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조감도)가 상정 1년 만에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 4년간 끌어온 GBC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이 재도약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수도권정비위원회 실무회의에서 서울시가 신청한 GBC 사업이 조건부로 통과됐다. 이로써 내년 1월 서류상으로 이뤄지는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국토부 인허가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회의 통과 후 서울시의 건축허가, 굴토심의 등을 거치면 이르면 내년 6월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옛 한국전력 부지에 조성하는 GBC 사업은 지난 1년간 수도권정비위에서 세 차례 보류됐다. 위원들이 서울 강남 중심지인 삼성동에 100층 이상 대형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집중되는 데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인구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대책을 제시했고, 실무위는 이 방안을 잘 이행하고 서울시가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조건으로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GBC는 현대차가 3조7000억원을 투자해 105층 높이 빌딩 1개와 35층짜리 호텔·오피스텔 1개, 6~9층 규모 컨벤션·공연장 3개 등 총 5개 빌딩을 짓는 사업이다. 105층 빌딩의 높이는 569m로 현재 국내 최고인 123층의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높다.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 15곳과 직원 1만여 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며 총사업비 3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265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와 122만 명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차는 2014년 10조원을 들여 한국전력 사옥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강남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GBC 인허가를 미뤄왔다. 정부가 지난 17일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GBC 건설과 관련한 심의를 서두르겠다고 밝히면서 사업에 물꼬가 트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가 입주를 마치면 그룹 계열사 간 협력 및 연구개발(R&D)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