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불황과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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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논설위원
내년 경기가 나아질 리 없다는 불안감이 퍼져 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경제단체나 연구소들은 이제 경기 위축, 저성장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불황을 얘기한다. 사실 불황이란 단어는 꺼내는 것만으로도 경제심리에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금기시돼왔다. 그런데도 우려의 얘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실제 피부에 와닿을 정도가 됐다는 의미다. 예년에 북적이던 상가가 한산하고 술집 골목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밤늦게도 쉽게 택시를 타면서 사람들은 꺾인 경기를 걱정한다.
길어지는 경기침체의 그림자
사실 올 한 해를 봐도 경기가 좋아질 모멘텀이 없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기업이 없었다. 오히려 경기 하강 요인은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더구나 그것이 정부 제도 변화 탓이 커서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나 강제적 주 52시간근로만큼 짧은 시간 동안 일자리를 없애고, 일거리를 줄인 제도도 없었다. 여기다 미국의 장기 호황이 끝나 가고 미·중 통상전쟁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져 가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이 연말 인사에서 세대 교체를 서두르고, 군살 빼기에 나선 것은 불황에 대한 선제 대응과 다름없다. 예년과는 다른 혹독한 환경이 펼쳐질 것에 대비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정신 상태를 가다듬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대표 기업들까지 안 쓰고, 덜 쓰고, 투자까지 미루는 긴축에 들어가면 경제는 더욱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불황이야말로 부의 재편이 일어나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리스크》의 저자 피터 번슈타인은 “대공황 때 큰돈을 번 사람이 훨씬 많았다”고 강조한다. 모두들 위축돼서 투자를 안 하고 사업을 줄여 갈 때, 오히려 기회를 잡는 이들이 대거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같은 시장에서 ‘위험’을 보느냐 ‘기회’를 보느냐였다. 대부분이 두려워 위험을 회피할 때, 기회를 보고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불황기가 오히려 더 나은 시기라는 설명이다.
회사 바꾸는 모험의 기회로
사실 불황은 다시 말하면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다. 당연히 현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훨씬 싼값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당연히 회사들은 인수합병(M&A) 기회를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황 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도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비싼 것이 아니라 실속 있는 것을 선호하고, 사치품보다는 필수품을 더 챙긴다. 기존 상품을 파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저 싸게 팔려고 할 것이 아니라 ‘불황 아이템’을 고민해야 옳다. 묶음 판매나 노(no)브랜드 마케팅은 불황 때 고안된 판매 방식이다.
시장의 변화, 특히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야말로 블루오션 전략가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기회다. 과거에 해오던 것이 너무 많은 기존 대기업들은 변화하기 어렵지만 작은 기업들, 신생 회사들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제 성과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시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 지금 한국의 IT를 좌우하는 포털, 게임,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블루오션 전략에 따르면 사양산업이란 없다. 변화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만 살다 죽어가는 사양기업이 있을 뿐이다. 불황은 모두가 움츠리는 침묵의 시대이기도 하고, 시장을 장악하려는 혁신가에겐 벅찬 모험의 시대이기도 하다.
yskwon@hankyung.com
경제단체나 연구소들은 이제 경기 위축, 저성장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불황을 얘기한다. 사실 불황이란 단어는 꺼내는 것만으로도 경제심리에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금기시돼왔다. 그런데도 우려의 얘기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실제 피부에 와닿을 정도가 됐다는 의미다. 예년에 북적이던 상가가 한산하고 술집 골목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밤늦게도 쉽게 택시를 타면서 사람들은 꺾인 경기를 걱정한다.
길어지는 경기침체의 그림자
사실 올 한 해를 봐도 경기가 좋아질 모멘텀이 없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기업이 없었다. 오히려 경기 하강 요인은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더구나 그것이 정부 제도 변화 탓이 커서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나 강제적 주 52시간근로만큼 짧은 시간 동안 일자리를 없애고, 일거리를 줄인 제도도 없었다. 여기다 미국의 장기 호황이 끝나 가고 미·중 통상전쟁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져 가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이 연말 인사에서 세대 교체를 서두르고, 군살 빼기에 나선 것은 불황에 대한 선제 대응과 다름없다. 예년과는 다른 혹독한 환경이 펼쳐질 것에 대비해 몸집을 가볍게 하고, 정신 상태를 가다듬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대표 기업들까지 안 쓰고, 덜 쓰고, 투자까지 미루는 긴축에 들어가면 경제는 더욱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불황이야말로 부의 재편이 일어나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리스크》의 저자 피터 번슈타인은 “대공황 때 큰돈을 번 사람이 훨씬 많았다”고 강조한다. 모두들 위축돼서 투자를 안 하고 사업을 줄여 갈 때, 오히려 기회를 잡는 이들이 대거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같은 시장에서 ‘위험’을 보느냐 ‘기회’를 보느냐였다. 대부분이 두려워 위험을 회피할 때, 기회를 보고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하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불황기가 오히려 더 나은 시기라는 설명이다.
회사 바꾸는 모험의 기회로
사실 불황은 다시 말하면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다. 당연히 현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훨씬 싼값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당연히 회사들은 인수합병(M&A) 기회를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황 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도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비싼 것이 아니라 실속 있는 것을 선호하고, 사치품보다는 필수품을 더 챙긴다. 기존 상품을 파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저 싸게 팔려고 할 것이 아니라 ‘불황 아이템’을 고민해야 옳다. 묶음 판매나 노(no)브랜드 마케팅은 불황 때 고안된 판매 방식이다.
시장의 변화, 특히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야말로 블루오션 전략가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기회다. 과거에 해오던 것이 너무 많은 기존 대기업들은 변화하기 어렵지만 작은 기업들, 신생 회사들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제 성과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시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 지금 한국의 IT를 좌우하는 포털, 게임,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블루오션 전략에 따르면 사양산업이란 없다. 변화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만 살다 죽어가는 사양기업이 있을 뿐이다. 불황은 모두가 움츠리는 침묵의 시대이기도 하고, 시장을 장악하려는 혁신가에겐 벅찬 모험의 시대이기도 하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