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 나쁘지 않다…달러 강세 둔화로 한국 등 신흥국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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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 속 긍정론' 근거 들어보니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는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에 고용 소비 등 국내 경기 지표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증권가의 내년 전망도 대부분 비관적이다. 하지만 “이럴 때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소수파가 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서 내년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근거와 투자 전략 등을 들어봤다.
헤지펀드업계 1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황성환 대표는 “경험적으로 모두가 공포에 질려있을 때가 투자 적기”라며 “악재는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고 올해 증시도 조정받았기 때문에 내년을 우량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위기는 낙관론이 우세할 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지 지금처럼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는 위기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황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때 140% 넘는 수익을 내며 투자 고수로 떠올랐다. 초기 급락장에서 과감히 손절매한 뒤 현금 비중을 늘리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식을 사고파는 전략을 썼다. 황 대표는 “증시 환경이 안 좋아도 금융위기 때처럼 최악은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며 “상반기에 반등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증시의 계절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금 증시는 세금 문제에 눌려 있다”며 “대주주 양도세 과세 요건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고 연초에 되사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기대로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2013년 이후 올해까지 코스닥지수는 1월에 평균 4.26% 올랐고 12월에는 0.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황 대표는 “한국이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유망하게 본다”고 말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상장사들의 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지수가 내년에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2개월 선행 기준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81배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0.95배)보다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20년간 코스피지수 평균 PBR은 1.16배였다.
민 본부장은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근거로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꼽았다. 이달 들어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9.46%, S&P500지수가 8.43% 떨어졌지만 코스피지수는 1.7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는 “코스피는 작은 호재에도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올해 6조원, 기관이 3조원어치 이상을 판 만큼 수급 측면에서도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본부장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에 주목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재고 조절에 나서면서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중장기적 반도체 수요 증가는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가 반도체주를 싸게 담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거시경제 지표들이 한국 증시에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올해 내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를 짓눌러온 ‘강(强)달러’의 진정세다.
홍 팀장은 “올해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악재는 미국 달러화의 강세였다”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6조원어치 이상 팔면서 증시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 수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올해처럼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졌을 땐 분명한 악재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홍 팀장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 흐름이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위해 실물 경제에 충격을 주는 무역전쟁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 팀장은 “올해 기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정부 예산에도 여유가 생겼다”며 “내년 재정 확대로 인한 내수경기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을 겪던 조선과 자동차산업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만수/나수지 기자 bebop@hankyung.com
황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때 140% 넘는 수익을 내며 투자 고수로 떠올랐다. 초기 급락장에서 과감히 손절매한 뒤 현금 비중을 늘리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식을 사고파는 전략을 썼다. 황 대표는 “증시 환경이 안 좋아도 금융위기 때처럼 최악은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며 “상반기에 반등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증시의 계절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지금 증시는 세금 문제에 눌려 있다”며 “대주주 양도세 과세 요건을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고 연초에 되사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 기대로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2013년 이후 올해까지 코스닥지수는 1월에 평균 4.26% 올랐고 12월에는 0.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황 대표는 “한국이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유망하게 본다”고 말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상장사들의 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지수가 내년에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2개월 선행 기준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81배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0.95배)보다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20년간 코스피지수 평균 PBR은 1.16배였다.
민 본부장은 국내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근거로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꼽았다. 이달 들어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9.46%, S&P500지수가 8.43% 떨어졌지만 코스피지수는 1.7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는 “코스피는 작은 호재에도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올해 6조원, 기관이 3조원어치 이상을 판 만큼 수급 측면에서도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본부장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에 주목했다.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재고 조절에 나서면서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중장기적 반도체 수요 증가는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가 반도체주를 싸게 담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거시경제 지표들이 한국 증시에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올해 내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를 짓눌러온 ‘강(强)달러’의 진정세다.
홍 팀장은 “올해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악재는 미국 달러화의 강세였다”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6조원어치 이상 팔면서 증시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 수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올해처럼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졌을 땐 분명한 악재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홍 팀장은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 흐름이 올해 4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위해 실물 경제에 충격을 주는 무역전쟁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 팀장은 “올해 기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정부 예산에도 여유가 생겼다”며 “내년 재정 확대로 인한 내수경기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을 겪던 조선과 자동차산업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만수/나수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