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2019 업무보고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2019 업무보고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정부의 국정 목표 실현을 위해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역대 최다인 내년 국방 예산(46조7000억원)을 방위산업 등 민간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써달라는 주문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과학기술을 접목해 선진화된 국방 운영체계를 구현하겠다”고 답했다.

국방개혁 강조한 문 대통령

국방부는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은 잠정적 평화지만, 내년엔 흔들리지 않는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해야 한다”며 “군이 강력한 안보태세로 뒷받침해달라”고 당부했다. ‘책임 국방’에 대한 강조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이날 발간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책임 국방’이란 ‘평화 지키기’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안보’를 말한다.

문 대통령은 발언의 절반가량을 국방개혁 강조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의 주체는 군이지만 개혁을 평가하는 것은 국민”이라며 “국민이 군을 신뢰할 때만 최강의 군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달라”고 했다.

올해보다 8.2% 증액한 2019년도 국방예산의 활용법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준 예산”이라며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국방력 증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군 연구개발(R&D) 예산의 ‘낙수효과’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방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시키고,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이끈다면 (군이) 혁신성장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방위력 개선비 예산은 올해보다 13.7% 늘어난 15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다 규모다.

대통령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제대로 준비가 돼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표문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국방 운영의 효율화에 대해서만 한 차례 언급됐다. 국방예산 활용과 관련해서도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 구매에만 집중됐다.

장군 정원 매년 줄어

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과정에서 한·미 동맹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남북 간의 군사합의도,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도, 전시작전권 전환 준비도 굳건한 한·미 공조 속에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정 장관은 “내년에 최초로 미래지휘구조를 적용해 한·미 연합검증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우리 군 주도의 전구작전이 이뤄지도록 실질 검증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매년 4월 대규모로 하던 한·미 야외기동훈련을 축소된 형태로 연중 하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연합지휘소연습은 종전대로 전·후반기 1회씩 시행한다.

일부 시범 부대에 적용되던 일과 후 휴대폰 사용 등 병영문화 개선 정책도 전 부대로 확산될 전망이다.

정 장관은 “평일 일과 이후 병사 외출제도를 시행하고, 휴대폰 사용은 보완 소요를 강구해 전면 허용토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영거부자의 대체복무기간과 관련해 국방부는 36개월로 정하되, 최대 1년까지 복무 기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하는 안을 대통령 보고에 포함시켰다.

이 밖에 국방부는 436명인 장군 정원을 내년에 40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2022년에는 360명으로 추가 감축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은 뒤 임종석 비서실장 등과 함께 국방부 북한정책과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화약고와 같은 비무장지대의 평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며 “공동경비구역(JSA)에 시민들이 가서 볼 수 있게 하고, 비무장지대 안에 한국의 산티아고길 같은 일종의 평화의 길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동휘/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