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톤, '금호 알짜 3社' 인수 후 체질개선…1년새 230억 벌어
‘다윗이 골리앗을 삼켰다.’

2012년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알짜 자회사 3곳을 깜짝 인수하자 투자은행(IB)업계가 술렁였다. 기업 인수합병(M&A) 경험이 전무한 신생 PEF가 자산총액이 20조원에 육박하던 금호그룹을 상대로 9500억원짜리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케이스톤은 자금난을 겪던 금호그룹으로부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 금호고속 지분 100%, 대우건설 지분 12%를 사들였다. 이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금호고속을 속도감 있게 재매각해 짭짤한 초과수익을 거뒀다. 금호그룹은 이 거래로 경영정상화의 첫걸음을 뗐다. ‘금호패키지딜’은 대기업과 PEF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윈윈’ 모델을 보여준 첫 사례로 기록됐다.

특수 상황에 투자하라

당시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건설경기 악화로 대우건설 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자는 2009년 풋옵션(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팔 권리)을 행사했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금호그룹은 2010년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맺고, 2011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3개 자회사 지분을 매물로 내놨다.

기존 대형 PEF들은 대기업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부실채권 투자 경험이 많은 유현갑 케이스톤 대표(사진)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룹이 처한 특수상황을 활용해 저평가된 가격에 금호고속 등을 인수하면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판단은 적중했다. 투자한 지 1년이 채 안 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약 23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신세계에 전량 매각했다. 2015년 6월에는 3310억원에 인수했던 금호고속 지분 100%를 금호그룹에 재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배당금 등을 포함해 금호고속 투자로 벌어들인 돈은 6560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 대우건설 지분을 모두 시장에 내다 팔며 마무리된 패키지딜의 전체 내부수익률(IRR)은 10%를 웃돌았다.

금호고속 밸류업

투자 당시 케이스톤이 무모한 도전을 했다는 시각도 많았다. 국내 고속버스 사업의 성장성이 정체되면서 실적 개선이 힘들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금호고속이 업계 1위의 높은 인지도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무엇보다 금호그룹이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룹 사정이 나아지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반드시 다시 사들일 것이란 판단이었다.

이때를 대비해 케이스톤은 금호고속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뒀다. 우선 그룹의 낮은 신용도 탓에 7%대에 달하던 차입금 이자율을 3%로 낮췄다. 10년마다 바꾸던 신차 교체주기도 9년으로 앞당겼다. 2년간 200억원을 투입해 120여 대의 차량을 우등고속버스로 바꿨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로 승객 수가 늘어나면서 금호고속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해외 투자도 확대했다. 베트남 법인에 추가 출자해 차량 수를 늘린 게 대표적이다. 베트남 법인이 흑자 전환하면서 금호고속은 2014년 창사 이래 최대인 5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호 패키지딜로 이름을 알린 케이스톤은 이후 6개의 펀드를 통해 1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중견 PEF로 성장했다. 유 대표는 “앞으로도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투자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신성장산업에 투자하면서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돕는 투자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