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올해 클래식 음악계를 열광시킨 음반은 무엇일까. 클래식 전문가들과 대중의 선택은 크게 갈렸다. 전문가들은 테오도르 쿠렌치스(45)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6번을 올해 최고의 음반으로 꼽았다. 반면 음악팬들은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음반과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팝페라 가수들의 앨범을 올 한 해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클래식 음악 평론가 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인터파크에서 판매된 클래식 음반 판매량 순위를 반영한 결과다.

쿠렌치스 ‘말러 교향곡 6번’ 최고

쿠렌치스 '말러 교향곡 6번' 환호…음악팬, 조성진의 모차르트 열광
평론가들로부터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음반은 러시아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6번:비극적’(소니 클래시컬)이었다. 평론가 5명 중 4명이 이 앨범을 ‘최고’라고 꼽았다. 이 앨범은 ‘음악계 이단아’란 별명을 가진 쿠렌치스가 러시아의 무지카 에테르나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해 지난 10월 발매했다. 그가 처음으로 공개한 말러 교향곡 녹음이다. 쿠렌치스 특유의 폭발적인 힘과 독특하고 실험적인 곡 해석이 돋보인다.

황진규 평론가는 “대편성 곡을 소편성으로 대체하면서도 전혀 달리지 않는 힘이 대단했다”고 평했다. 한정호 평론가는 “1950년대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의 해석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복고적 느낌이 강하다”면서도 “결과물은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기는 특이한 창작물”이라고 했다.

‘바이올린 여제’의 바흐 녹음

미국 바이올리스트 힐러리 한(38)이 지난 10월 발매한 ‘바흐 무반주 소나타 1, 2번 및 파르티타 1번’(데카)도 두 명의 평론가로부터 선택받았다. 힐러리 한은 20년 전 발매한 첫 번째 앨범에 담지 못했던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3곡을 추가해 전체 6개 곡을 완성했다. 류태형 평론가는 “힐러리 한이 선보인 바흐는 성숙해져 돌아왔을 뿐 아니라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바이올린만으로 공연장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아는 연주자”라고 감상을 전했다.

쿠렌치스 '말러 교향곡 6번' 환호…음악팬, 조성진의 모차르트 열광
이 밖에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을 다룬 음반도 명반으로 꼽혔다. 번스타인과 친분을 쌓았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메르만이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함께 연주해 지난 8월 발매한 ‘번스타인: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유니버설)가 대표적이다. 류 평론가는 “작곡가와 연주자 사이의 의리를 래틀과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훌륭히 서포트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여성 지휘자 마린 올솝이 지휘한 번스타인 전집(유니버설·도이치 그라모폰)을 꼽은 송주호 평론가는 “들을 기회가 적은 희귀한 작품도 수록돼 번스타인의 음악세계를 깊고 폭넓게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중의 선택은 ‘조성진’과 ‘팝페라’

대중은 클래식 전문가들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대체로 스타성과 대중성을 지닌 음악가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인터파크 집계에 따르면 상위 10위 중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와 관련한 음반이 6개, 조성진이 연주하거나 참여한 음반이 3개였다. 특히 조성진이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소나타 3, 12번’(유니버설)은 올해 클래식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정명훈 지휘자,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교향곡 5번 운명’(유니버설) 역시 5위에 올랐고, ‘드뷔시 평화로운 피아노’(도이치 그라모폰)도 10위에 올랐다. ‘팬텀싱어’ 출신 음악가들이 내놓은 음반들은 판매 순위 2, 3, 4, 7, 8,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올해 클래식 음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