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이산화탄소 악마화'에…프랑스 '노란 조끼'의 이유 있는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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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사설 - 조지 멜론 작가, 前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유류세 인상으로 자금 마련"
마크롱 정책에 반발해 시위
교토의정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
기후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이산화탄소는 아주 작은 부분
작년 지구기온 20년 전과 비슷
기후경보 발동 46년 지났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하면서
지구는 과거보다 더 푸르러져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유류세 인상으로 자금 마련"
마크롱 정책에 반발해 시위
교토의정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
기후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이산화탄소는 아주 작은 부분
작년 지구기온 20년 전과 비슷
기후경보 발동 46년 지났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하면서
지구는 과거보다 더 푸르러져
유류세 인상에 반발하며 불붙은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가 5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란 조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면 이산화탄소()라는 매우 이상한 답이 나온다. 정치인들이 이산화탄소를 ‘악마화’해 과세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구 대기의 중요한 요소인 이산화탄소는 50여 년 전부터 기후 변화를 일으켰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갤런당 25센트의 유류세 인상을 통해 연료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자 했다. 프랑스는 2016년 발의된 ‘파리 기후변화협약’ 가입국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노란 조끼 시위는 ‘보이지 않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려줬다.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강제하는 ‘녹색 정책’에 대한 반발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호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역대 호주 총리들은 일곱 차례나 기후 변화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데 실패했다. 녹색 정책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킨 요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연방 정부를 상대로 탄소세 폐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워싱턴주 주민들은 지난달 탄소세 관련 법안을 거부했다. 이달 초 200여 명의 미국 시민 운동가들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에 대항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비 부담을 높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윌리엄 맥거넌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기후 변화 정책은 대중교통 이용량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통 혼잡을 만든 꼴”이라고 비판했다.
기후학은 대부분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통제된 실험’을 수행할 방법이 없어서다. 기후 학자들은 지난 세기 동안 기후와 날씨에 대해 많은 것을 연구했다. 그러나 실제 기후를 통제하는 것은 이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기상학자인 리처드 린드젠은 “기후는 바다와 대기라는 두 유기체가 육지와 끊임없이 반응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 기후학자들은 기후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에서 아주 작은 한 부분인 이산화탄소가 기후를 통제한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린드젠이 비판한 기후학자들의 이론은 ‘마술적 사고’에 가깝다. 하지만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서사이기도 하다.
녹색 정책은 비용도 많이 든다. 덴마크 과학자 비요른 롬보르그는 2009년 탄소 배출 억제에 세계적으로 연간 180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같은 점들을 따져보면 녹색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소 배출 억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 논리를 바탕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토의정서에서 본격화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오해는 이보다 더 오래 전인 1972년부터 시작됐다. 캐나다 석유업계 거물인 모리스 스트롱이 당시 로마클럽(국제 미래연구기관) 회의에서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구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다. 스트롱은 이후 유엔 사무차장 겸 지구환경위원회 의장으로 일했다.
1980년대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행정부는 기후 논쟁을 더 촉발시켰다. 유엔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정부 간 대화 창구를 개설했다. 저명한 과학자들을 모아 인류의 활동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1990년대 인류 활동과 기후 변화의 연관관계를 처음 평가했지만 어떤 관계도 없었다. 1995년에 진행한 두 번째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후 인류가 지구 기온을 더 높인다는, 앞선 평가와 반대되는 별도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물리학자 프레데릭 사이츠는 이에 분노했다. 그는 1996년 이 보고서에 대해 “인류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내용을 조작해 정책 입안자들과 대중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3만2000명 이상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트롱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에너지 과세의 근거를 기후 변화에서 찾았다. 37개 선진국이 교토의정서를 발의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고어 전 부통령이 협약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기후 변화와 관련한 주장들이 ‘허구’라며 교토의정서와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2015년에 사망한 스트롱이 ‘기후 경보’를 발동한 지 46년이 지났다. 그동안 ‘연약한 행성’ 지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조사에 따르면 지구는 식물의 필수 영양소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서 과거보다 더 푸르러졌다. 미국과 영국의 기상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기온은 20년 전과 비슷하다.
지구는 더 건강해졌고, 인류는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은 정치 엘리트들보다 과학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원제=The Yellow Jackets Are Right About Green Policies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갤런당 25센트의 유류세 인상을 통해 연료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자 했다. 프랑스는 2016년 발의된 ‘파리 기후변화협약’ 가입국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노란 조끼 시위는 ‘보이지 않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려줬다.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강제하는 ‘녹색 정책’에 대한 반발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호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역대 호주 총리들은 일곱 차례나 기후 변화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데 실패했다. 녹색 정책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킨 요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연방 정부를 상대로 탄소세 폐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워싱턴주 주민들은 지난달 탄소세 관련 법안을 거부했다. 이달 초 200여 명의 미국 시민 운동가들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에 대항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비 부담을 높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윌리엄 맥거넌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기후 변화 정책은 대중교통 이용량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통 혼잡을 만든 꼴”이라고 비판했다.
기후학은 대부분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확인하기 위해 ‘통제된 실험’을 수행할 방법이 없어서다. 기후 학자들은 지난 세기 동안 기후와 날씨에 대해 많은 것을 연구했다. 그러나 실제 기후를 통제하는 것은 이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기상학자인 리처드 린드젠은 “기후는 바다와 대기라는 두 유기체가 육지와 끊임없이 반응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 기후학자들은 기후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에서 아주 작은 한 부분인 이산화탄소가 기후를 통제한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린드젠이 비판한 기후학자들의 이론은 ‘마술적 사고’에 가깝다. 하지만 대중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서사이기도 하다.
녹색 정책은 비용도 많이 든다. 덴마크 과학자 비요른 롬보르그는 2009년 탄소 배출 억제에 세계적으로 연간 180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같은 점들을 따져보면 녹색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은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탄소 배출 억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 논리를 바탕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토의정서에서 본격화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오해는 이보다 더 오래 전인 1972년부터 시작됐다. 캐나다 석유업계 거물인 모리스 스트롱이 당시 로마클럽(국제 미래연구기관) 회의에서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구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다. 스트롱은 이후 유엔 사무차장 겸 지구환경위원회 의장으로 일했다.
1980년대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행정부는 기후 논쟁을 더 촉발시켰다. 유엔은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정부 간 대화 창구를 개설했다. 저명한 과학자들을 모아 인류의 활동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이들은 1990년대 인류 활동과 기후 변화의 연관관계를 처음 평가했지만 어떤 관계도 없었다. 1995년에 진행한 두 번째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후 인류가 지구 기온을 더 높인다는, 앞선 평가와 반대되는 별도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물리학자 프레데릭 사이츠는 이에 분노했다. 그는 1996년 이 보고서에 대해 “인류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내용을 조작해 정책 입안자들과 대중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3만2000명 이상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트롱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에너지 과세의 근거를 기후 변화에서 찾았다. 37개 선진국이 교토의정서를 발의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고어 전 부통령이 협약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기후 변화와 관련한 주장들이 ‘허구’라며 교토의정서와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2015년에 사망한 스트롱이 ‘기후 경보’를 발동한 지 46년이 지났다. 그동안 ‘연약한 행성’ 지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조사에 따르면 지구는 식물의 필수 영양소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서 과거보다 더 푸르러졌다. 미국과 영국의 기상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기온은 20년 전과 비슷하다.
지구는 더 건강해졌고, 인류는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은 정치 엘리트들보다 과학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원제=The Yellow Jackets Are Right About Green Policies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