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의 '뒤봐주기' 2벌타…샷도 40초 안에 '속전속결'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년부터 달라지는 주요 골프 규칙 (상)
R&A·USGA 60년만에 '개벽'
불필요한 규제 없애 경기 빨라져
OB가 나더라도 2벌타 받고 페어웨이에 드롭하고 샷 가능
드롭 위치도 무릎 높이에서
페어웨이와 러프 지역에서 땅에 박힌 공 빼놓고 쳐도 돼
'투 터치'도 벌타없이 무사 통과
주말골프 룰 처럼 너무 관대?
프로에선 채택되지 않을 룰도
R&A·USGA 60년만에 '개벽'
불필요한 규제 없애 경기 빨라져
OB가 나더라도 2벌타 받고 페어웨이에 드롭하고 샷 가능
드롭 위치도 무릎 높이에서
페어웨이와 러프 지역에서 땅에 박힌 공 빼놓고 쳐도 돼
'투 터치'도 벌타없이 무사 통과
주말골프 룰 처럼 너무 관대?
프로에선 채택되지 않을 룰도
‘쉽고 빠르게.’
2019년 1월1일부터 골프 룰이 바뀐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적용되는 새 규범이다. 바람이 볼을 움직이고, 단순 실수로 모래에 클럽이 닿았는데도 벌타를 매기는 등의 ‘지나친 가혹’이 상당수 사라지고 문명의 이기인 거리측정기까지 허용됐다. “철옹성 같던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60여 년 만에 천지개벽을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 골프의 얼굴과 많이 가까워졌다는 평이다. 하지만 ‘양심에 따라, 놓인 그대로 친다’는 골프의 기본 철학은 여전히 견고하다. 주말골퍼가 알아두면 좋을 주요 룰 변화를 모았다.
빨리, 편하고, 단순하게
새로 바뀐 규칙의 기본 철학은 ‘빨리 경기를 해 지루함을 줄이자’로 요약된다. 골프가 갈수록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느림보 플레이’를 개선해 대중성과 인기를 회복해 보겠다는 복안에서다. 3인1조, 18홀, 선수 기준 최소 4시간30분이 넘는 경기시간이 4시간대 초반으로 상당 부분 앞당겨질 전망이다.
우선 캐디가 샷을 하기 위해 옆으로 서는 자세(스탠스)를 취한 선수 뒤에 서서 얼라인먼트(방향설정)를 돕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페어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린에서는 한 번의 ‘뒤봐주기’가 허용되고 두 번째부터 금지된다. 브레이크를 함께 읽는 행위는 허용된다. 결국 그린에서도 최종 스트로크할 때는 선수 뒤에 캐디가 없어야 한다. 자신의 기술과 전략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골프의 기본 정신을 감안한 동시에 ‘캐디들의 뒤봐주기’가 워낙 보편화되면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익숙했던 캐디의 뒤봐주기가 사라지면 혼자서 낯선 루틴을 해야 하는 선수들의 성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진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은 “캐디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히 선수 뒤에 서 있다 해도 2벌타를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번의 샷을 끝내는 시간도 기존 45초에서 40초로 단축된다. 티를 꼽는 순간 등 샷할 뜻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만한 준비동작에서부터 스트로크나 스윙을 피니시한 순간까지 40초다. 맨 먼저 티샷하는 사람은 여기에 5초의 여유를 더 주는 건 변함이 없다. 또 분실구 찾는 시간도 기존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들고, 구제구역을 설정한 후 공을 드롭할 때의 높이도 어깨높이에서 무릎높이로 완화된다. 어깨높이에서 떨어뜨릴 때 경사면이나 요철면 등에 맞고 다시 드롭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편의와 시간 단축을 모두 충족시켜준다는 평가다.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고’에까지도 엄격했던 룰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대표적인 게 더블 히트, 이른바 ‘투 터치’다. 내년부터는 무벌타가 된다. 페어웨이와 러프 지역에서는 땅에 박힌 공을 빼놓고 쳐도 된다.
프로-아마추어 룰 사실상 이원화?
이번 규칙 변화는 골프계 전반에 적용되는 보편적 규범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원화될 여지가 큰 편이다. 주말골프 등 일반적인 재미를 위한 골프를 ‘제너럴 플레이(general play)’로 규정하고, 프로무대와 엘리트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를 경쟁경기(competition)로 분류할 경우 경쟁경기에서는 채택되지 않을 룰 변화도 꽤 많다는 지적이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면 2벌타를 받고 OB가 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페어웨이에 드롭하고 경기를 속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새로 개정된 룰이 ‘한국의 주말골프 룰을 따랐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진하 위원장은 그러나 “경기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겠지만 엄격성이 생명인 프로 투어 취지에서 볼 때 엘리트 아마추어나 프로 무대에선 활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선수의 샷이 계속 문제가 있을 경우 OB가 연속해서 여러 번 나올 수 있는데, 이런 다양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어서 골프의 긴장감과 반전의 묘미가 반감된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한 홀에서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타수의 최대치를 정해 놓고 칠 수 있다’로 바뀐 이른바 ‘맥시멈 스코어’룰도 프로 투어에선 보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의 주말골퍼는 흔히 ‘양파(홀 정규타수의 2배)’ 이상을 카운트하지 않는다. 김태연 한국프로골프(KPGA) 위원장은 “한계를 정해 놓으면 골프의 묘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간 갈등이나 혼선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규칙 변화도 있다. 경기 순서도 홀에서 먼 ‘원구(遠球) 우선’에서 ‘준비된 선수’가 먼저 칠 수 있는 ‘레디 골프(ready golf)’로 변한다. 샷을 할 준비가 돼 있고 동반자들의 동의를 얻은 경우라면 홀에서 가까운 선수라도 먼저 샷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쟁관계 선수끼리 합의가 안 되거나, 동반조에서 한 선수를 먼저 샷하도록 배려하는 밀어주기 담합이 나올 여지도 있어 투어에서 혼선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2019년 1월1일부터 골프 룰이 바뀐다.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적용되는 새 규범이다. 바람이 볼을 움직이고, 단순 실수로 모래에 클럽이 닿았는데도 벌타를 매기는 등의 ‘지나친 가혹’이 상당수 사라지고 문명의 이기인 거리측정기까지 허용됐다. “철옹성 같던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60여 년 만에 천지개벽을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 골프의 얼굴과 많이 가까워졌다는 평이다. 하지만 ‘양심에 따라, 놓인 그대로 친다’는 골프의 기본 철학은 여전히 견고하다. 주말골퍼가 알아두면 좋을 주요 룰 변화를 모았다.
