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800만달러(약 90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의 의제로 올리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미국은 전일 자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전날 방한해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는 등 실무협의체가 가동되는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미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비롯해 이산가족 화상상봉,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한 간 국제항공로 신설 등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면제 여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미가 인도적 지원 카드를 제시한 것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의도가 강하다. 북한은 지난달 초 고위급 회담 무산 이후 협상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명의 논평에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원인을 진단하며 “우리는 제재 따위가 무섭거나 아파서가 아니라 그것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논평은 또 “미국은 제 할 바는 하나도 하지 않고 우리를 향해 더 많은 조처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