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차관회의를 열어 유급휴일을 근로시간 계산에 포함시켜 최저임금을 산정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은 법률과 달리 국회 통과 절차가 필요 없어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의결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국민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기존 판례와도 어긋나는 정책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시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정안의 쟁점은 근로자가 실제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토·일요일)까지 근로시간 계산에 집어넣어 최저임금액 산출에 포함하도록 한 대목이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는 근로자의 실제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8시간×5일×4.35주)인데, 개정안을 적용하면 최대 243시간으로 늘게 된다. 최저임금은 시간당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늘어나는 시간만큼 임금도 따라 올려야 한다.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은 내년에 10.9% 더 오른다. 이것만으로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버티기 어렵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런 마당에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초봉 5500만원가량인 현대·기아자동차도 개정안 적용 땐 직원 8200명이 최저임금에 미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최저임금법을 감당할 수 없는 사업주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이미 지난 8월 기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전체 15.5%인 311만 명에 달했다.

산업과 생업 현장에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사회적 논의 과정도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의를 거쳐 법률로 정해야 마땅하다. 대법원이 “실제 일한 시간만 근로시간에 포함하라”고 판결까지 한 터다. 행정부가 이런 사법판결에 눈감고, 입법 절차마저 무시한 채 시행령으로 뒤집겠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

더욱이 최저임금법 위반은 형사 처벌 대상이다. 경영계가 “시행령 개정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최저임금 산정 기준 변경은 국회 입법 절차를 통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이대로 가면 경제적 약자들을 더 어렵게 하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국회가 조속히 나서기 바란다.