빨리, 편하고, 단순하게
새로 바뀐 규칙의 기본 철학은 ‘빨리 경기를 해 지루함을 줄이자’로 요약된다. 골프가 갈수록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느림보 플레이’를 개선해 대중성과 인기를 회복해 보겠다는 복안에서다. 3인1조, 18홀, 선수 기준 최소 4시간30분이 넘는 경기시간이 4시간대 초반으로 상당 부분 앞당겨질 전망이다.
우선 캐디가 샷을 하기 위해 옆으로 서는 자세(스탠스)를 취한 선수 뒤에 서서 얼라인먼트(방향설정)를 돕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페어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린에서는 한 번의 ‘뒤봐주기’가 허용되고 두 번째부터 금지된다. 브레이크를 함께 읽는 행위는 허용된다. 결국 그린에서도 최종 스트로크할 때는 선수 뒤에 캐디가 없어야 한다. 자신의 기술과 전략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골프의 기본 정신을 감안한 동시에 ‘캐디들의 뒤봐주기’가 워낙 보편화되면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익숙했던 캐디의 뒤봐주기가 사라지면 혼자서 낯선 루틴을 해야 하는 선수들의 성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진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은 “캐디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히 선수 뒤에 서 있다 해도 2벌타를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번의 샷을 끝내는 시간도 기존 45초에서 40초로 단축된다. 티를 꼽는 순간 등 샷할 뜻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만한 준비동작에서부터 스트로크나 스윙을 피니시한 순간까지 40초다. 맨 먼저 티샷하는 사람은 여기에 5초의 여유를 더 주는 건 변함이 없다. 또 분실구 찾는 시간도 기존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들고, 구제구역을 설정한 후 공을 드롭할 때의 높이도 어깨높이에서 무릎높이로 완화된다. 어깨높이에서 떨어뜨릴 때 경사면이나 요철면 등에 맞고 다시 드롭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편의와 시간 단축을 모두 충족시켜준다는 평가다.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고’에까지도 엄격했던 룰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대표적인 게 더블 히트, 이른바 ‘투 터치’다. 내년부터는 무벌타가 된다. 페어웨이와 러프 지역에서는 땅에 박힌 공을 빼놓고 쳐도 된다.
프로-아마추어 룰 사실상 이원화?
이번 규칙 변화는 골프계 전반에 적용되는 보편적 규범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원화될 여지가 큰 편이다. 주말골프 등 일반적인 재미를 위한 골프를 ‘제너럴 플레이(general play)’로 규정하고, 프로무대와 엘리트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를 경쟁경기(competition)로 분류할 경우 경쟁경기에서는 채택되지 않을 룰 변화도 꽤 많다는 지적이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면 2벌타를 받고 OB가 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페어웨이에 드롭하고 경기를 속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새로 개정된 룰이 ‘한국의 주말골프 룰을 따랐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진하 위원장은 그러나 “경기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겠지만 엄격성이 생명인 프로 투어 취지에서 볼 때 엘리트 아마추어나 프로 무대에선 활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선수의 샷이 계속 문제가 있을 경우 OB가 연속해서 여러 번 나올 수 있는데, 이런 다양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어서 골프의 긴장감과 반전의 묘미가 반감된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한 홀에서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타수의 최대치를 정해 놓고 칠 수 있다’로 바뀐 이른바 ‘맥시멈 스코어’룰도 프로 투어에선 보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의 주말골퍼는 흔히 ‘양파(홀 정규타수의 2배)’ 이상을 카운트하지 않는다. 김태연 한국프로골프(KPGA) 위원장은 “한계를 정해 놓으면 골프의 묘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간 갈등이나 혼선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규칙 변화도 있다. 경기 순서도 홀에서 먼 ‘원구(遠球) 우선’에서 ‘준비된 선수’가 먼저 칠 수 있는 ‘레디 골프(ready golf)’로 변한다. 샷을 할 준비가 돼 있고 동반자들의 동의를 얻은 경우라면 홀에서 가까운 선수라도 먼저 샷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쟁관계 선수끼리 합의가 안 되거나, 동반조에서 한 선수를 먼저 샷하도록 배려하는 밀어주기 담합이 나올 여지도 있어 투어에서 혼선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