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하청 근로자의 안타까운 희생을 계기로 후진적 산업안전 사고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두 경각심을 다져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뒤늦게 서두르고 있는 이른바 ‘위험 외주화 방지법’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국회에서 입법화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는 논란 소지가 큰 조항이 적지 않다. 도급사업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범위를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원청 사업주에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하겠다는 것도 과도한 처벌주의 발상이다. 5년 이하의 금고형에 처하게 돼 있는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비교해도 과하다.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은 도급계약을 금지하겠다는 규정은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 권한만 키우게 될뿐더러, 분업화·전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계의 ‘밸류 체인’ 자체를 부인하겠다는 꼴이다. 한마디로 고도 산업사회의 기업생태계를 인정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니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 문제는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산업현장 안전은 오히려 원청과 하청 간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게 현장 근로자 보호에 더 도움될 수 있다. 국제적 추세도 이렇게 간다. 지난 19일 환경노동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에서 급작스럽게 입법 논의를 시작한 국회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니 이대로 가면 8일 만에 법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 적용범위가 넓고 파급력도 큰 산업안전에 관한 중요한 법이 이렇게 날림으로 만들어져서는 곤란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입법만능·단속만능의 규제행정이다. 일이 터지면 ‘금지 아니면 강제 법안’부터 만드는 낡은 규제만능주의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한번 만들면 철폐는 힘들기만 한 무수한 규제법들이 이런 식으로 생겨난 것이다. 뒷북 행정보다 성급하고 난폭한 과잉 입법이 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