명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각 고압산소치료 중이다.
강릉 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5명은 스스로 호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명의 의식이 돌아온 데 이어 1명이 추가로 의식을 회복했다.
병원 측은 학생 한 명이 더 의식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이날 오후 2시 브리핑에서 "오전 고압산소치료 후 한 학생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고, 한 명은 추가로 약간의 명령에 반응하고 조금 발성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깬 학생은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고, 오늘 깨어난 학생은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학생 2명은 깨어날 때까지 고압산소치료를 지속하고, 많이 호전된 학생들은 내일(20일)부터 한 번으로 줄일 예정이다.
처음으로 의식을 회복한 학생은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 중인 학생 2명의 상태도 조금씩 호전 중이나 속단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용성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뇌와 심장, 콩팥, 폐, 근육 등 다양한 장기 손상을 보여 약물과 수액 치료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도삽관과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고, 저체온 치료를 위해 인공호흡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며 "현재로선 치료나 회복이 어떤 단계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우정여행' 떠났는데…사건 당일 학생들의 행적
경찰은 사고 직후 펜션 주변 CCTV 등을 통해 파악된 사고 학생들의 행적도 확인했다.
수능을 마친 학생 고3생 10명은 지난 17일 정오 들뜬 마음으로 서울역에서 강릉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 안에서 인스타그램에 '#우정여행'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셀카 사진과 탑승권 사진을 올리며 여행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펜션에 도착한 시간은 17일 오후 3시 42분.
학생들은 펜션에 입실 후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같은 날 오후 6시 56분과 59분 사이 택시 3대에 나눠 타고 펜션에 도착한 뒤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식사를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어 같은 날 오후 8시 52분과 오후 9시 5분께 객실로 입실한 학생들은 이후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튿날인 18일 오전 3시까지 펜션 건물 2층에서 인기척이 있었다는 것이 펜션 업주의 진술이다.
결국 힘들었던 입시 생활을 떠올리며 새벽까지 우정을 나누며 웃고 즐겁게 지냈을 고3 학생 10명 중 3명은 하루아침 사이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들이 발견된 시간은 18일 오후 1시 12분께. 펜션 시설 점검차 방문한 업주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다.
끝내 고등학교 2∼3학년 때 동고동락하며 우정을 쌓은 학생들의 수능 후 첫 여행은 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 유족 "부검 원치 않아"…서울서 조용히 가족장으로 장례 치러
강릉 아산병원과 고려병원에 안치됐던 사망자 시신은 유족 요청에 따라 부검을 하지 않았으며 이날 오후 소방 헬기를 이용,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오후 6시 전후 빈소에 속속 도착해 비통한 분위기 속에 조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짧은 준비 시간을 거쳐 빈소가 차려지자 오후 7시를 전후해 조문객이 하나둘씩 방문하기 시작했다.
숨진 학생들이 재학 중이던 대성고의 일부 교사도 유족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유족들이 이날 오전 사고대책본부를 통해 밝힌 대로 장례식은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한 상태로 조용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지만, 우리는 조용히 가족장을 치르는 방식으로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을 보내겠다.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거나 실명을 거론하거나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 등 과도한 관심을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